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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조지아_ 짜장면이 먹고 싶어

[아시아] 엄마가 다시 아프다 

생각해 보면 매일 슬펐던 건 아니었다. 엄마가 아팠기에 행복했던 순간도 가끔 있었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엄마는 먹지 못했다. 속이 울렁거려 음식 냄새도 못 맡을 정도였기에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유일하게 넘길 수 있었던 건 복숭아였다. 복숭아가 없는 계절이면 복숭아 음료라도 떨어지지 않게 늘 냉장고 속에 넣어놨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느 저녁, 누워있던 엄마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TV속 누군가의 짜장면 먹는 모습을 보더니 "맛있겠다"라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한 게 처음이었다.

신이 나서 둘째와 함께 준비했다. 양파, 호박, 감자, 고기를 넣고 볶다 짜장소스를 넣었다. 그리고 통밀로 면을 만들었다. 뚝뚝 끊기는 면이었지만 밀가루보다는 통밀이 몸에 좋기에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짜장소스도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면 우린 직접 만들 기세였다. 엄마가 먹고 싶은 게 있다니 요리하는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엄마는 맛있게 짜장면을 먹어줬다. 

 엄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짜장면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엄마의 먹는 모습을 이렇게 행복하게 바라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슬프지만 엄마가 아팠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까지는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한국에선 타본 적이 없기에 설레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잠을 자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하는 순간 컨디션이 나빠졌고 진통제를 먹고 침대에 눕고 싶었다. 

택시를 타고 전 날 미리 봐둔 호스텔로 향했지만 방이 없었다. 근처의 또 다른 호스텔을 찾아갔지만 폐업했다. 정말 배낭을 집어던지고 싶은 날이었다. 한 번 더 실패를 경험하고 난 후 겨우 체크인이 가능한 호스텔을 발견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살 것 같았다. 살 것 같으니 배가 고파졌다. 우습게도 김치찌개 한 입만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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