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전)MYSC제주 팀장 롤라

서울에 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초고속 성장방법

by 파도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에게 '서울 밖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궁금하냐'라고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질문은 커리어에 관련된 것들이었어요. 아무래도 기업의 수가 적다 보니, 프리랜서나 창업가가 아니면 내가 서울 밖에서 살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 또는, 로컬로 가면은 커리어가 끊기진 않을지, 성장이 멈추진 않을지에 대한 걱정들이 많아 보였죠.


그 고민에 저도 공감했어요. 일의 기술적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늘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고민들을 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로컬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느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비교도 안되게 크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일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거든요.


이런 저의 경험에 더해, 훨씬 더 명확한 '일잘러'가 로컬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신빙성이 더 높아질 것 같아서, 오늘은 제가 아는 최고의 일잘러와의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미스크 제주 지사에서 20대에 팀장을 달고, 매일 모닝 리추얼 챌린지를 진행하며 그야말로 '갓생'을 살아낸 사람.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퇴사 이후에도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 로컬에서도 커리어 성장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면, 로컬과 글로벌을 오가며 커리어를 계속해서 쌓아나가는 롤라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Q.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롤라라고 해요.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일을 본업으로 했고, 그 외에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에너지도 주고 저도 사람들을 통해서 에너지를 받고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어요. 서울에서 자랐지만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꽤 오래 제주에서 지냈죠.


Q. 서울 토박이가 어쩌다가 로컬을 이렇게 애정하게 됐는지가 궁금해요.


사실 첫 시작은 제가 회사 면접에서 '혹시 제주 지사에 가서 일하는 건 어떠냐'라는 질문을 받았고, 거기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너무 좋다' 라고 했다가 덜컥 제주에 가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뭐 1년 정도 살다 오겠지'라는 생각이었어서, 제 인생에 제주가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내다 보니 제주라는 지역을 너무 사랑하게 된 거죠.


제주에서 느꼈던 건, '서울에서의 삶만이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거였어요. 내가 지금까지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못 봤던 것들, 몰랐던 것들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앞으로도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는 경험들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국내의 다양한 지역들을 여행과 일로 많이 가보면서 지역에서의 삶을 계속해서 꿈꾸게 됐던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저는 되게 쉽게 결정했는데,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면접에서 바로 가겠다고 결정을 하냐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 면접을 보셨던 분도 아직까지 '그렇게 바로 답변을 할 줄 몰랐다'고 이야기하시고요. 그런 걸 보면 제 성향 자체가 어딘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Q.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요?


저는 고등학교 때 되게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환경에 있었어요. 그 전까지는 저도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을 공부로 도저히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공부 밖으로 눈을 계속 돌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외부 활동들을 하고, 동아리도 새로 만들어보고. 그런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고요.


대학교에 가서도 저의 그 기질이 또 발동돼서 10개가 넘는 대외활동, 봉사, 동아리 등을 다양하게 했어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무조건 하고 보는 대학생활을 했죠. 그러다 수업을 하나 듣게 됐는데, 매주 책을 한권씩 읽고 글을 써서 내고, 수업 때는 그 책과 관련된 강연을 듣는 수업이었어요. 정말 빡셌는데, 심지어 그 때 알바와 과외를 쉬지 않고 하고 있을 때라 정신없이 바빴거든요. 그런데도 그 시간이 가장 재미있는 거예요.


그 활동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게 사회 문제였어요. 장애인 인권, 여성 인권,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매주 하나씩 다루다 보니 제가 이 문제들에 너무 진심이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해보면 내가 조금 더 몰입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동아리에서 활동도 해봤죠. 그러던 어느날 형부가 '너랑 잘 맞을 것 같다'며 저희 회사를 소개해줬어요. 이쪽 분야에서 되게 오랫동안 일을 해오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들이 말하는 취준을 제대로 해본 적 없이 자연스럽게 이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냥 끌리는 거 선택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일을 시작해보니 정말 잘 맞는 거에요. 회사도 좋고, 동료들도 좋아서 4년 넘게 일을 하게 됐어요.


KakaoTalk_20250523_034303680_02.jpg
KakaoTalk_20250523_034303680_01.jpg
KakaoTalk_20250523_034303680_04.jpg
KakaoTalk_20250523_034303680_05.jpg
KakaoTalk_20250523_034303680.jpg
KakaoTalk_20250523_034303680_03.jpg
대학생 시절 참여한 대외활동들



Q. MYSC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이고, 롤라님은 MYSC 제주에서 어떤 일을 했었나요?

미스크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이자 투자사에요. 서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들의 균형적인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제주, 대구, 호남 등에 지사를 만들어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스타트업들 중 해외로 나가고 싶은 기업들 또는 해외 스타트업들 중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기업들을 돕는 일도 활발히 하고 있고요.

저는 거기서 제주의 스타트업들을 성장시키는 일에 좀 집중적으로 역할을 해왔어요. 하지만 그게 결코 제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주의 스타트업들이 또 다른 지역에, 해외에 나가고 싶어 하는 니즈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그냥 제주라는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이 비즈니스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잘 먹힐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하는 일들을 해 왔죠. 그러면서 정말 멋진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디자인 씽킹이라는 문제 해결 방법론을 활용해서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어요. 인상 깊었던 활동이 있는데, 제주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프로젝트였거든요. 그 주제로 활동하는 제주의 다양한 단체들 혹은 개인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뭉치게 되고, 같이 고민해나가면서 정말 지역을 바꿔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 때 '진짜 이 일이 의미 있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임팩트, 로컬, 커뮤니티를 메인 키워드로 커리어를 쌓아온 것 같은데요. 각 키워드별로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임팩트는 아까 말했던 그 수업이 저한테 되게 중요하게 작용을 했고, 그 외에도 제가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주제로 계속 봉사를 해왔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가 누군가를 돕는 것이 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깨우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해야 내가 의미있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로컬은 저라는 사람에게 참 적절한 삶의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스스로에게 엄청 '달려 달려!'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있으면 저도 막 '달려 달려' 하는데, 주변에서도 막 '더 달려! 더 빨리 달려!' 하는 거예요. 반면 지역에 가면 '괜찮아 괜찮아, 조금 더 여유 가져도 돼. 사람마다 다 너의 방식이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은 거예요. 서울에서는 저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더 많이 해야 되고, 더 빠르게 가야 되고, 이 나이 때쯤엔 이걸 해야 되고… 하는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지역에 가면 '달려 달려' 하는 제가 오히려 더 좀 독특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과하게 달려서 소진되지 않도록 저를 자제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과 가까이에 있다는 점도 제 삶의 가치관과 잘 맞았고요.


그리고 마지막은 커뮤니티인데요, 커뮤니티는 사실 저의 게으름에서 시작됐어요. 저는 저를 혼자 두면 아무것도 안 하는, 정말 의지 박약 그 자체인데,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건 또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일단 사람을 모아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주변에서 나를 압박하거나 북돋아주면 나는 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이후로는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사람을 계속 모으게 됐죠.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고, 제주에서는 아예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요, 이 커뮤니티가 주는 힘이 정말 크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KakaoTalk_20250523_034833739_03.jpg 제주에서 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해왔다




Q. 지역에는 취업할 곳이 없다는 인식이 많은데요. 정말 프리랜서나 창업, 창직만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저는 사실 지역에는 취업할 곳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정말 취업할 기업이 많은데,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것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취업할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이름만 말하면 다 알 수 있는 그런 대기업의 삶을 선택한다면 지역에는 취업할 곳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저는 모든 사람들이 대기업형 인재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일단 저부터가 아니에요. 저는 정해진 틀 안에 저를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오히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서울보다 지역이 더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좋은 대학교에 나와서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거의 암묵적인 루트잖아요. 그런데 그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이 저에게 말해주는 어려움들을 들어봤을 때, 생각보다 그 정석 루트가 주는 행복감이 크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물론 만족하면서 사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나는 이 길이 아닌데 남들의 말 때문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는 분들도 많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그 루트를 좀 벗어나서 길을 만들어 나가면서 사는 것도 정말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찾아보면 지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되게 많이 있으니, 그 경험을 꼭 한번은 해보시면 좋겠어요.



Q. 제주의 취업 정보는 어디에서 알아볼 수 있나요?

잇지제주라는 사이트에서 취업 정보들을 볼 수 있고, 제주의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에서도 취업 정보를 많이 공유해주세요. 그리고 일단 어떤 커뮤니티나 단체카톡방에라도 들어가면 다양한 취업 정보들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만약 인재라면, 주변에서 많이 알려주고 데려가려고 하게 돼요. 아무래도 지역에는 확실히 서울에 비해 플레이어가 적거든요.



Q. 로컬에 가면 커리어 단절이 될 것 같다, 성장이 멈출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어떤 지역에 국한됐을 때는 성장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건 서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주에서 살았지만, 제가 커리어를 계속해서 제주에서만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우리가 온라인으로 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해보고 싶은 일에 따라 지역을 이동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거기서 내가 어떤 것들을 하기를 택하느냐, 나의 방향성을 어떻게 잘 꾸려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출장 다닌 걸 생각해보면 저는 제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서울에서 일할 때는 오히려 서울에만 있었어요. 그게 더 한정적인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제주에 있으면서 오히려 서울보다 훨씬 더 네트워크도 넓어졌고, 더 다양하게 방향을 꾸려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로컬에서는 '우리 같이 잘해보자'라는 게 강해서, 로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서로 다 알고 있거든요. 서로 끌어주는 것도 강한 것 같고요. 제가 이 나이에(96년생) 강연이나 멘토링을 하러 다니거나,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역할을 맡게 되거나 하는 일들은 제가 서울에 살았다면 결코 몰랐을 것 같아요.


KakaoTalk_20250523_034853457_01.jpg
KakaoTalk_20250523_034936309_02.jpg
KakaoTalk_20250523_034853457.jpg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강연, 워크숍을 진행한 사진. 필자가 운영한 로컬러닝랩에서도 워크숍을 진행했다.




Q. 지역에서 일을 해도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나요?


당연하죠. 다만 내가 어떤 수준을 기대하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지역 기업에 취직해서 연봉 2-3억을 기대한다면 어려울 수도 있겠죠. 대기업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돈보다 다른 가치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어요. 서울에서 살 때 필수로 들어가게 되는 월세나 다른 생활비들이 지역에서는 훨씬 적게 들다 보니 조금 덜 벌어도 내가 실제로 갖게 되는 돈은 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내가 버는 돈의 한계를 회사의 월급에 둘 필요는 없어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월급 외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잖아요. 저의 경우, 모리챌린지를 비롯한 리추얼 모임을 운영하며 추가적으로 수익 창출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정도면 진짜 충분하다' 하는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제 친구 중에 제주에 살면서 글로벌 기업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월급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친구들과 함께 식당을 창업해서 회사 일이 끝나면 식당을 운영했고, 지금은 거기에 더해서 주말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쓰리잡이죠. 사실 이게 서울에서는 잘 상상이 안 되는 그림이잖아요. 그런데 제주에는 '나의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다 보면 저도 또 새로운 도전들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KakaoTalk_20250523_034518357_04.jpg
KakaoTalk_20250523_034518357_02.jpg
KakaoTalk_20250523_034518357_06.jpg
KakaoTalk_20250523_034518357_08.jpg
모리챌린지를 운영하며 제주MBC 연중캠페인에 출연하기도 했다



Q. 리추얼 클럽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세요.


제가 회사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회사 가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내 하루를 시작할 때 '회사 가기 싫어' 하면서 일어나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그럴 때 내 일상을 조금 더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정을 내가 하고 싶은 걸로 채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모닝 리추얼 챌린지', 줄여서 모리챌린지를 시작하게 됐어요.


하면서 만족감이 정말 높았는데, '내가 뭔가를 성취했다'라고 느끼는 시간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내 목표를 하나라도 성취하고 출근을 하게 되면, 일단 뭔가 성공하고 시작하는 하루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을 이끌어가는 건 나다'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돼서 저에게도, 제 주변 친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많이 줬어요. 또, 아침부터 사람들과 마주하다 보니 그들이 주는 에너지가 저의 아침을 정말 잘 깨워주고, 그 하루를 또 잘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저녁에 같이 책 읽는 나이트 리딩 챌린지, 매일 30분씩 영어 공부를 같이 하는 챌린지, 영어 뉴스를 같이 읽는 챌린지 등 계속 다양하게 만들게 됐어요. 저에게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사람들을 모아서 의지박약인 저를 멱살 잡고 끌고 갈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거죠.


KakaoTalk_20250523_034518357.png
KakaoTalk_20250523_034634344.jpg
챌린지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Q.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오프라인에서는 '제주 우먼 파워'(이하 제우파)라고, 제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했어요.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일단 카톡방부터 파고 우당탕탕 만들었는데, 지금은 120명 정도 되는 커뮤니티로 커졌어요. 제가 하는 고민을 나누고 싶어 시작했는데, 그 고민을 같이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자기 친구를 부르고, 그 친구가 또 자기 친구를 부르고 하면서 점점 커지게 됐죠.


만약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다, 다뤄보고 싶은 아젠다가 있다면 일단 주변에 많이 알려보세요. 그러면 분명히 관심사가 비슷한 누군가가 있을 거고, 3명이 모이면 일단 단톡방을 파면 커뮤니티가 시작됩니다. 물론 유지하는 건 정말 많은 고민과 다양한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시작을 하는 건 저는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해요.


온·오프라인을 둘 다 운영해봤는데, '친밀감'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온라인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보니 훨씬 자주 볼 수 있어서 친밀감을 쉽게 형성할 수 있어요. 반면 오프라인은 온라인으로 꺼내기 어려운 깊은 고민들을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죠.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일단 시작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롤라님은 왜 서울 밖에서의 삶을 선택했나요?


되게 멋진 답이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제 답은 굉장히 쉬워요. 저는 출퇴근길에 서울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게 그렇게 괴로워요. 이게 가장 큰 이유에요.


사실 서울에 계속 살 때는 그게 이만큼 힘든 일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냥 다들 이렇게 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괴로움을 감내하며 살았죠. 그런데 제주에 살기 시작하면서, 서울의 괴로운 출퇴근길을 벗어나는 것만으로 삶의 질이 정말 달라진다는 걸 느꼈어요. 제주에서 살 때 출퇴근길에 바다를 보면서 운전하는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거든요. 회사에 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걸 경험한 뒤로는 서울에 출장을 가게 되면 지하철을 30분만 타도 '얼른 제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싸우시는 분들을 자주 목격을 하는데, 저는 그게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라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예민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과 사람과의 어떤 일정한 거리가 필요한데, 그게 계속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많이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로 인해 '내가 삶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냐'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 서울은 좀 굉장히 후순위에요. 내 일상을 어떤 시간들로 채워나가느냐가 중요한데, 하루에 그런 괴로운 시간들이 있으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걸 느꼈거든요.


저는 제주에서 회사까지 운전해서 한 2-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살았는데, 이게 되게 많이 걸리는 편이에요. 이사하기 전에는 걸어서 5분 거리에서도 살아봤죠. 서울에서 그렇게 살려면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그런 삶도 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고, 집도 좀 더 좋은 퀄리티의 집에서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서울살이와 지역살이의 장단점이 다 있지만, 제가 이러한 삶의 질을 포기하지 못하겠으니까 다른 부분에서 노력해서 어떻게든 이 삶을 계속 누리려고 한거죠.




Q. 중간에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사실 제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한번 서울에 다시 돌아갔던 적이 있어요. 제주에서 일을 시작하고 한 1년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사회 초년생이 다 그렇듯 이제 일도 어느 정도 좀 아는 것 같고,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다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때였죠. 많은 선배들과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어요. 그래서 본사에 이야기를 해서 서울 본사로 갔는데, 두 달 만에 제주에 다시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결국 10개월 만에 제주로 돌아왔어요.


서울과 제주를 적나라하게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각각 장단점이 정말 명확했는데, 제주에서의 단점은 제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저는 삶의 질을 택했죠. 그리고 제가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그때 단점이라고 느꼈던 것들은 서울에서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제가 제주에 있기 때문에 참석을 못하는 것, 제주에는 보고 배울 수 있는 회사 선배가 딱 3명 밖에 없는데 서울에는 한 50명은 있었던 것, 이런 것들이었는데요. 사실 컨퍼런스는 맨날 듣는 게 아니고,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다 참여를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가끔 정말 듣고 싶은 교육이 생긴다면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휴가를 내고 다녀올 수도 있는거고요. 선배 같은 경우도, 원격으로도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어요. 물론 매일 왔다갔다 얼굴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좀 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선배들과의 소통을 보통 원격으로 많이 하잖아요.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고 먼저 손을 뻗는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영역인거죠. 내가 정말 환경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건가?라고 질문했을 때, 그건 핑계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주에서는 오히려 회사의 선배들뿐만 아니라, 제주 내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께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그렇게 보면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가 더 많아질 수도 있죠.


KakaoTalk_20250523_034954992.jpg 컨퍼런스에 참여한 모습



Q. 제주도에서의 삶을 좀 더 자랑해주세요.

한 24시간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집부터 이야기해볼게요. 제가 제주도에서 마지막에 살았던 집이 진짜 TV에서 볼 것 같은 구조를 가진 아주 예쁜 집이었어요. 통창으로 오션뷰가 보이는 아파트라서 누가 봐도 비싼 집처럼 보이는 곳이었는데, 서울에 있는 웬만한 원룸보다 저렴하게 있었죠. 제 지인들이 놀러오면 '성공한 지인 집에 놀러 온 것 같다'고 했는데, 사실 연세 660만원(월세 55만원)이었거든요. 삶의 질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날 때 통창 밖으로 바다를 보면서 눈을 뜰 수 있었고, 바다가 코앞이라 가끔은 바다에서 새벽 수영을 하고 출근한 적도 있었어요. 여행자들이 많이 와서 주변에 맛집도 많았고, 출근도 넓은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할 수 있었죠.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는 친구들이랑 즐겁게 일상도 보냈고요.


또 한 번은 제가 만들었던 제우파라는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같이 펜션 같은 곳에 산 적이 있어요. 집 안에 수영장도 있었고, 마찬가지로 바다가 코앞이라 저녁마다 같이 나가서 바다에서 놀다 오기도 했죠. 거기에 1년을 계약해서 살았는데, 아까 말한 월세보다도 훨씬 저렴하게 있었어요.


이게 '제주가 서울보다 월세가 싸서 좋다'기보단, 집을 고를 때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정말 좋은 옵션으로도 살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친구들과 같이 살았다 보니 그런 펜션이라는 옵션도 선택할 수가 있었거든요. 우리가 상상하던 해외에서의 삶이 사실 제주에서도 가능한 거죠.


vlcsnap-2025-05-24-13h10m42s468.png
vlcsnap-2025-05-24-13h10m08s717.png
KakaoTalk_20250523_035133029.jpg
KakaoTalk_20250523_121211596.jpg
제주에서 살았던 집들


제주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끼리 정말 끈끈하다는 걸 느껴요. 서울은 사실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네트워크가 정말 다양하고 넓게 퍼져 있잖아요. 제주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우리끼리 열심히 해서 이 지역을 살려보자'하는 마음으로 으쌰으샤 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재미나게 해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고 느끼고, 시니어 분들과도 더 깊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저희 회사도 서울 본사는 조금 더 규모가 있는데 제주 지사는 뽀짝뽀짝한 가족이자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분들이 저희를 많이 부러워할 정도로 저희끼리 진짜 끈끈했어요. 생일이면 그 집에 같이 놀러 가서 가족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정말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지금은 퇴사했지만, 앞으로도 이 인연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깊은 인연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해를 풀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텃세인데요. 제주는 특히 텃세 때문에 힘들다는 오해가 되게 많아요. 그런데 저는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 지역에서 내가 진짜 정성을 다해서, 애정을 가지고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다 알아주는 것 같거든요. 서로서로 끌어주고 좋은 거 있으면 알려주고 초대해주는 일들이 굉장히 많고, 나이도 상관없이 주니어든 시니어든 함께 잘 어울리고요. 시니어분들은 지역 청년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데, 그게 '우리 지역 사람을 지연으로 밀어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우리 지역을 사랑하는 이 청년이 예뻐서, 잘 됐으면 좋겠어서' 자연스럽게 그 마음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주니어였을 때 할 수 있는 게 더 많죠. 그래서 저는 정말 사랑 많이 받으면서 주니어 시절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서로 챙겨주고 나눠주고, 그렇게 아낌없이 베푸는 문화가 정말 강해요. 예를 들면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먹을 걸 가져오면 다 나눠주고, 다음엔 다른 사람이 또 뭘 가져와서 다 나눠주고. 누가 발표회를 한다고 하면 다 같이 가서 응원해주고, 누군가가 가게를 여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하면 또 다 같이 가요. 처음엔 그런 문화들이 생소해서 '어떻게 이렇게 받는 거 생각하지 않고 나눌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끈끈하고 서로를 챙겨주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Q. 롤라님은 서울 토박이여서 제주에 연고가 하나도 없었잖아요. 연고 없는 지역에서 친구를 만든 방법을 공유해주세요.


진짜 초반에는 어플들을 활용했었어요. 소모임, 문토 같은 커뮤니티 어플들이 있거든요. 저는 소모임 어플에서 오름 오르는 모임, 독서 모임, 달리기 모임 같은 것들을 참여했어요. 이렇게 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인연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도 제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폭설이 내리고 차도 없고 이래서 2개월 동안 외부 활동을 안 했거든요. 그럴 때는 당연히 친구를 찾을 방법이 없었죠. 그 때는 '여기서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안 움직여서 그랬던 거더라고요. 그리고 제주에 온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 제가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내가 일을 어떤 태도로 하느냐도 친구를 만드는 데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아 회사 너무 싫어' 하는 마음으로 출근해서 꾸역꾸역 하루를 버텨내고 집에 가는 식으로 생활을 하면 어디에서도 친구를 만들 수 없는 것 같거든요. 지역에 간다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초반에 조금 어색하더라도 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보고, 회사 일도 열심히 하면서 동료가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면 가보고, 초반에는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죠. 그러다 한 번 열리면 그때부터는 친구의 친구, 또 친구의 친구… 이렇게 계속 알게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 없이 지역에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KakaoTalk_20250523_034737829.jpg 제주 우먼 파워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많은 활동을 했다




Q.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해요.


지금은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해외를 다니느라 본가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어떻게든 서울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가장 그리는 것은 지역에 상관없이 제 역량을 발휘하며 일을 하고 싶다는 거고요. 커리어적으로는 해외로 나가거나 영어 또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일할 수 있는 글로벌적인 커리어를 꿈꾸고 있어요. 그랬을 때 사실 지역은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고, 제 앞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지역이 정말 많잖아요.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보며 그 지역의 매력을 좀 더 찾아나가면서, 지역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나가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 일하기 좋은 곳, 살기 좋은 곳들이 더 넓어져서 사람들이 포화상태인 곳을 벗어나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요.






keyword
이전 03화Ep.3 밭멍 김지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