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이상한 리더가 왜 이렇게 많을까?

리더의 마음에 일어나는 문제들에 관하여

by 아웃클래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 잠언 4장 23절


여러 리더들을 경험하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가게 되었지? 의문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인성적 문제가 있다거나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능력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저렇게 하는데도 사업이 유지가 되는구나'하고 신기해했던 경험도 많다.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았지만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었고 어떤 부분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운칠기삼이라고 했던가. 단지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특별히 가장 의아했던 것은 사람이 어딘지 이상한 경우들이었다. 대화와 소통이 잘 되지 않고, 고집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자기애'가 몹시 강한 사람들이 있었다. 알 수 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기 직원들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해보기도 했다.

- 저 리더는 왜 이상해졌을까?

- 원래부터 이상했을까? 아니면 이상해진 걸까?

- 혹시 나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오늘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리더가 이상해지게 되는 계기들에 대해 탐구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나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분석은 빼고, 리더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어떤 마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추적해 본 내용이다. 사실 다른 리더들에 대한 탐구이자 나 자신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나는 작은 조직의 대표로 일을 했었다. 지금 적고 있는 에세이들에 적용하고 있는 이론들은 내가 대표로 일할 당시의 경험과 공부들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대표로 일을 하며 대단히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 그 과정들을 곰곰이 복기해 보면서 어떤 부분이 한계였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특별히 리더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나의 마음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것이었다. '내 마음 나도 모른다'는 말처럼,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가끔 내 마음의 상태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타이머를 알지 못하는 시한폭탄' 같았다. 내가 꽤나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리더를 하며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문득 내가 조금 이상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하니 실제로 뭔가 좀 이상했다.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누님들도, 가끔씩 이상해진 나를 혼내주곤(?) 했다.


'이상한 리더'는 왜 이상해진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고독한 리더

대표로 일을 하던 시절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외로움', '고독'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그 안에서 고독함을 느끼곤 했다. 이유는 '나의 생각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또는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독함에 힘들었던 날이면 퇴근할 때 윤종신 씨의 '지친 하루'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문득문득 난다.


나는 내가 가진 마음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거나 이야기하는 데 미숙했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더 입을 닫게 됐다. 그러니 고독함은 더 깊어졌던 것 같다.


리더는 상처를 많이 받는다.

리더는 많은 관계에 노출된다. 직원들과의 관계, 대외적인 관계 등등... 상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난다고 봤을 때, 많은 관계에 노출되는 리더는 상처받을 확률도 높다. 리더가 고독감을 느끼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상처를 받기는 더 쉬워진다.


특히 조직의 생존이 걸린 의사결정을 계속해서 내려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면 몸과 마음이 예민해진다. 작은 자극에도 큰 반응이 튀어나온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 직원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괜히 신경 쓰인다. 어쩌다가 사람이 한 명 퇴사하면 또 상처를 받는다. 특히 내가 신경 쓰고 잘해줬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떠나가면 '내가 이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 배신감에 또 상처를 받는다.


회사와 관련된 피드백이나 볼멘소리를 들으면, 마치 나를 향한 공격처럼 느껴진다. 상처가 쌓이고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낀다. 피드백을 차단하거나 발끈한다. 구성원들과 리더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어딘지 민망해서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진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게 된다.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리더는 불안하다

리더는 늘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성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본인이 져야 하고, 결정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심지어 그것이 조직의 명운과 직결되는 경우들도 있다. 조직 운영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온갖 문제와 사건사고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불확실성에 노출되면 불안감은 만성화된다.


사람은 불안해지면 멀리 보는 게 힘들어진다. 차분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 내 눈앞에서 일이 돌아가야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낮춰진다. 그러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나 눈앞에 보이는 해결책을 자꾸 찾게 된다.


자기애와 자기 연민에 빠진 리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만성적인 불안감은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다 보니 내가 피해자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일종의 피해의식과 함께 자기 연민이 싹튼다.


리더가 자기 연민에 빠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뿐 아니라, 직원들이 가해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는 옳은데 직원들은 틀렸다는 생각으로 빠져든다. 자기 고집과 히스테리 반응이 나타난다. 비판을 받으면 곧바로 “왜 나만 갖고 그래?”, “나는 이렇게 힘든데”라며 자기 연민으로 회피하게 된다.


한편, 리더는 기본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기애란, 자신이 특별하고 뛰어난 존재라고 느끼며, 타인에게도 그런 인정을 받기를 강하게 원하는 심리적 경향이다.


문제는 자기 연민과 자기애가 결합하는 상황이다. 리더는 마치 타인을 '나를 칭찬하고 위로해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완벽한 자기'를 유지하고 싶어 하고,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은 고통받는 자신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진실한 자기 성찰이 어려워진 리더는 성장이나 반성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관계에서 피로감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조직 내의 관계가 단절되는 결과로 이어지기가 쉽다. 리더의 조직 내 리더십은 약화되고, 관계의 단절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직과 멀어지게 된다.


세계가 고립된다

조직이 커지면서 위계가 복잡해지고 리더가 현장과 실무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세계가 고립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앞서 다룬 마음의 문제의 결과로, 리더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만을 곁에 두려고 하면 문제는 심화된다. 점점 비슷한 말을 하는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들만 주변에 남게 된다.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리더에게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간다.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퍼진다. 리더의 세계는 철저하게 고립되고,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가상현실 속에 갇혀 살게 된다. 주변에서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하기 시작한다. 그 세계 안에 생각과 시야가 고착화된다.


이 정도까지 단계가 발전한 리더들은, 자신이 어떻게 왜 이상해졌는지를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돌이킬 수 없이 '이상한 리더'로 살아가게 된다.




리더는 상처와 불안감, 갖은 심리적 두려움, 강한 스트레스와 싸워야만 하는 자리이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라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이 이런 문제를 오롯이 혼자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서 자기 마음에 대한 컨트롤을 실패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이상함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그 이상함을 교정하기가 어려워진다. 자기 세계에 고립되어 자기 연민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남의 얘기를 더 이상 듣지 못한다. 리더의 이상함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고 조직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게 된다. 당연하지만 내 마음의 문제로 조직에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리더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고 가야 한다. 그러니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지금 내가 정리한 리더가 이상해지는 원인에 대한 시나리오는 모든 리더에게 100% 다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한 것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정도 편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리더로서 겪었던 자기 성찰의 과정과, 다른 리더들이 이상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누군가가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기를 비춰보고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리더가 이상해지는 신호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나름대로 만들어 보았다. 전문적인 검사도 아니고,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서 만들어 본 문항들이니 가볍게 체크해 보시길 바란다.


(1 - 전혀 그렇지 않다. 2 - 그렇지 않다. 3 - 보통이다. 4 - 그렇다. 5 - 매우 그렇다.)

나는 회사와 나를 동일시한다.

나는 자주 내 마음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 조직에서 나 혼자만 애쓰는 것 같다.

나는 나의 탁월함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퇴근을 해도 늘 불안하다.

주변에 속마음을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직원들이 내 의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합계가 30점 정도를 넘어서면 대부분의 답변이 4점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신호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란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실행사항들을 정리해 본다.

-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시작했을까?를 떠올려보자.

- 내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에 대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솔직히 토로하자.

- 마음이 정리가 되고 차분해졌을 때 직원들에게도 솔직한 나의 마음을 알리자.

-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나만의 시간을 꼭 갖자.


이번 글은 이상한 리더를 비난하려고 쓴 글도 아니고 억지로 실드를 치려고 쓴 글도 아니다. 나는 사실 리더십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개인화된 비판을 가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특별히 '이상한 리더는 왜 저럴까'에 대한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고찰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 자신이 대표로 일하며 거쳐왔던 마음과 생각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나간 기억들이 추억의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기도 했고, 어떤 기억들은 덜 아문 상처처럼 여전히 나에게 쓰리고 아프기도 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이 있다.


맞다. 리더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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