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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정 Sep 12. 2016

1. 자리 구하기는 self 영업

옵션은 많고 세상은 넓다

유엔 인턴은 무급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만든 조직에서 인턴의 최저 임금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웬 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무급임에도 불구하고, 유엔이라는 조직에 한 번이라도 발을 담그고 싶은 전 세계 사람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다행히 한국 정부에서는 자국민을 위한 다양한 펀딩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펀딩을 받기 위한 과정도 쉽지 않다. 나는 펀딩을 받기 위해 국/영문 자소서와 이력서를 갖추고, 서류 통과를 한 후에는 국/영문 에세이 시험, 그리고 국/영문 토론 및 면접을 거쳐야 했다. 게다가 펀딩을 받고 나면 모든 게 순조로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되려 고민이 커졌다.


어떤 지역, 나라로 가야 할까?

그리고 어느 기관으로 지원해야 할까?


첫 직장은 대기업 그룹의 자회사였다. 자회사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대기업 그룹에 속하는 회사였다 보니 당연히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었다. 당시에는 업무가 무척 제한적이어서 스스로가 부속품이 된 기분이었다. 덕분에 시스템화 된 조직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체감을 한 부분이 있다. 대형 시스템의 나사가 되어본 경험으로 인해 나는 조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무리 내가 잘났다고 생각되고 큰 업무를 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되어도, 결국에는 하나의 "조직원"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과의 조화를 체감하게 되었고, 이어 큰 조직 안에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체념도 뒤따라 왔다.


이 경험으로 인해 나는 큰 조직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되었다.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큰 조직에서는 "개인의 역량"보다 "자리"의 문제가 더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유엔 인턴 자리를 구할 때에도 나는 HQ를 바라지 않았다. 큰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본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자리"보다 "개인"의 역량 발휘가 중요한 곳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역량 발휘를 하기 위해서는 내 역량을 필요로 하는 자리인지를 알아봐야 했다. 가령,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데 달리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면 아무리 본인이 뛰어난 화가라고 해도 그 역량은 말짱 도루묵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인턴 준비 과정에서 나의 역량이 무엇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마음이 가는 분야를 세부적으로 정해서 리서치를 한 후 지원을 하게 되었다.




공식 루트로 지원할 경우, 경쟁자들도 많을뿐더러 프로세스가 느리다는 말을 익히 들었었다.


여기서 공식 루트라 함은, 유엔의 job site( https://careers.un.org/lbw/home.aspx?viewtype=ip )를 통해 id 등록을 한 후, 기입 항목을 모두 작성하여 job opening이 난 곳에 지원하는 방법이다.
회신이 오기까지는 적게는 한 달, 오래는 3달 이상이 걸리며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 내정되어 있지만 절차상 포지셔닝을 올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학원 동기는 공식 홈페이지에 지원을 한 후 6개월 뒤 인턴 제의를 받았고,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제의를 받은 곳에서 3개월 인턴을 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지원을 한 건 펀딩 확정이 난 후인 5월 말, 6월 초였으니 공식 루트를 통한다면 7월 초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지원을 했다고 답변을 받는다는 확신도 없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를 다녔을 때처럼, 영업을 해야 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나"라는 사람을 팔아야 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많고 많은 분야 중 내가 경험하고 싶은 분야가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내렸다. 원하는 지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 그리고 분야는 여성이었다두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고 난 후, 나는 적극적으로 CV와 이력서를 목표에 맞게 업데이트했고, 아시아본부에 있는 관심 기구들을 검색했다. 그리고 한 기관에는 내가 원하는 부서의 팀장에게, 한 기관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장에게 이멜을 보냈다. 나 이런 사람인데 당신 기구에 관심 있으니 자리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말이다. 팀장에게는 답변이 없었고, 대신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장에게서 회신이 왔다. 이력서 잘 받았고, 인사 부서에게 전달하겠다고. 그리고 며칠 뒤, 인사팀에게서 내 이력서를 전체 부서 회람을 하여 적합한 자리가 있는지 알려주겠다는 회신이 왔다. CC에는 내가 처음 연락했던 아시아 태평양 본부장의 메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놀란 것은 내 구직 process를 본부장이 지속적으로 followup을 하고 있다는 것과, 용기를 내고 기도를 한 후 보낸 곳에서 3일 안에 회신이 왔다는 것이다. 사실 본부장에게 메일을 보내기 전, 나는 구체적 공고가 났던 같은 기구의 지역 사무소 두 곳과 programming team, 세 곳에 이력서를 보낸 적이 있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었다.


 메일 주소를 어떻게 찾았냐는 질문을 간혹 듣는데, 유엔 기관의 이메일 주소는 많은 경우 이름을 그대를 쓴다. 가령, 이름이 홍길동이라면 "hong.gildong@un.org"와 같은 메일 주소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나는 원하는 기관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대표자 명을 검색한 후, 구글링에 mail 주소를 찾는 형식을 취했다. 




지원 과정에서 부정적인 생각과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 때도 있었고, 왜 그랬을까 후회되는 일들도 있었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을 때도 수십 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민과 망설임의 시간에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를 상대로 self-selling을 하며 느낀 점들을 요약하자면 가령 이런 것들이다.


1. 모범 답안은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왜 안될까, 를 고민하게 되고 자료를 찾게 되고,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얻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몰라도 무조건 지원을 해보라는 것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설프기 때문에 노하우를 터득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지원 방법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공식 루트로 지원해서 갔고, 누군가는 지인에게 소개받아, 또 누군가는 다짜고짜 이멜을 보내서 자리를 획득했다. 공식 루트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내 주변엔 2명이 공식 루트를 이용해 인턴을 했다. 그러니 사람마다 '운'은 다르게 작용된다. 스스로의 '운'이 어느 쪽에 떨어질지는 시도를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2. 답이 없다면, 용기 내어 한번 더 물어봐도 된다. 

공식 루트나 이멜로 한번 연락을 한 후 회신이 오지 않을 경우, 넋 넣고 앉아 있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들여 지원을 했는데 답이 오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한번쯤은 follow up 이멜을 용기 내서 보내 볼 것. 실제로 나보다 먼저 인턴을 갔던 대학원 선배는 슈퍼바이저에게 "왜 나를 선택했나요"라는 질문을 했더니 "follow up 메일을 보내서"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단순한 follow up 메일은 지원자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당장 답이 없다고 상대를 귀찮게 느낄 정도의 빈도수는 곤란하다. 그러나 적절한 follow up은 내가 관심의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의 적극성을 보여준다. 나는 지금까지도 업무를 하며 내가 정한 데드라인까지 상대에게 답이 없는 경우, follow up 메일을 보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고민만 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끙끙대면 꿈을 이룰 확률은 0%. 시도라도 했다면 가능성은 yes or no, 50%다. 그렇다면 우선 50%의 성공을 목표로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작은 시도라도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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