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아내가 임신 중이어서 태교여행 삼아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예전에는 괌으로 가고 싶어 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고 보니 괌은 멀어서 힘들 것 같다고 하여 제주도로 결정했다.
# 마일리지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걸 타고 외국에 나가본 건 2007년.(아마도 맞을 것이다) 회사 출장으로 북경에 가게 되면서 여권도 처음 만들었다. 여하튼 그 이후로 몇 차례 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게 되었고 종종은 대한항공을 탔었기 때문에 마일리기가 좀 쌓여있었다. 물론 자주 해외로 다니는 사람에 비하면 너무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제주도는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을 만큼의 마일리지가 있어서 제주도로 가는 편도를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발권했다. 원래 왕복으로 하고 싶었는데 오는 편은 마일리지로 가능한 좌석이 없었다. 마일리지로 여행지에 도착하는 건 꽤나 기분이 좋은 경험이었다.
# 전기차
렌터카를 빌리려고 보니 전기차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대여가 가능했다. 아예 전기차만 빌려주는 업체들도 있었다. 제주도에는 렌터카 업체가 너무 많고 그중에는 영세한 곳도 많아서 되도록이면 들어본 업체에서 빌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기차를 타보려고 다소 생소한 업체에서 차를 빌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 당분간 전기차를 빌릴 일도 살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
예상대로 전기차는 무척 조용했다. 시동이 걸린 것인지 아닌지는 계기판을 보아야 알 수 있었다. 차를 출발하고 가속하는 느낌도 기존의 차량과 매우 다르다. 내연기관이 있는 일반적인 차량들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운전자가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가 차를 끌어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액셀 페달을 밟지 않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약간은 과격하게(?) 밟아줘야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신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이후 가속감은 대단히 뛰어나다. 보통의 자동차는 엑셀을 세게 밟으면 엔진 소음이 요란하게 들리면서 가속이 되는데 전기차는 그런 소리가 없이 일정하게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생각보다 빠른 가속능력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가장 이질적인 부분은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감속이 이루어지는 점이다. 물론 일반 자동차도 엑셀에서 발을 떼면 내리막이 아니고서야 감속되기는 하지만 전기는 그 정도가 아니다. 아예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확실하게 감속이 된다. 차체로도 그 부분이 느껴진다. 회생제동이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정확히는 모르겠고 감속되는 힘을 이용해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기술이다. 이 부분이 상당히 어색하고 거슬리게 느껴진다. 잘 이용하면 거의 브레이크를 안 밟아도 되기는 하지만 습관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첫날은 굉장히 어색했다.
#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
위에서 시기상조라고 썼던 가장 큰 이유인데, 충전이 생각보다 엄청 불편하다. 제주도에 충전소가 많다고 해서 큰 걱정 없이 빌리긴 했는데 의외로 충전소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어지간한 관광지에는 다 있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있다 하더라도 고장 나있는 경우도 꽤 많았다. 전기차 충전소 어플이 있어서 그 어플을 이용하면 현재 사용 중인지 아닌지, 정상 운영 중인지가 표시된다고 했다. 그 어플에 나온 정보를 확인하고 도착했지만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몇 킬로미터 떨어진 편의점에 있는 충전소에 가서 30분 정도 시간을 죽이면서 충전을 해야만 했다.
호텔 주차장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있기는 했지만 일반차량이 주차해놔서 쓸 수가 없었다. 물론 이미 충전을 해놓은 상태라 필요는 없었지만 만약 충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대부분 렌트 카라서 연락처가 쓰여있는 경우는 찾기가 힘들다.
두 번째 문제는 배터리. 배터리가 가진 한계일 것 같은데 남은 잔량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물론 계기판에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되기는 하는데 이게 수시로 바뀐다는 점. 배터리 잔량을 막대그래프 형태로 보여주고 옆에 주행 가능 거리도 함께 표시가 되는데, 분명히 그래프의 남은 잔량은 줄어들었는데 주행 가능 거리는 늘어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알아서 연비가 좋아지는 건가.
그리고 꽤 치명적인 부분인데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정확한 잔량도 알기 어렵고, 충전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가 술술 없어지면 상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건 내가 빌린 차량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에어컨이 전혀 시원하지 않다. 3월 말에도 제주도에서는 한낮에 운전하려면 약간 덥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고 싶어 지는데 한 여름에 이런 상황이라면 이 차는 쓸 수가 없다. 친환경 차량이라 에어컨을 못 틀게 한건 지도 모르겠지만.
# 신라호텔
이번 제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특 1급 호텔인 만큼 리셉션부터 좋았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된 리셉션 장소로 안내해줬고 웰컴 드링크(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음)를 주면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금세 체크인을 진행했다. 객실 상태는 깨끗했고 채광이 잘돼서 좋았다. 건물이 지어진지 조금 된 편이라 아주 새것은 아니었지만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직원들이 친절했다. 물론 특급 호텔인 만큼 친절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통의 다른 호텔보다 조금 더 친절하다고 느꼈다.
아이들을 동반한 손님들이 많았는데 호텔에서 그에 대비한 서비스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젖병소독기, 가습기, 아기침대, 가드 필로우(이것도 맞는 용어인지 모르겠는데, 잘 때 옆으로 안고 잘 수 있는 긴 베개) 등을 요청하면 모두 구비해줬다. 라텍스 베개도 있다고 했는데 굳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수영장은 실내 1개 야외 2개가 있었는데 야외 수영장 1개는 성인 전용이었다. 19금 의미의 야릇한 그런 것이 아니고 일종의 노 키즈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아이와 동반한 손님이 많아서 일반 수영장에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아이 없이 온 손님들도 쾌적하게 수영할 수 있도록 분리된 공간인데 우리 부부 같은 경우 이용하기에 딱 좋았다.
신라호텔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키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 상당히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하루 종일 프로그램을 돌리면 부모가 한나절을 편히 쉴 수도 있다고.
호텔에서 조식을 제외하고는 뭔가 음식을 따로 먹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제주 신라호텔에서는 pool side bar에서 파는 한우 차돌 짬뽕이 맛있다고 하여 먹어봤는데 다소 비싸긴 했지만 먹을만했다. 짬뽕은 한 그릇만 주문하고 후라이드 치킨과 함께 먹었는데, 2명이 한 그릇을 주문해서 그런지 옆 테이블보다 짬뽕에 들어있는 해산물이 많았다. 전복도 3개나 들어있었고 대게 다리도 4개, 새우 2마리(딱새우처럼 생긴 것. 일반 새우는 아니다), 차돌박이 등등 구성이 매우 푸짐하다. 혼자서 먹으면 양이 많을 정도.
후라이드 치킨은 보통이었다. 호텔이라고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다는 것. 먹을 만은 했다.
# 칠십리 고기완자
보통은 제주도에 가면 갈치조림이나 보말국, 회 아니면 흑돼지 등등을 먹게 되는데 고기 완자라니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친구에게 제주도에 여행 간다는 말을 하자 고기완자 파는 집이 있는데 맛있으니 한 번 가보라고 했다. 내가 거기가 칠십리 고기완자 아니냐고 했더니 어떻게 알았느냐며 놀라워했다. 아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가보자고 했다고 하니 아직 그리 유명한 집이 아닌데 신기하다고 했는데, 사실 그 친구 아내 인스타그램에서 내 아내가 보고 말해준 것이었는데 내가 잠시 잊어버리고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것으로 생각했었다.
완자 자체도 괜찮았고 곁들여 먹는 베리류 소스(블루베리인지 라즈베리인지 잘 기억이..)가 생각보다 완자에 아주 잘 어울렸다. 그 소스가 있다면 고기완자 두 접시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친구가 추천해준 음료가 있었는데 토마토 에이드다. 토마토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토마토 음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주스는 케쳡에 물을 타 먹는 기분이 들어서 별로다. 친구가 워낙 극찬을 해서 맛이 궁금했는데 먹어보니 정말 신기한 맛이었다. 분명 토마토 맛이 나기는 하는데 내가 싫어하는 그럼 종류의 맛이 아니었다. 에이드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이랄까. 친구가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그렇게 유명해지지 않은 집인 듯하다. 제주도에 와서 뻔한 메뉴를 먹고 싶지 않을 때 방문하기 좋은 식당이다.
# 볼스카페(VolksCafe)
3박 4일 일정 중 마지막 날 들렀던 카페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이곳을 가려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생각한 곳은 바다가 보이는 풍경 좋은 카페였다. 하지만 야외에 앉아야 하는 카페인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어서 적당하지 않아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아내가 검색을 하다가 (주로 아내가 검색을 한다. 나는 운전 담당) '이정의 댁'이라는 곳이 괜찮아 보여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찾아갔더니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휴무일이었던 것.
조금 허탈한 마음에 다시 검색에 돌입했다. (역시 아내가 한다.) 그러다가 볼스 카페를 찾았는데 요즘 힙하다는 성수동 카페와 분위기가 비슷해 보였다. 여기도 괜찮겠다 싶어서 바로 차를 돌려서 카페에 도착했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요즘 유명한 카페는 어느 정도 베이커리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이 카페에도 대략 6~7가지의 빵 종류를 갖추고 있었는데 팡도르도 있었다. 별 모양의 기둥처럼 생긴 빵에 하얀 슈가파우더가 잔뜩 올라간 모양새를 갖춘 빵이다. 독일에서 명절 같은 때에 먹는 빵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요즘 이 빵이 대세인지 핫하다는 곳에 가보면 죄다 팔고 있다. 제주도에서 들렀던 다른 빵집에서도 이 빵을 메인으로 팔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가게의 주력은 아무래도 직접 수확한 한라봉을 착즙 해서 만든 주스인 것 같다. 아내는 한라봉 주스를, 나는 얼그레이 밀크티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 카페는 밀크티도 맛있다. 물론 좀 달달한 편이라서, 밀크티는 조금 달달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런지도 모르지만 정말 맛있다. 의자가 편한 것은 아니어서 오랜 시간 앉아있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관광객이 많아서 오래 있는 손님은 별로 없었다. (주변에 보통의 집들이 많은 그런 위치는 아니다)
# 김만복 김밥, 오메기떡
아래에 쓰겠지만 진에서 사태로 김만복 김밥을 제대로 먹지는 못했다. 원래는 공항 가는 길에 사서 공항에서 먹고 비행기를 타려고 했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밤에 집에 도착해서 먹게 되었다. 시간도 많이 지나고 딱히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상태도 아니었지만, 굳이 다시 먹고 싶지는 않은 음식이다. 특히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전복 내장으로 비빈 밥에 김 싸놓은 정도. 더 길게 쓰기도 힘들군요.
오메기떡은 떡을 좀 좋아하는 편이라면 먹어볼 만하다. 제주도 특산물이라 생각하고 먹어봐도 좋다. 오메기떡은 여기저기 파는 곳이 많고, 제주공항 근처의 재래시장에도 많이 팔고 있으니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미리 검색을 해서 달지 않는 오메기떡을 파는 곳에서 사다 먹었는데 맛있었다.(역시나 검색은 아내가)
# 진에어 사태
위에서 언급했는데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사건이 좀 있었다. 국내선의 경우 수속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하는 편이다. 제주공항에 들어서 보니 무언가 굉장히 긴 줄이 하나 있었는데 진에어 수속 줄이었다.
사실 마지막 날이 되기 전에 모바일로 체크인을 하려고 아무리 시도를 해도 페이지가 열리지 않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당일 공항에 와보니 그야말로 아수라장. 시스템 교체를 얼마 전에 했는데 장애가 나서 수속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4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4시 40분 비행기 탑승자는 아직 발권도 안된 상황이었다. 진에어 직원들이 뛰어다니고 생고생하면서 겨우 수속을 완료시켜 다행히 비행기를 놓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마음 졸이며 초조했던 기억 때문에 앞으로 진에어를 탈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아내도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