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조직, 최악의 처방전

'통제의 강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by 아웃클래스

조직의 성과가 저조해지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었을 때 리더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삼성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30여 년 만에 D램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전반적으로 여러 사업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볼 때 삼성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나름대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나타나는 삼성의 대응은 근로시간의 연장, 사내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솔직히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하이닉스의 경우 수년간 근로시간을 늘리지 않고도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참고기사]

흔들리는 반도체 ‘최강자’ 위용...위기의 삼성전자 [한경]

삼성전자, 6개월 동안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인가났다 [한겨레]

"슬리퍼는 자리에서만"...'관리의 삼성', 기본 수칙 강화한다 [파이낸셜 뉴스]

반도체 R&D 연장근로…삼성 2년간 43만시간, SK하이닉스 '0' [뉴시스]


어떤 이유로 삼성과 같은 거대한 기업이 수년만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까? 진짜 일을 열심히 안 해서 그랬을까? 요즘 직원들의 기강이 너무 해이해서 그랬던 것일까? '관리의 삼성'의 관리가 예전 같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까?


조직의 성과가 저조할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분석과 대응이 뭐가 있을까? 삼성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과가 저조했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하자'가 아닐까? 비슷한 느낌으로 '기강이 해이해져서', '의식이 부족해서'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에 '기강을 잡고 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대응하는 것도 아주 쉬운 접근법 중 하나일 것이다.


조직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특히 실적이 저조하거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리더는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거나 통제를 강화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조직을 살리는 처방전이 아니라 '독'이다. 위와 같은 조치들을 취하게 되면 조직에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리더의 불안감은 일시적으로 해소된다. 문제는 그 결과 조직의 진짜 깊은 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되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당장의 변화로 리더의 불안감은 일시적으로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어떤 실질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이 처한 문제의 해결은 고통스럽더라도 진짜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제적인 문제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내가 한 때 몸담았던 곳에서 겪은 이야기이다. 어느 날 조직의 성과가 저조해지자 '체질이 개선될 때까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는 선언을 했다. 여기서 말한 비상체제는 무엇이었을까?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업무시간을 늘려서라도 문제를 해결해라. 더 보고를 촘촘히 받겠다. 근태관리를 강화하겠다. 등등. 전반적인 방향은 더 열심히 일해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비상체제에서 전사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 고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통제를 하는 것이라니, 나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그렇다면 과연 그 회사는 실제로 체질이 개선되고 성과가 개선되었을까?


업무시간을 늘리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야근 권장'이었다. 웃기는 것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부서와 직원들은 이미 많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보다 더 일하라고?'하는 어리둥절한 반응도 있었다.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더러는 '미친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리더의 인식과 조치가 현장의 인식과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많은 구성원들이 설득이 되지 않았고 납득하지 못했다. 이런 방침을 어거지로 따라가게 해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었을까?


사실 그 리더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통제를 강화할 것'과 같은 협박을 시시때때로 했다. 내 협박대로 되기 싫으면 알아서 열심히 하라는 식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럴 때마다 잠시 잠깐 리더의 통제에 따라 '뭔가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미 잔뼈가 굵은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협박이 통할 리 없었다. 그저 약간 성가신 상황이 벌어질 뿐이었다. 리더의 눈을 가리기 위한 여러 스킬들이 이미 충분히 숙달된 직원들은 그냥 적당히 상황을 잘 모면하면 얼마 지나면 상황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대로 되었다.


조직의 성과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직의 내부 상황은 더 악화되어 갔다. 핵심 인재가 이탈했고 구성원들의 태도는 수동적으로 변해갔다. 리더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퍼져나갔고 심한 경우는 단기적인 성과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데이터를 왜곡하는 경우들도 발생했다. 조직은 오히려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위 사례의 리더는 '체질의 개선'을 '야근의 일상화'나 '자신의 지시에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 쯤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의 체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되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조직을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어떤 병리적 현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고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진단'이 먼저 아닐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 없이는 대책도 적절할 리가 없다. '체질의 개선'과 같은 대책을 논하기 전에, 먼저 어떤 문제가 왜 발생했는가를 정확하게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 몇몇 리더들은 조직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 없이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의 '쉬운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통제하려는 욕구

곧 죽어도 직원들이 내 눈앞에서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관리자나 리더들이 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와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관리자들도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사람은 감시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통제하지 않으면 성과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인 것 같다. 리더들은 조직의 생존과 직결된 성과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런 불안감의 발로라고도 본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솔직히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심리적 상태의 연장선에서 내가 만나본 리더들을 분석해 보았을 때, 어떤 비슷한 생각의 특징들을 발견했다. 나는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하는데 직원들은 너무 한가하다거나,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직원들이 날 따라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도 리더의 위치에서 일을 하며 그런 생각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진짜 그런지 안 그런지 직원들과 직접 대화해 보지도, 제대로 분석해보지 않고 나의 느낌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처럼 왜곡된 감정이나 생각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왜곡을 부르고 잘못된 대응을 하게 만든다.


어떤 조직에서 벌어지는 문제 상황을 '리더의 직감'이나 '경험상 그렇다'는 식의 단순한 분석만으로 결론짓기는 매우 어렵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본질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있어야 사태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안 한다'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회사의 적절하지 못한 보상체계가 그 원인일 수도 있고, 자율성을 제약하는 조직 분위기로 인해 직원들의 의욕이 저하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직원들이 열심히 안 해서 성과가 저조하다. →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게끔 통제의 강도를 높여야겠다.


사고회로가 이렇게 돌아가는 순간 잘못된 판단이 시작된다. 안 그래도 꼬여있는 생각에서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라는 감정이 끼어들면서 자기 판단에 대한 강화가 일어난다. 현장에 존재하는 실제 문제들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의 방향으로 인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얼토당토않은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거나 지나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시도한다.


통제는 답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리더가 직원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느냐가 진단과 실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직원을 '주체'로 보느냐, 아니면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진다. 직원을 한 명의 사람 또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는 '주체'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야근 강요와 같은 강한 통제는 답이 아니다. 특별히 더 탁월한 성과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는 조직이라면 더더욱 직원을 옭아매는 것이 아닌 성과를 낼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험상 뛰어난 인재일수록 자기 의견이 확고한 경우들이 많다. 그러므로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를 듣고 함께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사실 통제를 강화하면 리더는 편하다. 지시와 명령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자의 얘기를 다양하게 들을 필요가 없어진다. 자신의 지시에 조직이 일시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손쉽게 조직을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결국 리더와 조직 양쪽에 모두 독이 된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의도적으로라도 인내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내가 분석하고 도출한 문제가 과연 나의 내면의 잘못된 감정적 판단이나 통제적 욕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유효한 해결책이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태의 진실이 충분히 파악되고, 거기에서 결론을 도출했을 때 실행에 옮겨도 그리 늦지 않다.


깨어있으라

리더는 '깨어있어야'한다. 여기서 깨어있음이란, '사태의 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로 조직의 기강이 해이하거나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핵심은 통제를 해라/하지 말아라의 차원을 넘어서서 진짜 우리 조직이 처한 상황을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가이다. 조직의 규모와 분야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어떤 입장에서든 절대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보기보다는, 깨어있음으로써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전'을 만들 수 있다.


한편으로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 리더가 특정 세력에 의해 세계가 고립될 위험이 있다. 조심해야 한다. 내가 보고받는 현실이 실제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결국 리더가 자기 스스로를 고립시킨 결과일 때가 많다. 반대 의견을 말하는 직원이 있을 때 그 직원을 배제하거나,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직원만을 곁에 두려 하면 리더는 고립되고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특별히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서 그런 것 같다."거나, "요즘 젊은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조언하는 참모가 주변에 있다면, 그런 사람과는 일부러라도 거리를 둘 것을 권한다. 그 의도가 나쁘지 않았다 하더라도, 리더가 조직의 실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마무리하며 몇 가지 리더에게 필요한 행동 지침을 정리해 본다.

1. 나의 대응이 감정적 대응이 아닌지, 충분히 검토한 후에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2. 현장의 현실을 직접 청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3. 주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참모를 꼭 둔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통제적 방법을 시도하는 조직이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무조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조직에 맞는 실질적 대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깨어있는가 스스로 돌아보고 현장의 현실을 살펴보자.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한 번쯤 진지하게 그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노력하자.


'깨어있음'은, 나의 내면의 불안감에 맞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바로 보고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용기를 내보자. 이전에 보지 못했던 진실이 보이고, 조직의 성장을 위한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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