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남매 Oct 22. 2023

터키_사랑한다는 흔한 말

[아시아] 엄마가 다시 아프다

치료가 자꾸 실패하자 엄만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항암주사를 맞는다고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완치될 것도 아닌데, 더 이상 고생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의미 없는 치료 대신 우리와 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답답한 병원이 아닌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지만 엄마가 더 버텨주길 바랐다. 엄마의 삶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 없는 삶이 무서웠다.

미안하게도 엄마의 마지막은 집이 아닌 병원이었다. 

현실적으로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기란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우리에게 알렸고 우리 가족은 모두 병원에 있었다. 잠든 엄마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던 그래프들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건넸다.   



“사랑해”

카파도키아 열기구 안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다 동생들에게 말했지만 사실 엄마가 듣길 바랐다. 기암괴석보다 높게 올라가는 열기구는 엄마가 있는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았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어딘가에 있을 엄마에게도 들릴 것만 같았다. 


"나도" 

나의 말에 대답하는 동생들의 목소리는 떨렸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동생들도 엄마가 보고 싶었던 거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 카파도키아 명물인 항아리케밥을 먹으러 시내로 나왔다. 밥을 먹으면서도 다운된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은 카페에 앉아 동생들과 엄마이야기나 실컷 하며 보내야겠다. 


이전 06화 조지아_ 짜장면이 먹고 싶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