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서울 밖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

우리 앞에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으면

by 파도

서울 밖을 선택한 사람들을 시작한 지 어느덧 세 달이 지났네요. 13편의 이야기를 전해드린 후, 첫 번째 시즌을 마치며 저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려 해요. 저는 왜 서울 밖을 선택했으며, 왜 그 이야기를 이토록 전하고 싶은지에 대해서요. 인터뷰의 형식을 빌려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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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성에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2021년 7월, 스물넷의 나이로 연고 하나 없는 의성에 처음 살게 됐어요. 일 때문이었죠. 2020년 9월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에 입사해 서울에서 몇 달 일을 하다가, 로컬 임팩트 캠퍼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러 의성에 가게 됐어요. 의성을 가는 건 면접을 볼 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거라, 저는 의성을 선택했다기 보단 서울에 본사를 뒀던 회사가 '의성에서 프로젝트를 할 건데 괜찮냐'고 했을 때, 그러기를 택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쉽게 서울 밖에서 일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로컬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진로고민을 하던 중 로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사실 저는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에 가면 행복해진다'는 공식에 크게 개의치 않았던 사람이었어요. 운이 좋게도 공부에 조금 재능이 있어 연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취업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한 활동들은 하나도 하지 않았죠. 스펙이 될 만한 활동 대신 열정을 다해서 음악동아리 활동을 했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렇게 대학교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이 됐고, 남들은 다 취준을 위해 도서관에 박혀있기 시작했는데 저는 뭘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나답게 살고 싶었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다 결국 '나도 그냥 취준을 해야 하나' 싶어서 이력서를 써보려는데, 거기에 쓸 말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가치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 삶이, 종이 한 장 앞에 한순간에 가치 없는 인생이 된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코로나로 인해 고향인 광주로 돌아가게 됐고, 우연히 목포 괜찮아마을 홍동우 대표님(Ep.1의 주인공)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어요. 그걸 보고 '이런 삶도 있구나.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사실 그 때 했던 생각은 괜찮아마을의 참가자로 가보고 싶다는 정도였는데, 면접 때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멘토리 권기효 대표님이 '우리도 의성에서 괜찮아마을 같은 거 만들거'라고 하며 저한테 그냥 졸업 해버리고 계속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하셨어요. 원래는 제가 휴학한 상태로 인턴만 하려고 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능했다 싶지만, 그 말을 듣고 저는 '내가 참가자로 가고 싶었던 활동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고? 너무 좋잖아?!'라고 생각하며 바로 수락을 했고요. 그게 저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멘토리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멘토리 유람단'이라는 이름으로 다 같이 군산, 지리산포럼, 제주, 공주 등의 다양한 지역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개인적으로 로컬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했죠. 그러면서 저는 '로컬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다 나다운 삶을 사는 것 같다. 그럼 나도 로컬에 가면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후 의성에서 반년을 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공고해졌고, 저희 회사가 행안부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되며 저는 의성 청년마을 대표로 활동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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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서울 밖의 이야기를 전하나요?


의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지금도 제가 일을 하는 이유는 같아요. 한국 청년들에게 진로 선택지의 다양성을 확보해주고 싶어서가 그 이유인데요. 저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필요 이상으로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높은 압박에 시달리고, 우울한 것이 참 속상하더라고요. 물론 서울로 가게 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조금이라도 그걸 완화하고 싶었어요. '서울이 잘 맞는 사람은 서울에서 살면 되지만, 서울이 맞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살 자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제 소개를 하면 대부분 '저도 서울 밖에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 수 있을 지 막막해서 못가겠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고, 그러면 제가 서울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레퍼런스를 보여준다면 조금이라도 용기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막연한 불안감을 손에 잡히는 질문과 과제들로 바꾸어줄 수 있다면, 서울의 청년들이 좁은 자취방, 출퇴근길 지옥철,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마주했을 때, 서울을 떠나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보자는 선택을 좀 더 쉽게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테헤란로 직장에 다니며 한강뷰 오피스텔에 입성한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삶을 직접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를, 이를 통해 서울에서의 삶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삶을 보다 수월하게 선택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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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성에 살면서 느꼈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수도권에만 살던 사람들은 쉽게 '서울 밖', '지역'은 다 똑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로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역 바이 지역'이라는 말을 할 만큼 모든 지역들이 다 특성이 달라요. 인구 규모, 지자체의 예산 규모, 산촌/어촌/농촌, 관광지인지 아닌지, 주요 산업이 무엇인지, 주민 커뮤니티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등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이죠.


저는 광주광역시에서 학창시절을 다 보냈고, 서울에서 대학시절을 보냈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거의 쭉 의성에 있으면서 업무로 인해 다양한 지역들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다양한 종류의 지역을 직접 경험해본 것이다 보니, 좀 더 객관적으로 지역별 특징을 비교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요. 가장 크게 체감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교통체증'이에요. 좀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인데요. 그래서 의성에 살 때 마음이 정말 편했어요. 저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나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즉, 교통체증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더라고요.


의성에서는 교통체증을 겪어본 적이 없고, 출퇴근도 자전거로 단 7분만에 할 수 있어요. 덕분에 에너지가 정말 많이 보존되죠. 서울에서는 출퇴근길에 지하철 한 번만 타도 그날 하루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는 느낌인데, 의성에서는 퇴근 후에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요. 하지만 차가 없었을 때는 의성 내 이동도, 지역 간 이동도 차편이 너무 없어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광역시보다 작은 지역에 살 때는 차가 필수인 것 같다고 느껴요. 광주는 출퇴근길에는 길이 많이 막히지만 서울보다는 덜하고,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어서 차 없이도 여기저기 잘 돌아다닐 수 있어요.


또, 효능감도 달랐어요. 사람마다 행동의 이유가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돈, 명예 같은 것들이요. 제 경우에는 영향력이에요. 저는 제 활동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가 저를 계속 힘있게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거든요. 그런 면에서 의성처럼 작은 규모의 지역은 제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지역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만드는 걸 볼 수 있어서 일할 동력을 늘 얻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 팀이 의성 청년들의 여가생활과 연결을 만들기 위해 의자매라는 여성 풋살 팀을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좋은 반응을 얻어서 저희가 빠져도 주민들끼리 운영하는 커뮤니티로 정착되기까지 했는데, 거기 참여한 언니들이 저에게 '의자매가 내 삶을 바꿨어, 너무 고마워'라는 말을 정말 진심으로 해준 적이 있어요. 의성은 청년이 적다 보니, 의자매를 비롯해 저희가 운영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의성 청년들이 전체 의성 청년들 중 꽤 유의미한 비율을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저의 활동이 의성 청년들의 삶을 더 재미있게 했다고 말할 수 있었고, 그게 저에게 참 큰 의미였어요.


한편 서울은 너무 크고, 광주도 크기 때문에 제가 서울을, 광주를 바꿀 수 없어요. 하지만 의성 주민들의 삶에는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수 있었죠. 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늘 관심이 큰 사람이다 보니, 그게 커다란 동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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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청년 커뮤니티 FC의자매, 출사모임 담담



Q. 서울 밖에서 계속 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창시절부터 우리는 늘 원치 않는 레이스에 참여한 선수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냥 때가 되어 학교에 가게 된 것 뿐인데, 성적으로 등수가 매겨지고 우열이 가려지는 사회, 성인이 되면 취업한 직장이나 버는 돈으로 사회적 서열이 정해지는 사회. 그 경쟁이 우리를 병들게 했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각박한 사회, 자살률 1위인 사회를 만들었죠. 저는 더이상 그 강제된 레이스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길을 선택했어요. 지역에서 산다는 것은 레이스가 진행되는 트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보니, 서울에서 살 때보다 훨씬 비교와 경쟁에 덜 시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이건 저희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자주 이야기했고, 로컬에서 사는 동료들도 많이 공감하는 이야기라 저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 이유로 저는 로컬에서의 삶을 알리고 싶은 거고요.


또 다른 이유는 삶의 질이에요. 저는 의성에서 일하며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회사에서 운영하는 숙소에 살았기에 집값이 들지 않았고, 식재료나 식당의 물가도 싸고, 가게가 많지 않아 돈 나갈 일이 적어서 아주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었어요. 서울에서 제가 살았던 자취방보다, 또는 제 친구들의 자취방보다 제가 사는 환경이 더 좋았고요.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 출퇴근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 점도 정말 좋아요. 자연과 가깝기 때문에 에너지가 더 자주 충전되는 것도 좋고요. 숙소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예쁜 강이 있고, 차로 30분만 가면 여름에는 초록빛,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이 펼쳐지는 평야도 있죠. 저는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차로 1시간만 가면 영덕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어요. 작은 동네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훨씬 정감있었죠. 의성에서는 제 일터와 삶터가 동일하니까 정말 '나의 동네'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서울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거든요. 이런 것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서울로 다시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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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워크숍을 진행하는 사진, 종종 자전거를 타며 누렸던 숙소 바로 옆의 남대천


Q. 모든 사람에게 서울 밖에서의 삶을 추천하나요?


처음에 제가 나만의성을 운영할 때는 경험해보면 누구나 다 좋아할 거고, 로컬로 오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보통의 사람들과 성격이나,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매우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 할수록 점점 겸손해지고, 단정짓는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모두에게 맞는 선택지라는 생각은 더이상 하지 않아요. 돈을 정말 많이 벌고 싶은 사람,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커리어의 정점을 찍어보고 싶은 사람 같이 정말 성공을 좇아서 달려가는 사람은 아마 서울이 더 잘 맞을 거예요.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아이템을 선택해 로컬 창업 성공 신화를 쓰는 게 아니라면요.


제가 생각하기에 서울 밖에서의 삶이 잘 맞는 사람은 두 종류인 것 같아요. 자기주도성이 높거나 지향하는 가치가 뚜렷한 사람, 그리고 자연을 좋아하고 잔잔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 내가 이 둘 중 하나에 해당된다고 생각이 든다면, 다양한 지역에서 정말 많은 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니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추천해요. 직접 경험을 해봐야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거든요.


저도 앞으로의 여정이 어떻게 될 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로컬로 오면 행복해져요, 무조건 오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점에 계시다면, 제가 지금까지 전해드린 이야기들이 '서울 밖이 좋은 선택지일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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