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에서 3년차, 서울 밖에서 커리어를 고민하는 직장인
의성에서 일을 시작한 지 일년 남짓 됐을 때, 제가 겪던 문제는 나는 창업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는데 참가자들의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잘 지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어요. 그러던 중 영주에 임팩트스퀘어가 만든 STAXX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고, 거기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을 저도 열심히 듣고, 저희 동료들이나 참가자들에게도 소개하며 역량을 키워나갔죠. 그러면서 아영님을 알게 됐는데, 한시간 거리의 가까운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가 생겼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어느덧 시간이 지나 이제 아영님도 영주에 온 지 3년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커리어 고민은 무엇인지, 서울 밖 직장인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드렸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갖고 있던 고민이 명확한 언어로 정리되기도 하고, 아영님만의 담백하면서도 통통 튀는 말들이 재미있기도 했는데요.
서울 밖에서 취업해서 살고 싶은 분들, 커리어 고민을 하는 분들, 나 스스로를 잘 돌보고 싶은 대문자 I분들에게 오늘의 인터뷰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스택스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우아영이라고 해요. 스택스는 임팩트 스퀘어라는 엑셀러레이팅 전문 기관에서 지역, 특히 영주 지역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 2022년부터 시작된 공간이자 프로젝트에요. 저는 창업 생태계 안에 있는 커뮤니티를 담당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도 많이 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도 만들어가고 있어요.
원래 전공하고 일했던 분야는 문화예술 분야였어요. 문화예술 연구 기관에서도 일을 했었고, 공연 예술 쪽으로도 일을 했었고, 미디어 회사에서 커뮤니티 담당을 하기도 했어요. 미디어 회사인데도 커뮤니티가 중요한 상황이었어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을 하다가, 이직을 하려고 구인공고를 보다 맘에 드는 일이 있어 여기로 오게 됐죠.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일을 했던 사람이다 보니 영주에 오고 나서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저도 되게 멋있는 대답을 하고 싶은데 사실 그렇게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구인 공고를 보다가 엄청 마음에 드는 공고가 있더라고요. 직무도, 업무환경도 다 너무 좋고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진짜 제일 하단에 '근무 지역 경상북도 영주' 이렇게 써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뒤로가기를 냉큼 눌렀어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페이지를 나와버렸거든요.
그 뒤로 고민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 즈음에 친구 두 명이 해준 이야기가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둘 다 저의 이런 상황에 맞춰서 해준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수다떨다가 나온 이야기였는데요. 한 친구는 넋두리하듯이 '우리는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아파트에서 죽는 사람들 같아' 라는 말을 했는데, 저는 그 말에 되게 확 꽂히더라고요. 그 친구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거든요.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우리가 이 도시 밖을 나가서 살 일이 과연 있을까? 경험의 폭이 너무 좁은 것 같아서 아쉽다' 이런거잖아요. 아파트가 아닌 다른 주거 형태를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다른 지역은 더 경험해 본 적이 없고. 그 생각이 들면서 '그러게.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친구는 '가진 게 있어야 망했을 때 슬프지, 가진 것도 없는데. 우린 잃을 것도 없잖아'라는 말을 했는데, 듣고보니 그 말도 맞는 말인 거예요. 제가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 잘 될까 안 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안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왜냐하면 가진 게 없으니까요.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을 겪으며 문득 그 때 뒤로가기를 눌렀던 공고가 떠올랐고, 다시 그 공고를 보다가 '그냥 한번 가서 해보지 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할 것 같고 잘할 것 같은 일인데, 위치가 영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걸 안 한다는 건 좀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해봐야지 어떡해' 이런 생각을 하고 왔어요. 그래서 딱히 엄청난 계기가 있진 않고 그냥 일을 찾아 왔던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여전히 지역에 오는 대부분의 경우가 창업이나 프리랜서인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최근 들어 다른 지역에도 저희 같은 중간지원조직이나 공공기관들이 사업들을 좀 더 확장해 나가고 있는 추세라고 느껴지고, 민간 기업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찾고자 한다면 어딘가는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저희도 구인을 한 번 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려웠어요. 로컬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던 분들도 '정착해서 일해보겠냐'고 했을 때에는 좀 주저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삶의 터전이 바뀐다는 게 쉽지는 않은 선택이니 이해가 되면서도, 수요와 공급이 잘 맞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한 명이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저희도 엄청나게 특정한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데, 우리가 구인을 하는 타이밍과 누군가가 우리를 원하는 타이밍이 잘 맞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처음엔 그런 우선순위를 짐작하지도 못할 정도로 막연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마주하는 챌린지를 겪으면서 '아 이걸 해야 되는구나'를 느끼게 됐는데, 회사의 생각을 대변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첫 번째 우선순위가 지역 주민들과 융화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저희가 2023년에 청년마을의 운영사로 일을 하면서 많은 청년마을 대표님들도 만나고 어떻게 운영하시는지도 보게 됐잖아요. 그걸 보면서 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초반에는 이미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의 호흡이 엄청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해야 하는 일, 우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나 타겟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영주에 살면서 일을 하다 보니까 그게 왜 필요한지를 점점 알게 됐어요. 저희는 다른 곳에 있다가 여기에 와서 분갈이가 된 거잖아요. 영주라는 새로운 화분에 오게 됐으니 뿌리를 내리고 나서 뭔가를 해야 되는데, 그 뿌리내리는 작업 자체가 안 되어 있으면 쉽게 넘어질 수밖에 없고, 우리가 뭔가를 하려 할 때도 양분을 충분히 받을 수가 없다는 것들을 일을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청년마을 대표님들을 보면서 다들 본인의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이랑 같이 호흡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 때 '아, 내가 이런 걸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어요.
새로운 시도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저희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저희가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일단 안 된다, 이게 어떤 일인지 모르겠다는 말부터 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서 초반에는 되게 힘들었거든요. 그러다가 나중에 터득한 방법이, 일단 저희 회사 돈 써서 그냥 해보는 거였어요. 대신 훨씬 작은 규모로 예산을 아껴서, 하고 싶다는 일의 일부만이라도 일단 해봤죠. 그러고 나서 '저희가 이렇게 해봤는데, 이런 사람들이 모였고 이런 반응이 있었어요'라고 말씀을 드리면 호응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일의 순서를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분들도 돈을 써서 아웃풋을 내야 되는 건데 모험을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지역에서 소셜벤처가 가능하냐라는 그 문장에 대해서만 대답을 하자면 가능하다고 생각은 해요. 지역에 숨어 있는 임팩트가 너무 많고 해결해 갈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역 토박이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주에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을 하게 됐는데, 이것도 불편하고 저것도 불편하고 막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 거예요. 근데 그 불편들을 해결하는 게 비즈니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비즈니스의 자원이 되게 많기는 하죠. 물론 어렵긴 하겠지만요.
하고 있는 고민을 좀 더 공유하자면, 지역에서의 기업 활동 중에 어디까지가 로컬 임팩트인가예요. 만약 서울에서 했었으면 전혀 임팩트라고 인정받지 못했을 일들이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라는 이유로 임팩트라고 비추어지는 것들을 몇 번 봤다 보니, 지역에서 임팩트를 창출한다는 허들이 너무 낮은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이게 사회 전반으로 봤을 때는 정말 좋은 방향일까? 하는 고민이죠.
그리고 지역에서의 임팩트는 방향성도 다양한 것 같아요. 이 기업이 잘 성장해서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케이스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에 깊게 들어가서 지역의 고유성이나 역사성 같은 부분들을 잘 보존해 나가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두고 보기에는 너무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지원을 하는 게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이 기업이 엑셀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납작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기업이 다 다르고 상황이 다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 더 어렵더라고요.
저희가 매년 연초에 스터디를 하는데요, 그 때 해외 사례에서 스케일업과 스케일딥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어요. 그걸 보고 나서 지역에 있는 기업들을 바라보는 저희의 시선이 달라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보통의 스타트업이 스케일 업의 방식이라면, 로컬 스타트업은 스케일 딥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실제로도 지역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두 개를 완전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직장인은 서울에서건 지역에서건 패턴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도 지역에 와서 진짜 좋아진 점은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다는 거에요. 저는 원래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해서 통근 시간이 왕복 3시간이었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편안하게 가는 것도 아니다보니, 출근하면 이미 지쳐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통근시간이 왕복 20분으로 줄어서, 하루가 길어졌죠.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별거 아닌 줄 아는데, 하루에 3시간이면 하루 내 하루의 8분의 1인 거거든요. 내가 인생의 8분의 1을 지하철에서 허비한다는 게 너무 싫었는데 여기는 그게 확 짧아졌고, 출퇴근도 힘들지 않고 너무 쾌적하게 하고 있어요. 이게 저에게 엄청나게 큰 변화고요. 그렇게 번 시간과 에너지를 활용해 '아영이 키우기'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내가 내 자식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나를 돌보면 나한테 되게 좋은 것들을 해주게 돼요. 내 자식한테 인스턴트 안 먹이고 싶고, 자식이 밥 먹고 누워 있으면 일어나 앉으라고 잔소리하고 싶잖아요. 그런 거랑 똑같이 제 자신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먹는 것도 조금 더 손이 가더라도 좋은 거 먹으려고 하고, 계속 움직이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고, 취미도 더 개발하려고 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제가 저를 키운다 생각하고 하면 기꺼이 하게 되는 면이 있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정착을 되게 쉽게 생각했어요. 그냥 이사하는 거지 크게 차이가 있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영주 와서 첫 달에 스트레스 때문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었어요. 근데 그게 제가 큰 변화를 겪을 일이 많지 않았었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경험이 적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리고 아직 100% 사적 영역에 있는 친구는 없어서, 그게 처음에는 너무 괴로웠었어요. 저는 지역에서의 삶과 서울에서의 삶이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서울에서의 삶은 멀티탭이 구마다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이라면 지역에서의 삶은 이 전체에 하나의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 같아요. 서울에서는 내가 퇴근하면 회사 거는 끄고 그 내 개인적인 거를 켜 놓을 수가 있잖아요. 근데 지역은 한 번 스위치를 누르면 다 꺼지거나 다 켜지니까, 처음엔 그게 너무 적응이 안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퇴근하고 나서 일로 아는 사람이 저녁을 먹자고 하면, 이게 너무 퇴근한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 내가 이거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내가 이 스위치를 끄는 순간 고립되는 거는 피할 수가 없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시기들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일로 만난 사이건 회사 사람들이건 그런 걸 가리지 않고 편하게 사적인 시간도 보내보려고 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좀 더 마음이 잘 맞으면 더 자주 보기도 하는 거고. 그런 식으로 인간 관계들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쉽지는 않아요. 저는 ISFP라서 집에 있는 거 좋아하고 제 영역이 되게 확실한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쭉 살다가 갑자기 내 영역이 막 무너지고 다 섞이고 계속 ON 상태로 있어야 되는 것 같은 부담들이 생기다 보니까 너무 그게 어려웠어요. 지금은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였고, 대신에 저만의 기준을 세웠어요. 누군가가 저한테 밥먹자, 커피 마시자며 내 사적 영역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첫 시도는 무조건 해요. 그리고 그 뒤로는 부담 갖지 말고 거절하고 싶을 땐 거절하려고 해요. 이 첫 시도는 무조건 오케이 하는 것도 사실 100% 너무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긴 하지만, 여기서 살려면 저도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나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해요. 저한테 로컬에서 사는 게 어떠냐고 물으면 저는 되게 싱겁게 대답하거든요. '직장인 사는 거 다 똑같죠' 이렇게 말을 해요. 저는 어차피 서울에서도 퇴근하고 매일 누구를 만나지도 않았고, 원래 저는 갤러리나 미술관 가는 것도 좋아했지만 매일 가는 게 아니라 한달에 한두 번 이정도로 갔거든요. 그런 일상은 어디서나 똑같은 것 같아요. 만약에 프리랜서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면 좀 다르게 느낄 수도 있는데 저는 서울에서도 직장인으로 존재했고 여기서도 직장인이라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아까 말한 아영이 키우기를 하면 하루가 끝이 나요. 이게 과연 더 시골에 간다고 해서 달라질까? 직장인이라면 똑같을 것 같거든요.
저는 주말에 이틀 다 아무 약속이 없다면 일부러 하루는 나가서 좀 놀아요. 제가 빵을 좋아해서 인근 지역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하면 2시간까지는 드라이브 할 겸 운전해서 가요. 약속이 있으면 서울 가서 놀다 오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일주일이 진짜 금방 가더라고요. 아까 말한 것처럼 사적인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서 불편한 것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 잘 버텨낸다면 일상 생활에 있어서 로컬의 일상과 서울의 일상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물론 도파민의 도시인 서울에 비해 로컬은 도파민이 적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부에서 도파민을 만들어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아는 사람,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면 누구나 잘 맞을 것 같아요. 저는 조금 느리기는 해도 여기에서 '이것 때문에 너무 불편해서 못 살겠다' 싶은 건 잘 없었어요. 부족한 게 있으면 서울 가면 되거든요. KTX로 한시간 반이면 갈 수 있고, 대구도 진짜 가깝고요.
사소하게 불편한 점이 하나 있긴 한데, 약간 유행이 느려요. 제가 너무 속상했던 것 중에 하나는, 언제 한 번 서울에 프렌치 토스트 열풍이 불었을 때가 있어요. 저는 빵을 좋아하다 보니까, 서울 가서 그걸 먹고 왔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영주 가서도 자주 먹고 싶었는데, 프렌치 토스트를 하는 집이 한 군데도 없는 거예요. 내가 프렌치 토스트를 먹기 위해 2시간을 들여서 나가야 되는 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여기는 탕후루 가게도 진짜 한참 열풍이 불고 이제 약간 꺾이나? 싶을 때 생겼었어요. 그런 식으로 유행이 넘어오는 속도가 살짝 느려서 이 한국이라는 작은 땅덩이 안에서도 이런 시차가 존재하는구나를 느꼈던 것 같고, 그래서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은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점점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작년까지는 엄청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계속 주어진 일을 해야 되는 상황들이 더 많았다 보니 숨가쁘게 일을 쳐내는 데에만 집중했는데, 지금은 점점 내 커리어,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저는 이제 로컬이라는 경력이 생겨버리게 된 거고, 이 경력을 달고 나서 다음 스텝을 또 나아가야 될 때가 올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모든 지역은 다 다르다는 걸 알고 있고, 지역 바이 지역이란 말을 정말 많이 하잖아요. 근데 '영주'가 내 경력이 돼버리면, 만약 다른 지역에 간다고 했을 때 내 경력을 잘 살려서 뭔가를 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는 또 그 지역만의 다른 부분이 있을 테니까, 저는 그 지역의 신입이 되는 거잖아요. 그럼 영주에서 내가 경험했던 걸 가지고 경력자처럼 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 커리어를 로컬이라고 말 하는 게 유리한 건가? 하는 고민들이 커요.
해결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하고 있어요. 저는 빌드업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자발적으로 뭔가 하려는 주체가 없는 이유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만약 제가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인데, '너 아이템 있잖아, 창업해봐' 한다면 저라도 '저한테 왜 이러세요'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영역으로 작은 성취의 경험들을 해보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려 계획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다 보면 그중에서 플레이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해봐야 알겠죠?
제가 약간 관종인가?하는 생각도 해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실 직장인은 어디서 살든 비슷하니까, 어차피 비슷하게 살거면 이왕이면 조금 더 특별하게 살아보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재미도 있고, 저만의 이야깃거리가 되잖아요.
저는 고민의 시간이 되게 짧았고, 저를 크게 힘들게 하지 않았다보니 서울 밖을 원하는데도 왜 주저하시는지가 궁금하기도 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일단 해보셔야 알 수 있는 게 많다는 거에요. 그리고 아까 제 친구가 말한 것처럼 왔을 때 잘 안 되더라도 잃을 게 많지 않잖아요. 모아놓은 돈이 너무 많은데 지역에 와서 다 잃어버리게 되거나, 여기 오면 갑자기 가지고 있는 건강이 다 해쳐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건강은 좀 회복되죠. 그래서 사실 그 경험에 지불되는 기회 비용은 가진 것에 비해 오히려 싼 것 같아요. 그래서 '와이낫'이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