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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Dec 09. 2022

절대 누르지 마세요!

아침에는 도무지 피가 돌지 않는다. 준공된 지 40년이 넘어선 뒤로 내 신체 발전소는 해가 다르게 가동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요즘에는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서 사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간밤에도 네시간밖에 못 잔 터라 배터리 초절전모드로 드러누워 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머, 웬일이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 피싱 문자 처음 받아봐. ㅋㅋ>


가족 단톡방에 캡쳐사진을 올렸다. ‘나도 받았다!’는 고백이 줄줄이 이어졌다. 뭐야 이미 다들 받았던 거야? 나만 이제 받은 거야? 여동생은 하필 첫째가 미국여행을 다녀온 직후라 깜빡 속을 뻔 했다고. 그러자 올케가 자신과 아이들도 얼마 전에 받았다는데... 조카들은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이다.



‘해외결제 피싱 문자’로 구글링했다. 이런 문자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문의성 글과 ‘즉시 삭제와 국번없이 118 신고’ 밖에 답이 없다는 조언과 결코 피싱문자의 연락처로 문의전화를 해선 안된다는 경고성 글이 넘쳐난다. 기사 일부를 캡쳐해서 엄마와 아버지에게 따로 보내드렸다. 링크든 연락처든 절대 누르지 마세요! 


이것도 새로운 자극이라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었는지 엉겁결에 욕실과 세탁실 청소를 해치우고 저녁준비까지 일찌감치 끝냈으며 책상 위의 대혼란을 말끔히 정리하곤 속도가 더디던 누수바움의 <타인에 대한 연민>을 완독했다.

 

인생 첫 스미싱 문자를 받았다.
 
이게 뭐라고 심장이 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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