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이야기를 맥주에 담아냅니다
호피홀리데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펍인데요, 무려 경북 의성에 있는 수제맥주 펍이자 공방이랍니다. 저의 의성살이시절을 한층 더 즐겁게 만들어주었던 곳이고, 큰 고민을 마주할 때마다 달려가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얻곤 했던 곳이에요. 맥주는 말할 것도 없이 맛있고요.
대표님의 일정을 옆에서 보면 정말 동에번쩍 서에번쩍 홍길동인데요. 그런데도 늘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맥주들도 계속 출시가 되더라고요. 그 비법이 무엇인지도 궁금했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로컬의 스몰브랜드를 만든 과정도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드렸어요. 역시나 에너지 넘치고, 다양한 인사이트들이 생긴 인터뷰였는데요.
청년 창업, 로컬 창업에 관심 있다면, 수제맥주를 즐긴다면,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오늘의 인터뷰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경북 의성에서 맥주 공방이자 탭룸인 호피홀리데이를 운영하고 있는 김예지라고 해요. 호피홀리데이에서는 원데이 클래스 같은 취미반에서부터, 조금 더 진지하게 양조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맥주 양조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지역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탭룸의 역할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로컬에서 나는 재료들을 활용해 맥주를 만들고 유통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정말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인사팀에서 일을 했는데,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해서 즐기면서 했고요, 진급에도 욕심을 내면서, 삶의 영역에서는 적당한 문화 생활도 즐기면서,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직장인들이 루틴한 삶을 살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깊게 생각을 하는 시기들이 오는 것 같아요. 저에게도 그 시기가 왔고, 제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저 스스로에게 뭔가를 마음껏 해주고 싶었는데, 뭘 해줘야 할 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이것저것 적기 시작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창업이었고,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겁 없이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면 좋을까 알아보는데, 다 레드오션이더라고요. 저는 너무 과한 경쟁 시장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조금 덜 경쟁하면서도 내가 좋아하고 즐겨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맥주를 선택하게 됐어요. 마침 그때 제가 취미로 맥주 양조를 하고 있었거든요. 맥주 공방이 전국에 몇 개 있지 서칭을 해봤는데, 당시에 전국에 5개가 있더라고요. 서울에 4개, 부산에 1개였어요. 대구경북에는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이거다!' 하고 시작했어요. 중부지방의 퍼스트무버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었죠.
원래 제가 고향이 대구여서, 처음에는 '그래도 도시에서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대구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부동산을 엄청 열심히 찾아 다녔었어요. 그러면서 맥주와 관련된 행사들도 자주 다녔는데요. 맥주의 한 재료인 '홉'과 관련된 축제도 가고, 서울에서 열리는 여러 박람회도 가고 하다보니, 그런 모든 장소에서 홉이든 농부님들을 우연히 계속 마주치게 되는거에요. 의성에서 홉 농사를 짓는 농부님이셨는데, 제가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아시고는 저에게 의성에서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주셨어요. 지역민과 외지 청년이 한 팀이 되어 하는 창업을 지원해주는 지원사업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의성에서 하게 됐어요.
사실 객관적인 조건은 도시가 더 낫긴 하지만, 제가 의성이 더 좋겠다고 결정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맥주 공방에서 작은 배치(*batch, 한 번에 양조되는 맥주의 양)로 만든 맥주들은 유통이나 판매가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고객분들께 소개하고싶은 맥주를 만들려면 무조건 양조장을 해야된다는 걸 알게됐고, 양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 큰 땅같은 것들도 필요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바로 근처에 맥주 주재료인 홉을 생산하는 농가가 있고, 로컬에서는 쓸 수 있는 재료들이 다양하니까 그런 걸 활용할 수 있는 의성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자금이 가장 큰 이유였죠. 서울에서 하려면 좀 힘든 자금이었고, 제 기준에서는 경쟁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보였어요. 저는 창업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중부 지방을 가야겠다고 결정했었어요. 심한 경쟁에 노출되지 않고, 제가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곳이 서울 밖이 유일했던 거죠.
이것도 명확하게 자금 문제인데요. 전통주 양조장에 비해 맥주 양조장은 설립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주세법상 허가가 나는 규모가 달라서요. 당장 맥주 양조장을 설립할 만한 자금도 없었고, 누군가를 고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해야 했어요. 그래서 좀 더 접근성이 좋은 공방으로 시작을 했죠. 공방에서는 양조를 계속 하니까, 끊임없이 레시피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기잖아요. 궁극적인 목표가 양조장을 운영해서 저의 맥주를 소비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거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도 공방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방을 오픈한 직후부터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는데, 지금 돌아보면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때 당시가 SNS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시기였거든요.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막 생기기 시작했고요. 저같이 확실한 취미 영역이 있으면 취미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서로 맞팔을 하고, '이 사람은 무슨 술을 마셨지?' '이번에는 무슨 양조를 했지?' 이런 것들을 보곤 했어요. 그런 분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브랜드 양조장도 팔로우하지만, 거기에 소속된 양조사들도 많이 팔로우를 했거든요. 그들의 인플루언서였던거죠.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저는 맥주 씬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련된 인맥도 없었고 경험도 너무 부족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맥주 관련 행사를 찾아다녔고, 거기에서 만나게 된 분들과 소통하고 소개받고 하면서 나름의 네트워크망이 형성됐어요. 그리고 공방을 오픈할 때 그분들께 일일이 연락을 드렸죠. '저희가 오픈 행사로 홉 관련한 세미나도 열고, 생홉을 직접 수확해서 양조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 맥주시장이 다 수입으로 이루어져있다보니, 저희는 자급자족에 대한 부분을 비전으로 삼으려하는데, 양조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그 양조사분들을 초대했어요. 그랬더니 다들 흔쾌히 의성에 와주셨고, 여기서 생홉을 수확해서 양조를 하는 것들을 다 SNS에 올리잖아요. 그분들을 팔로우하던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 그 게시물들을 보고 '한국에서 홉이 난다고? 나도 가볼까?'하면서 많이 와주셨어요.
옛날에는 한국에 홉 농가가 많았는데, 그게 다 사라진 지가 몇십 년이 된 상태였어요. 그리고 홉이든도 저보다 한 2년 정도 먼저 시작하셨던거라, 홉 농가 자체가 한국에 거의 없었다보니 건조되기 전의 생홉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었죠. 외국에서 홉농사를 짓는 곳에 가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양조사분들에게도 넝쿨에 달려 있는 신선한 홉을 바로 뜯어서 직접 시향을 해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이벤트였을 거에요. 다 함께 마을 한 바퀴를 돌고, 홉밭에서 직접 수확을 하고, 그 수확한 홉을 가지고 와서 가공하는 것도 다 같이 했는데, 이건 정말로 농장과 공방이 근거리에 위치해있어서 가능한 프로그램이었죠. 지금까지도 1년에 한번은 무조건 하고 있는 행사에요.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어요.
작은 브랜드일수록 차별성이 선명해야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로컬에 위치해 있다면, 로컬의 색깔을 선명하게 내는 것이 강점이자 차별성이 될 수 있겠죠. 도시에 있는 분들이 농부님들 이야기, 로컬 이야기들을 담아서 한 번씩 팝업처럼 하시지만, 그게 브랜드의 핵심가치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저는 기반 자체가 로컬에 있고, 제가 위치한 이 곳의 이야기들을 제품에 담아낸다면 소비자분들께 더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꼭 맥주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이야기가 녹여져 있고, 그걸 소비자분들께 조금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녹여서 소개시켜 드릴 수 있다라는 게 로컬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로써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가장 큰 강점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저희 맥주 중에 '안계평야'라는 맥주는 직접 안계평야를 보시면서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의성에서만 판매를 해요. 사실 안계평야는 정말 튀는 것 하나 없는 무난한 맥주예요. 슴슴함, 무난함과 은은함이 주 무기인 이 드링커블한 맥주기 때문에, 서울의 다른 화려한 맥주와 비교했을 때 임팩트는 없을 수도 있고, 쌀이 들어간 맥주라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가 궁금해 시간과 비용을 내서 오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더 열린 시각과 마음으로 이 아이를 즐겨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어요.
그럼요. '너는 나의'는 제가 코어라인을 완성한 후 첫 번째로 출시한 캐릭터가 선명한 맥주인데요. 맥주 씬에 관심 있으신 분들 중에서 호피홀리데이가 맥주 공방까지 하는데 왜 이렇게 무난하고 임팩트 없는 맥주들만 만드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일단 큰 시장을 잡아야 했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베이직 라인 5개로 코어 라인을 먼저 완성했고요. 이제 변주를 보여주겠습니다!하고 홈브루 베이스의 레시피를 750ml의 빅보틀 사이즈에 녹여냈어요. 이 이후에도 홈브루의 스피릿을 담아낸 라인업들이 대기하고 있고,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이 생딸기와 생바질을 활용한 팜하우스 사워비어인 '너는 나의'였어요.
공방에서 나온 레시피로 상품을 출시했던 건 저의 경험에서 비롯된 거였는데요. 창업을 준비하던 당시 제가 문래동의 공방에 많이 다니면서 허브나 과일같은 것들로 테스트 배치를 많이 해봤었는데, 그 공방 사장님이 "이번에 우리가 상업 배치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예지씨 레시피로 한번 해볼까요?"라고 하셨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 이태원에 브루독이라고 하는 브루어리에서 첫 상업 배치를 하게 됐어요. 제 맥주가 다른 펍들에 꽂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피드백을 주시고 하는데 너무 신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아 공방이라는 곳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홈브루(*집에서 맥주를 만드는것) 시장이 커질수록 크래프트 비어 시장도 더 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해 줬을 때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신이 나잖아요. 원래 그런 부분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적인데, 이렇게 상업 배치를 하게 되면 기존에 형성된 유통망을 통해서 전국에 있는 다양한 업체들에 퍼지게 되고, 그 곳들을 방문한 고객분들께도 닿을 수 있고 하다보니 그런 게 홈브루어 분들께는 너무 즐거운 경험이 되는거죠. 그래서 저도 이 레시피를 만드신 호홀러(*호피홀리데이를 애정 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부르는 애칭)분들께 이름이 각인된 바틀과 맥주 한 박스씩을 선물해드리고, 인터뷰도 진행해서 저희 홈페이지의 맥주 소개 페이지에 올려두었어요.
재료를 아낌없이 쓸 수 있다는 부분은 확실히 유리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예를 들어 딸기로 맥주를 만들고 싶다 하면 마트 가서 딸기를 사야 되잖아요. 비용이 비싸니까 적당한 선 안에서 사게 되고요. 그런데 농부님들이랑 양조를 하면 작물을 정말 많이 가져오시거든요. 원래 상품성이 없는 딸기들은 잼을 만들거나 폐기를 한대요. 그런데 자기가 농사지은 작물들을 버리는 게 아깝잖아요. 원래라면 버려질 것들을 활용해 맥주를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으니 너무 즐거우신 거죠. 저도 원래는 아끼면서 재료를 썼었는데, 실컷 재료를 써보고 결과물도 받아볼 수 있으니 즐겁고요. 지난번에 일곱분의 농부님들이 같이 양조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몰트라고 일컫는 곡물은 6kg였는데 딸기가 11kg정도였던 적이 있어요. 복숭아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처음에 저는 홈페이지 빌딩에 크게 욕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 오게 된 계기였던 홉이든 농부님들께서 홈페이지를 정말 잘 만들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죠. 두분 다 귀농 전에 원래 본업이 있으셨는데, 남편분은 본업이 IT쪽이셨고 아내분은 무역업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남편분께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셨어요. 만드는 과정에서 슬로건이나 제가 가고 싶은 방향 등에 대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런 것들을 고스란히 홈페이지에 녹여내주셨더라고요. 사실 업체에 의뢰해서 만들게 게되면 브랜드 철학이나 비전같은 걸 녹이기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 워낙 원래 대화할 기회가 많았고, 저를 굉장히 애정해주시는 마음으로 만들어주셨다보니 정말 잘 만들어졌죠.
첫 제품인 의성 라거가 출시됐을 때도 동영상도 찍어주시고, 스토리텔링도 잘 해주셨어요. 그걸 보고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그 과정을 경험하면서 기록의 힘을 크게 느꼈죠. 단순히 우리 이번에 무슨 재료 써서 제품 냈으니 드셔보세요보다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 제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를 잘 기록해두면 소비자분들의 입장에서도 훨씬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매개체로써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있어요. SNS에는 굉장히 짧은 글과 사진 몇장만 담기지만, 홈페이지같은 경우는 좀 더 품을 들여 글을 읽기 위해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처음부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들어오셔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을 받기가 좋더라고요.
한 곳에서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적이지만, 제가 누군가와 함께 하면 소비자분들께 더 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전달드릴 수 있으니까요. 여기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까지 운영된 성냥공장도 있고, 산수유 마을도 있고, 사진을 잘 찍는 작가님도 계세요 하는 식으로 제가 소개해드릴 수 있는 세상이 커지면 소비자분들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지잖아요. 그래서 의성 내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업을 하고 있고요.
양조장들과의 협업은 제가 양조장을 갖고 있지 않고 집시브루잉(*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양조를 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에요. 양조장마다 설비가 다 다르고, 가지고 계신 이야기들도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맥주를 만들 때 제가 원하는 것들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장비를 갖고 있는 양조장들과 맥주를 만들고, 양조장의 이야기도 함께 전달하고 있어요.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에요. 예를 들어, 성광성냥공장의 스토리를 담아 만든 성광포터는 농익은 베리류의 뉘앙스와 스모키한 캐릭터를 담고 있어요. 보통 흑맥주라고 부르는 포터나 스타우트는 대부분 커피나 초콜릿 캐릭터에 치중이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이 성광포터는 성냥공장을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에, 붉은색 불이 연상되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의성라거의 경우에는 홉이든과 협업해서 국산홉을 써서 만든거였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맛을 구현했어요. 홉의 가장 큰 특징이 아로마, 그리고 쌉싸름한 비터거든요. 이걸 가장 잘 담고 있는 스타일을 만들려다보니 라거 중에서도 이탈리안 필스너라는 스타일을 선택했고, 시골의 풍경, 의성의 녹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풀내음이나 허브의 뉘앙스로 표현을 했죠.
이렇게 하면 '아 이 맥주는 이런걸 표현하기 위해 이런 맛을 냈구나' 하면서 알아보는 재미도 있고, '이 성냥공장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하며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저는 특히 가치소비 영역에서는 경험을 증폭시킬수록 만족도가 커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마시는 재미'가 생기면 소비자분들께도 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니까, 그런 스토리를 맥주로 잘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하루, 한 주는 천천히 흐르는데 한 달과 1년은 굉장히 빨리 흐르더라고요. 저는 일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바로 기록하는 걸 습관화하는 편이고, 디테일을 제가 놓칠 수도 있으니 상대에게 문자나 카톡을 한번 더 남겨달라고 부탁을 드려요. 저녁 시간에 그걸 보면서 일정을 한번 더 디테일하게 정리하죠. 보통 거의 2-3개월 정도의 스케줄이 미리 잡혀있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은, 스케줄을 직전에 확인하는 거에요. 크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앞뒤를 비워서 그걸 준비하는 데 오로지 에너지를 들일 수 있게 세팅을 해두는 편이고, 그 외에는 내일의 스케줄을 오늘 저녁에 확인해요. 그래야 내일의 일정을 미리 염려하지 않고 온전히 오늘 하루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저는 멀티가 되는 사람이 아니라서,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할 때 다른 걸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선택한 방법이에요. 뒷일을 미리 염려해버리면 지금 제대로 해내야 되는 일들에 집중을 못하더라고요. 사람 심리상 급한 일이 생기면 중요한 일을 미뤄두고 급한 일부터 하게 되기도 하고요. 단, 실수하지 않도록 디테일한 스케줄링을 할 때 우선순위 설정을 잘 해두려고 하고, 체크리스트를 자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저는 콜라보를 한 덕분에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브랜드는 이제 막 시작한 병아리인데, 제가 콜라보를 한 업체와 함께 노출이 되면 그들이 가진 브랜드파워에 제가 같이 갈 수가 있잖아요. 저는 집시 양조를 했기 때문에 콜라보를 할 수밖에 없어서 더 자연스럽게 혜택을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내가 자금상황 상 소규모로 시작해야 하는데, 혼자서 온전히 하는 게 좀 버겁고 유통기반이 없다면, 혼자서 아등바등하지 말고 이렇게 숟가락을 좀 얹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죠. 그리고 작은 브랜드일수록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브랜드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창업을 하는 게 명확한 경쟁력이 되는 경우라면 추천해요. '이 지역에 이게 없으니까 내가 가서 한번 해보지 뭐' 하고 오면 너무 힘들 거에요. 워낙 시장 자체가 작고, 지역사회는 서로서로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기존에 살고 계시는 주민분들은 아무리 새로운 게 생겼다고 해도 몇 번 가보고는 다시 내가 아는 사람 가게에 가는 편이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여기서 하면 사람들이 품을 들여 찾아와줄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있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어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주류를 매개체로 한국의 재료를 활용해 소개드리는 걸 계속해서 할 것 같아요. 그 과정에 있어서 제조업을 시작하는 것도 진지하게 시도하고 있는 단계고요. 그게 잘 풀리면 프랜차이즈 사업도 늘리고,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 시장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저는 성격 자체가 긍정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어서 '적응을 해야겠다'고 크게 마음 먹은건 없었어요. '오늘 햇볕이 너무 좋네? 행복하다' '마당에 꽃이 폈네? 행복하다' 이런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적응하기에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긴 해요. 제가 청년 창업 1기로 들어왔었는데, 당시 저 말고도 같이 들어온 친구들이 있었고, 마침 또 의성 살아보기를 하는 친구들도 꽤 있어서 저처럼 이 지역이 낯선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한번에 우르르 들어온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랑 많이 교류를 했었어요. 그리고 의성에 '펍'이 여기가 유일하거든요. 술집은 있지만 펍은 없는데, 그래서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는 동네 청년분들이 많이 놀러오셨어요. 그러면서 동네 분들과도 얼굴을 틀 수 있었죠. 그래서 적응하기 위한 절실한 노력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이런 건 있었어요. 여기는 도시에 비해 지역사회가 작고 사는 사람도 적다 보니, 한명 한명의 이야기나 변화가 모두에게 공유가 돼요. 그래서 언행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예를 들면 저희가 친구들 만날 때는 시원하게, 또는 화려하게 입고 가도 전혀 부끄럽지 않지만, 명절에 친척 어르신들 만날 때 탱크탑 입고 갈 수 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여기서는 명절에 만나는 일가 친척 어르신들과 내내 삶이 공존하는 것 같은 심리적인 느낌이 있어요.
저는 커뮤니티는 다양하게 하지 않고, 의외로 낯을 가려서 대화하는 방식이나 일을 추진하는 방식, 즉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랑 좀 더 많은 교류를 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동네에서 협동조합을 친구들이랑 같이 만들었고, 그들과 함께 이 지역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드는 일들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술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투어를 만들어본다거나, 작가님이나 음악가분들을 초대해 지역민들이 재미있어하실 수 있는 걸 추진해본다거나, 이런 식으로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여러가지 일들을 해봤어요. 요리하는 친구들은 무료로 쿠킹 클래스를 하고, 저는 맥주를 가르쳐주고, 활동가 친구들은 주민분들을 대상으로 문화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요. 그런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 같아요. 본업에서 채우지 못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같이 채워가는 친구들이 있죠.
자연만이 주는 탄성을 자아내는 순간들이 있어요.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시야도 막혀있고, 사람도 너무 많다보니 시각적 피로도 크고, 온전히 휴식하지 못해서 뇌가 피로해지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온전한 쉼을 경험할 수 있어요. 방을 안치우게 되면 피로가 덜 회복된다는 과학적인 이야기가 있잖아요. 시야에 잡히는 게 너무 많으면 본인은 인지하지 않더라도 뇌에 그게 다 기록되고, 볼 것과 보지 않을 것을 가려내는 데에 소비되는 에너지들이 있대요. 도시에서의 삶이 이와 비슷한거죠. 그냥 일상에서 광고판에 계속 노출되고, 정보가 계속 강제적으로 주입이 되잖아요. 자려고 누워도 밖에 차가 지나다니는 소음이 들리고, 노이즈 캔슬링을 껴도 일상 소음이 늘 있고요. 그런데 그런 자극들이 없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회복이 빨라요. 등산하거나 바다에 가서 탁 트인 곳을 보면 뭔가 해소되는 것들을 경험하시잖아요. 저는 일상적으로 그런 걸 경험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정신없는 스케줄을 하면서도 컨디션에 크게 무리 없이 계속 할 수 있는 거는 그 덕분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로컬은 워라밸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져있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서울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많이 존재해서, 선택지가 매우 많다는 점인 것 같아요. 문 열고 나가면 모든 걸 살 수 있고, 문화생활도 내가 골라서 할 수 있고요. 반면 로컬의 장점은, 저는 여기서 좀 더 온전한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이건 제가 회사를 다니다가 자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달라진 것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지금은 모든 선택을 제가 하고 제가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더 나다워졌다고 느껴요. 저의 기준을 선명하게 가지고 저의 세상을 확대하는 선택들을 하고 있어요. 제가 정말 하기 싫은 것들은 안해도 되고, 가치있는 것들을 선택해서 할 수 있죠. 주변에 둘 사람도 제가 선택할 수 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좀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여기서는 저를 좀 더 자주 들여다보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처음엔 도파민이었어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같이 좋아해주고 응원을 해주는거에요. 그 때 '와 연예인들이 이 맛에 활동을 하는건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내가 평생 살면서 또 할 수 있을까 싶은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건 정말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니까, 쓸데없는 걱정 할 시간에 그냥 즐기자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달렸죠. 그러다가 작년에 조금 주춤했던 것 같아요. 개인으로서 해볼 수 있는 즐거운 것들은 다 시도를 해본 것 같은데, 그 다음에 제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더라고요.
호피홀리데이의 런웨이가 여기서 끝일까, 아니면 더 많은 가치 실현을 해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을 혼자 막 하다가, 혼자 고민하면 결국 제가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안에서밖에 생각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쓸데없는 생각이 들 때는 일단 하자'는 게 동력이었죠. 걱정하는 것들은 대부분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한거잖아요. 그럼 뭐라도 경험을 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역량이 쌓인 내가 그 걱정들을 처리해줄거야 라는 생각으로 일단 막 경험을 했어요. 취미활동도 하고, 멋진 대표님들이나 활동가분들을 만나 대화도 해보고, 계속 미뤄두었던 글을 읽고 쓰는 일들도 하고, 그러다보니 다시 인풋이 채워지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다음에 하고 싶은 일들이 정립이 됐고, 그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됐어요.
그리고 전반적인 동력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내가 나에게 뭘 더 해주고 싶은지를 들여다보고, 그걸 실현시켜주고 싶은 욕심이요.
서울이냐 서울 밖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로컬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로컬이 맞는지 모르고, 창업을 해보지 않고서는 창업이 맞는지도 모르거든요. 회사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창업을 하신 분이 '나는 창업이랑 안맞네' 하고 회사로 돌아가는 분들도 꽤 계시고, 로컬에 살아봤는데 '난 도시가 맞아' 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걸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맞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벗어나서, 스스로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어? 나 이거 좋아하네? 나 이거 거좀 불편해하네?' 이런 것들이 정립이 되면,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길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개개인의 데이터베이스가 쌓이잖아요. 그건 주변에서 대신 해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해본 다음에, 어디에 있을지 결정을 하게 된다면 도시든 로컬이든 그 결정이 자기에게 가장 좋은 결정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