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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탄자니아_엄마의 그늘 아래

[아프리카] 엄마는 떠났다

미루고 미뤘던 사망신고를 하기 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엄마의 이름 옆에 사망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지지 않은 서류를 남기고 싶었다. 그 두 글자가 새겨지는 순간 엄마는 완벽하게 죽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싫었다. 엄마 이름 밑에는 우리 삼 남매의 이름이 있었다. 서류에 쓰인 이름처럼 엄마의 그늘 아래서 영원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서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독립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어린 시절처럼 엄마의 그늘 아래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 삶을 책임진다는 건 때론 버거운 일이었다. 



며칠 동안 바라본 세렝게티에서의 삶은 평화롭게 보였지만 치열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물을 마시는 얼룩말과 나뭇잎을 뜯어먹는 기린을 보면 한 없이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사자에게 먹히고 있는 물소를 보자니 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게임드라이브라고 불리기도 하는 사파리 투어를 하기 위해 가이드를 포함 일곱 명이 차에 탑승했다. 사자보다 보기 힘들다는 코뿔소를 만나기 기대하며 한 참을 달리다던 때 길을 건너는 코끼리 가족들과 마주쳤다. 그들이 건널 수 있도록 차를 세웠다.

어른 코끼리 사이에는 그들의 다리에 반도 안 되는 아기 코끼리들이 걷고 있었다. 다리 사이에 끼어가는 코끼리들이 귀여워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마지막으로 걷던 어른 코끼리가 차를 향해 귀를 펄럭이며 신경질적으로 울었다. 그리고 우리를 위협하는 코끼리를 제외한 나머지 어른 코끼리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아기 코끼리들을 보이지 않게 숨기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차가 흔들리지 않게 천천히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차 안에 있는 사람과 차 밖에 있는 코끼리 사이에 적막한 기운이 돌았고 코끼리가 우리를 향해 돌진할 것 같아 무서웠다.  


더 이상의 대치 없이 코끼리 무리가 떠나자 안심한 가이드는 방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우두머리 코끼리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차를 보고 적이라 생각한 것 같아. 아무래도 새끼들이 있어 더 예민하게 반응한 듯해.”    

 이곳에서 그 어떤 동물에게도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새끼를 지키려는 코끼리는 물소를 뜯어먹는 사자보다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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