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듭니다
우리가 서울 밖에서의 삶을 고민하면서도 쉽사리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에서의 삶이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내가 가진 기술로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못한 채 너무나 큰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미 쌓아놓은 것들을 포기하고, 적응이나 연습을 해볼 기회도 없이 바로 실전으로 내던져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서울 밖으로의 도전을 좀 더 안심하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인턴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스물셋부터 스물일곱까지 4년 반을 일했는데요.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오늘의 인터뷰이인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의 권기효 대표님이에요. 지난 시간 동안 팀원들의 퇴사로 대표님과 둘만 남아본 적도 있고, 갑자기 8명 규모의 조직으로 커져서 '어어...? 이정도면 제가 이제 팀장이 돼야 할 것 같아요' 하면서 팀장으로 셀프 승진 했던 적도 있을 만큼 돌아보니 정말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요. 회사의 미션과 저의 미션이 일치했기에, 제 모든 열정을 불살라가며 열심히 일했고, 지난 시간 동안 저도, 회사도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서로를 응원하는 좋은 관계로 남아있고요.
권기효 대표님은 '더 나은 세상'이라는 목표로 서울 밖에서의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지 어느덧 14년이 되어가는데요,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죠. 이제는 그간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서울 밖에서의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면, 청년들이 오고 싶은 지역을 만들고 싶은 지자체 공무원이라면, 지역소멸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정책, 교육 관계자라면, 오늘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세요.
안녕하세요,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대표 권기효입니다. 저는 우리 미래 세대들, 그러니까 제 동생이나 저의 자녀들은 저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이에요. '더 나은 환경'이 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더 필요한 요소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토의 대부분은 서울 밖에 있는데, 저희 때는 기회가 서울에만 있다고만 생각했다 보니 경쟁도 더 많이 했었어야지 되고, 시야가 되게 많이 좁아졌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나보다 더 큰 기회, 더 많은 기회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울 밖에서의 선택지들을 늘리는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멘토리가 하는 일을 동아리 방식으로 시작을 했었던 게 2012년 정도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들을 해봤어요. 처음에는 서울 밖에서 해볼만한 일들을 제가 만들어 주기도 해봤는데, 그건 결국에는 기성세대가 만들어주는 일이 되더라고요. 기회라고 하는 건 결국에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되다 보니, 한 10년 전부터는 미래 세대들이 스스로 기회들을 만들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3의 어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학생 때는 야구선수를 하다가, 생명공학을 전공해서 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고, 그러다가 이제 로컬씬에서 일을 하고 있죠. 사실 거창한 계기랄 건 없고, 저는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냥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것에 대한 포기가 빨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자주 바뀌는 사람은 사람은 또 아니어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대학원에서 다음 진로를 고민하다가 비영리 섹터로 넘어갔고, 거기에서 멘토리를 맡기까지의 과정들은 되게 오랫동안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내가 더 재미있게,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왔던 결정이었어요.
대학원을 한 학기 남기고 포기할 때도, 학위를 받아야 할까?하는 고민을 했다면 사실 포기를 못했을 것 같고요, 저에게는 학위보다 더 재밌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 일을 하러 갔었던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드니까 이 무모한 도전이 40대 50대 때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 보니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이런 삶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웃음)
연차가 쌓일수록 제가 만들어온 것들이 더 크고 더 멋진 일들로 진화하는 게 보이다 보니, 내년, 또 내년을 기대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한 5천만원 규모의 사업들을 만들어 내면 되게 대단한 거였다면, 지금은 이제 5억 50억짜리 사업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나 스펙이 생기니까, 그럼 수혜자들이 더 많아지잖아요. 그렇게 되면 제가 바꾸고자 하는 세상에 점점 근접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성장에 중독이 된 것 같아요. 10년 동안 나름 성장을 했으니 또 내년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하기도 해요. 파도님이 입사했을 당시인 5년 전에는 코로나였어서 매출이 0에 가까웠을 때였죠. 그때부터 작년까지의 시기는 '더하기'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성장해온 시기였고요. 그런데 제가 이미 성장하다가 매출 0으로 고꾸라진 경험을 갖고 있다 보니까, '당장 내년에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부분에서는 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 도시에서 인재 사람을 키워낸다는 일은 사실 저 같은 민간인보다는 정부가 개입해야 되는 부분이 크다 보니, 정치적, 시대적인 부분들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한 번에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선 계속 고민이 커요.
실제로 서울 밖의 지방 도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의 입장에서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건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곳에서 나는 역으로 돌아가서 사는 거잖아요. 이건 굉장히 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만 가능한 일이죠. 그러다보니 주도성이 결여된 채 '월세 1만 원이에요.', '지역에 오면 일자리까지 연계해 줄게요.' '아이들은 지역에서 대학 학비까지 다 대줄게요.' 이런 혜택을 이유로 지역에 내려간다면 절대 지역에서 버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청년들에게 막연하게 거짓말처럼 기회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지역에서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자 로컬 임팩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로컬 프러너는, 지역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발굴하는 일, 그리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그걸 또 한 단계씩 뛰어넘는 일들이 재밌는 친구들이에요.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희는 그들이 좀 더 안전한 안전망 안에서, 엎어져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곳에서 도전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04학번인 제가 살던 시대는 서울에 있는 대학 나오면 직장이 보장이 됐고, 직장이 보장되면 서울에 집 정도 사는 거 가능했던 그런 시대였어요. 그래서 개천에서 용 난다기보다는, 다른 개천에 살던 친구들이 진입하기가 괜찮았던 곳인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세대들은 어떤 '서울 사람'이라고 하는 기본 값이 있잖아요. 한강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되고, 지하철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어야 되고, 직장도 서울에 있어야 되고… 이런 거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가 보조가 되지 않는 이상은 이런 값들을 충족시키기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제가 로컬 프러너를 길러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서울에서 내가 집 사고 인프라 구축하려고 아등바등하는 에너지를 지방 도시에서 들인다면 훨씬 더 윤택한 환경 안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아등바등 해봐야 30평대 아파트라면, 대구 같은 데서는 60평대 아파트에 살 수도 있는거죠. 주거나 삶의 질적인 면에서는 같은 양의 노력을 들였을 때 서울보다 지방 도시에서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거든요. 이건 대안적인 삶이랑은 조금 달라요. 자급자족하는 삶도 굉장히 의미 있고 좋은 삶이고, 저도 그런 삶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물질적인 욕구도 지방 도시에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서울 밖에서의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거고요. 그런데 친구들은 의외로 지역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 정말 모르더라고요.
저는 로컬 프러너를 '나의 (어떤)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의 (어떤) 자원을 활용해 나만의 (어떤) 일을 합니다'라는 문장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사실 이런 정의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유도 제 경험에서 비롯된 거에요. 저희 아버지가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시거든요.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순간은, 몇 년 전에 결혼식을 했을 때였어요. 손님들이 장모님께 '예비 사위는 무슨 일을 해?'라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분명 장모님께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을 많이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네이버에 권기효 쳐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뭘 하는지 모른다는 걸 받아들였죠.
근데 이런 걸 저야 뭐 어떻게든 버텼지만, 이 영역에 진입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엔 그게 어려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이, 가족들이 '너 요즘 무슨 일 해?' 이렇게 물어봤을 때, '나는 이런 일을 해' 하고 명확히 말하기가 어렵다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지지를 받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역에서 도전하는 친구들이 자기가 하는 일들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내가 활용할 나의 역량, 지방에서 활용할 도구(자원),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세상이 정해놓은 카테고리 안에서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일의 종류. 이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래야 일 할때도 재미있고, 그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더 많은 친구들한테 보편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방법인거죠.
사실 맨 마지막의 '나만의 일을 합니다'라고 하는 '두잉' 즉, 세상이 정한 카테고리를 정하는 건 아주 쉬워요. 음식점을 합니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제조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되죠. 그런데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또는 '나는 뭘 해야 재미를 느끼는 사람인지'를 아는 거에요. 이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이거를 먼저 찾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는 기술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어, 지역 사람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 이런 꿈들을 꾸고, 그 소재가 지역이랑 맞으면 지역행을 택하는거죠.
저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큰 불만이 있었거든요. 대학이라고 하는 곳은 우리나라 최고 교육기관인데, 여기에서 왜 보다 유용한 학문을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학의 목표는 취업 사관학교처럼 되어있으면서, 현실에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을 하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지방 도시에 소재한 대학들은 그 지역 안에서 필요한 R&D를 하고, 현실에 필요로 하는 학문, 기술들은 대학 안에서 연마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로컬 임팩트 캠퍼스를 '로컬의 대학'이라는 포지셔닝을 했고, 교육 시스템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저희는 단계별로 진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로컬 임팩트 캠퍼스 안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있는 느낌인거죠. 먼저,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로 운영했던 '나만의성'에서는 서울 밖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단계의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역에서의 일과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를 안전하게 배울 수 있도록, 7~10주 동안 의성에서 살며 지역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들과 협력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또는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죠. 9시부터 6시까지는 일을 하고, 6시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에서의 삶도 경험하고요.
또 다른 트랙은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아주 뾰족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극초기 창업가 육성 과정이에요. 시장 조사, 고객 니즈 파악, 시제품 개발 등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죠.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구체화하면서 중기부에서 진행하는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크게는 이렇게 두 축이 있고, 그 안에서 대학, 기업과 연계해 진행하는 단기, 중기형 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죠.
(*더 자세한 프로그램은 나만의성, 부싯돌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다가 올해부터 창업 교육, 극초기 창업가 육성으로 방향을 좁히게 됐는데요, 사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어요. 아마 10년 전의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제가 얼마나 창업 교육을 싫어했는지 아실 거에요. 다이렉트로 창업을 시켜버리는 건 저희에게 별 의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기주도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즉 기업가정신, 체인지메이커, PBL 교육 같은 것들이 다 '창업 교육'이라는 이름 안으로 흡수된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창업 교육이라고 하면 진짜로 창업을 시켜야 했는데, 지금은 창업가적인 마인드셋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창업 교육이라는 이름이 된 거죠. 그래서 사실 저희가 창업 교육을 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선포했다기보다는, 저희가 주로 쓸 수 있는 도구가 창업 교육이 된 시대가 된 것에 가까워요.
그래서 저희가 '창업가 육성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은, 청년들이 보다 자기주도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인 건데요. 로컬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고,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그 안에서 여러 차례 작은 성취와 실패들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나가는 장기간의 싸움을 하게 되거든요. 저는 그 과정 자체가 로컬 프러너를 육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3년 간은 이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실제로 성과를 내는 로컬프러너를 길러내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방향을 좁히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좋은 롤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니즈 때문이기도 해요. 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하던 시절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등학생들도 저희의 미션에 다 동감은 했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대학'을 스킵할 수가 없는 구조다 보니 3년 동안 아무리 교육을 열심히 해봐도 결국 대학에 다 가버리게 되더라고요. 대학에 들어가면 또 다시 다른 환경에서 진로를 고민하게 되다 보니, 그 친구들이 정말로 지역에 내려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거고요. 그래서 '씨를 뿌린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멘토리는 5년 동안 뭐 했나요?'라는 질문 앞에서 명확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결과물이 없더라고요. 그냥 '이만큼 청소년들 만났어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좀 더 단기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카테고리로 좁히게 된거기도 해요. 이 창업교육을 통해 로컬 창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례들이 나와준다면, 저희가 예전에 함께 했던 고등학생들도 그 사례를 보고 좀 더 빨리 로컬행을 고민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희가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저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저희보다 더 영향력이 큰 기관들하고 반드시 협력을 해야 하죠. 저희는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조직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들 사이에 생기는 미싱 링크를 메우는 조직 정도의 일을 해요. 청년들이 지역에서 주도성을 쌓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이 있잖아요. 교육도 필요하고, 실제로 인턴십도 해봐야 되고 직업을 알아보기도 해야 되고 사람들하고 교류도 해봐야 되고… 아무리 기존의 정부나 기관들이 이런 것을 지원한다고 해도, 붙이다 보면 분명 어딘가는 이빨이 빠지게 돼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부분들을 채워 나가는 방식으로 협력을 이끌어내가고 있죠.
로컬프러너 얼라이언스를 만든 이유는, 장기적인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서에요. 로컬프러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 경험, 실험이 다 필요한데, 이런 부분들을 잘할 수 있는 기관들이 함께 모여 참가자들을 위한 연결된 단계들을 만들어가려고 하죠. 각자의 지역에서 저희와 같은 일을 하고 있던 민간 기관들이 먼저 모였고,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과 대학 등의 교육기관도 합세한다면 더욱 중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체험에서부터 실제로 지역에서 자기 일을 만들거나 취업을 하기까지의 긴 과정을 모두 도울 수 있는 안전망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19살부터 29살까지, 10년의 기간 동안 한 사람이 성장하는 모든 여정에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제가 로컬프러너 얼라이언스에 가지고 있는 1차 목표에요. 대학생 신분, 아니면 비진학 청년 신분에서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대학 졸업 후 진로고민을 하는 시기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미 사회경험을 한 후 새로운 진로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런 식으로요. 다양한 진입 경로가 있는 단계별 연결망이 로컬프러너 얼라이언스의 핵심이죠.
저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콜렉티브 임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오픈 이노베이션은 원래 스타트업이나 투자씬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제가 그 정의를 듣고 나서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느꼈어요. 로컬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더이상 교육기관의 힘으로만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 사람이 진짜 로컬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 대기업, 지자체 등이 모두 다 관심을 갖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만을 목표로 삼고 있었던 기본 스탠다드 값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인재를 육성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들을 엮어내야 해요. 그런 부분에서 멘토리가 교육 기관으로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관문이 됐고요.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콜렉티브 임팩트, 즉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3이나 5가 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그동안 경상북도나 각 지자체에서 했었던 창업 지원 사업들은 각자 다른 과에서 각자 다른 이름의 창업지원사업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됐었거든요. 이 방식은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지금 중요한 건 창업을 많이 시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창업한 청년들이 그 지역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느냐잖아요. 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죠. 그래서 기존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정책들을 한 사람이 성장하는 여정맵에 따라 일정을 재조정해서, 우수한 예비 창업자들을 단계별로 육성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엮어내는 작업들을 했어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들을 잘 엮어냄으로써 콜렉티브 임팩트를 만드는 방식이죠.
멘토리를 떠나서 그냥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내일은 더 나은 오늘,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제가 40대가 되니까 종종 '세상 좋아졌다'는 말을 하는데요. 그런데 그건 그냥 '문물이 발전했다'는 의미이지,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 된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린이들만 봐도 그래요. 모든 놀이터가 아파트 속으로 들어가고, 흙도 없는 고무매트 위에서 놀잖아요. 사실 저는 어릴 때 몸으로 놀면서 자립심, 모험심, 주도성, 창의성같은 게 길러졌던 것 같거든요.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 청년세대들이 우리보다 행복해졌는가?라고 질문해봤을 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희 때가 훨씬 더 선택지도 뭔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제 자식을 키워야 되는 나이, 동생들을 바라보는 어른의 나이로서,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게 저한테 제일 중요한 일이에요.
그거는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조금 이상한 답변을 하자면, 만약에 내가 죽고 나서 내 장례식장을 볼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장례식이면 '잘 살았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이야기하는 일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기 때문에 제 죽음도 의미가 있는 거고 누군가가 찾아오는 거일거잖아요.
그 외에는, 정말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에 '지방도시에 본사가 있는 대기업'들이 늘어나는 걸 본다면 '이제 됐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그건 제가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그럴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전 국민의 반 정도만 인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95% 남은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방도시에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어야 되는데,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을 때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수와,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차이가 나요. 저도 늘 속상한 부분이긴 하지만, 성수동에서 로컬 이야기를 했을 때 가장 많은 사람이 오거든요. 그래서 제가 단지 '솔선수범한다'는 이유로 지방도시에 거점을 잡았다면,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들이 지역에서 뭔가 일을 만들어나가려고 할 때 서포터로 붙여줄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거에요. 참가자들에게 더 좋은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아직 서울에 많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발을 뺄 수가 없는 거죠.
제가 하려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나만의성 참가자들이 4명이나 멘토리에 직원으로 들어왔고, 이전의 직원들이나 참가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종종 의성에서 다시 모이기도 하고, 이런 것들을 보면 멘토리가 둥지가 됐다고 느끼거든요. 멘토리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해나가는 직원들을 통해 지역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롤모델,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있다는 롤모델을 저는 월급 주면서 만드는거죠. 그러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하잖아요. 그 성장에 필요한 자원들이 지역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으니, 저는 서울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들을 오가며 일을 해나가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만약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역에 발목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절대 지방을 살리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서울도 지방도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지방 도시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자원들을 내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협력은 서로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패를 내놓아야 가능한 거잖아요. 청년들은 지방 도시를 선택할 이유가 점점 없어요. 청년들 입장에서는 더 나은 기회, 더 나은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 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인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을 깨고 청년들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건 지역이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좋은 제안을 해야 해요. 지금처럼 청년들을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계속 간다면 앞으로는 더욱더 청년들이 지역을 선택하지 않게 될거에요.
좋은 제안은 명확한 문제정의를 통해서만 가능해요. 어떤 조직이든 위기가 닥치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지금 위기라고 말은 하면서, 제대로 전략을 수립하는 기구가 없어요. 2년짜리 임기제이다 보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거죠. 저는 '우리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상, 청년의 상이 뚜렷하지 않은 곳에는 청년이 내려갈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늘 하거든요.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누구인지, 그 사람들이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정의하고, 그 영역에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지역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지역에 와서 창업을 하더라도, 지역에 관련 산업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하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청년이 필요하다'는 지자체가 있다고 해볼게요. 언뜻 보면 타당한 것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청년이 필요한 게 아니라 경제 활성화의 주체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게 꼭 청년일 필요가 없죠. 그래서 '우리는 은퇴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자'라고 결정하고, 은퇴자들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럼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5도2촌, 4도3촌같은 형태로 그 지역에 많이 머물게 될 수 있겠죠. 그럼 먹거리, 생활용품, 즐길거리 등이 필요해질거고, 청년들이 와서 그 영역에서 창업을 할 수 있겠죠. 그럼 이 지역은 '실버산업'의 기반을 갖춤으로써 청년들이 창업하기 좋은 땅이 될 수도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자꾸 청년을 매개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 지역의 문제정의를 먼저 제대로 하면 좋겠어요. 그게 선행되면 청년들도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베네핏들이 정해지니까 그걸 기반으로 자기도 어느 정도는 양보하는 식으로 서로의 패를 교환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겠죠. 그걸 위해서 저희는 지역을 계속 설득시키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이정도 자원만 줬는데도 청년들이 실제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잖아요. 이런 걸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요.' 하는 식으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지역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지방 도시가 진짜 지속 가능한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이 수립된 도시가 3년 안에 나왔으면 해요. 지금까지는 대규모 국가 예산이 지금 들어가는 방식이니까 어느 정도 유효했던 거지만, 계속 이런 방식으로만 가면 절대 지속가능하지 못할 거에요. 사실 저조차도 3년 안에 어떤 뾰족한 승부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여기서 더 지속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방글라데시 등의 해외 캠퍼스를 개척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인재유출로 인한 국가, 지역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개발도상국에서도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지방을 떠난 친구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밖에서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아무래도 기존에 정해진 틀 밖에서 나의 일을 만들고 싶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아직 조바심, 불안감 때문에 서울, 그리고 기존의 틀이라는 궤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냥 당장 한번 시도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역에 저희 멘토리 같은 곳들이 만들어 놓은 아주 안전한 레일들이 있으니까, 너무 큰 결심을 하기보다는 좀 더 빠르게 이런 경험을 해보면 좋겠어요. 서울 밖에 재미있는 동료들도 많이 모여있고, 다양한 경험도 해볼 수 있고, 여러분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좋은 기회들을 멘토리도, 멘토리와 함께 하고 있는 로컬프러너 얼라이언스들도 계속해서 더 많이 만들어 나갈 테니, 또 어느 공간에서 우리가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