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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이집트_나의 슬픔이 모두의 슬픔은 아니라는 걸

[아프리카] 엄마는 떠났다

상주의 옷차림으로 서 있는 그 공간이 어색했다.

의사 선생님이 사망선고를 내렸을 때도 엄마를 병실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겼을 때도,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은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조문객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에 대답을 하다 보니 3일이란 시간은 금방 흘렀고 발인하는 날이 왔다. 장지로 떠나는 차 안에서 따뜻한 햇살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덜컹거리는 움직임에 눈을 떴을 땐 어이가 없었다. 이런 날에 조차 잠이 오다니 엄마에게 미안해지면서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관을 내리고, 

흙을 뿌리고, 

땅을 다지고,

일련의 과정은 점심이 되기 전에 끝이 났고 장지까지 와주신 친척분들과 식사를 했다.


“정은이 엄마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모였네. 앞으로 자주 만납시다.” 

친척어른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취기에 별 뜻 없이 나온 말인 건 알지만 순간 나의 슬픔이 모두의 슬픔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친절한 터키를 떠나 도착 한 곳은 혼돈의 이집트였다. 여행지라면 어느 정도의 호객 행위는 늘 있다지만 이곳 이집트는 남달랐다. “NO”를 외쳐도 그들의 귀엔 들리지 않는 듯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한다. 그러다 틈이 보이기 시작하면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발견하고 달려 들 듯이 모든 호객꾼들이 몰려온다. 택시를 탈 때도 시장에서 구경할 때도 예외란 없었다. 


 이집션들에게 시달리다 가이드와 우리 셋 뿐인 바하리아 사막에 도착하니 조용한 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해가 저물자 뜨거웠던 사막의 모래는 맨발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해졌고, 인위적인 불빛이 없는 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했다. 

운전수 겸 요리사인 가이드는 모닥불을 피워 저녁으로 양고기를 준비했다. 

저녁 식사 후 이쑤시개를 사용하던 막내가 외쳤다.

“누나 나 이 빠졌다.”

전투적으로 이쑤시개를 사용하더니 깨진 어금니 일부를 뱉었다. 여행사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감사하게도 투어에서 돌아오면 병원에 같이 가주시기로 했다.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무료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한국의 보건소 같은 느낌이었다. 사장님은 아랍어를 모르는 우리 대신해 통역도 해주시고 치료를 다 받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현지인과 함께하니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아 그에게 정말 고마웠다. 사장님이 떠나고 우버가 도착할 때까지 병원 의자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병원 관계자가 다가와 알 수 없는 서류를 주며 말을 건넸다.


“치료는 잘 됐고 진료비만 내면 돼”

사장님의 친절함에 잠시 잊고 있었다. 이곳 이집트는 호객꾼뿐만 아니라 사기꾼이 많다는 것을... 

관광지도 아닌 병원에서까지 사기 칠 줄이야 그들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 못 들은 척 슬그머니 일어나 병원을 빠져나왔다.

 숙소 테라스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다 울컥해졌다. 

병원에서 당했던 황당한 일을 이야기하며 웃었는데 붉게 물든 하늘 때문에 뜬금없이 눈물이 났다. 지금 하늘은 엄마가 딱 좋아할 만큼 붉게 물들고 있었기에 웃다 울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정신 나간 것 같아 보이겠지만 웃다 우는 일은 우리에게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편했다. 셋이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엄마라는 단어에 울컥해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 시간이 제일 좋았다. 나의 슬픔이 우리의 슬픔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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