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리더십 시리즈를 시작하며
치유의 리더십 시리즈를 시작하며
나는 리더십이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이 일을 통해 조직 안에서 치유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선 글에서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있는데, 이와 관련한 글들을 본격적으로 연재하기 위해 한동안 시리즈를 구상해 왔다. 이제 어느 정도 구상이 마무리되어 ‘치유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연재하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설계도이다. 아니, 사실은 밑그림에 더 가깝다. 지금부터 연재할 글은 대체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기보다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글이 될 것 같다.
나는 리더십이나 경영의 전문가가 아니다. 사실 전공이 경영학이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때 배운 지식이 지금 나의 리더십과 관련한 이론과 글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글의 시작점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을 읽을 때 글을 쓴 사람의 배경을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여러 조직에서 우여곡절을 겪었고 치유를 경험하기도, 고통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아주 작은 조직에서 대표로 일해봤던 경험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와 같은 사실에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한계라면, 내가 주장하는 리더십과 관련된 내용에 전문가적 식견이나 이론의 정밀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봤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함부로 나의 이론을 가르치려 든다거나 내가 무작정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고자) 한다.
가능성이 있다면 어쨌든 나의 이론의 바탕에 ‘우여곡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공감할만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저명한 학자의 견해를 빌리기도 하겠지만, 내 글은 전체적으로 나의 경험을 근거로 내가 나름대로 정리한 조직과 리더십에 관한 밑그림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나치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내 주장이 옳다는 고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해서 가급적 큰 틀에서의 원칙과 방향을 얘기하고자 한다.
사실 왜 이런 글을 적으려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유명한 조직의 리더였던 경험이 있다거나, 학문적인 충분한 배경이 있어야 그 자격이 생기는 것일까 스스로 되물었다. 결론적으로는 비록 부족하지만 그래도 한번 나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시도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 자신’이었다. 먼저는 내가 그동안 겪었던 우여곡절과 아픔들에 대해 정리해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리더십과 치유의 가능성에 대한 나의 신념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공감하고, 더 나은 리더십을 향한 조금의 동기라도 생기진 않을까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끝에 내 글이 어떤 이의 삶에 아주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일터에서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고 사용한다. 관습적으로 ‘리더십’은 누군가를 이끄는 능력, 주도성 등과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리더십(leadership)은 공동의 일을 달성하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얻는 사회상 영향 과정이다.
- 위키백과 인용
리더십에 대한 여러 정의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 같다. 이런 정의에 대해 나도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세부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더 명확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①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성과를 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목표 달성’을 논하려면, ‘성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②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구성원이 아닌 ‘리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는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사실 리더가 하는 일은 조직 전반에 걸쳐있으며 종합적이다. 한두 가지의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리더만이 할 수 있는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 리더가 집착해서 정작 더 중요한 일을 놓치면 조직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 리더십의 실패로 이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변이 뛰어나다거나, 쇼맨십이 좋은 것을 리더십이 좋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리더가 갖추고 있으면 도움이 될 능력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말을 뛰어나게 잘하거나, 사람들을 강하게 이끌 줄 안다거나 하는 것은 리더십이라는 총체적 활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람인 이상 눈에 보이는 것에 먼저 끌리기도 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측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리더십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오히려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일일 때가 많다. 경영 활동의 구성 요소들을 나열해 보면 비전, 전략, 조직, 성과, 인사, 평가, 보상 등 여러 요소가 있다. 나는 이와 같은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들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 리더가 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결정하고 조직을 구축하는 일, 사람을 선발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 성과를 정의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일 등은 구성원이 아닌 리더가 그 중심을 잡고 해야 할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된 의사 결정과 그 결과는 단기적인 매출과 같은 지표와 달리 당장 중요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아울러 리더십을 논할 때, 조직을 구성하는 핵심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조직을 이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리더십과 관련된 방법론이 지나치게 사람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 제시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적어도 리더십을 논할 때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온전한 방법 제시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리더가 경영 활동의 전체적인 구성을 돌아보고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만들려면 리더는 리더십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사람과 조직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그런 공부와 훈련을 하지 않은 리더들이 정말 많다는 것과, 그 안에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더라도 진실한 의견을 말하고,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해보고 싶다. 이번 시리즈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앞서 언급한 여러 경영 요소 중 리더십의 가장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비전’에서부터 출발해서 리더십의 전반 사항에 대해 주제별로 차근차근 다뤄볼 것이다.
‘조직’이라는 나무
나는 조직을 나무에 빗대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리더를 과수원의 농부라고 생각해 보자. 농부가 기대하는 것은 나무의 열매(성과)일 것이다. 그런데 나무의 열매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열매의 문제를 열매의 탓으로 돌리는 농부는 없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나무의 뿌리부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직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시작하는 진단이 정확한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리더십이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보고 진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경영 과정의 총체이다. 나는 이와 같은 생각의 바탕에서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칙과 견해를 적어나갈 것이다. 앞으로 연재할 글을 통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치유의 리더십’에 이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