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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Jan 17. 2023

모두 안전하길


J의 휴대폰 잠금화면은 재난문자 캡처 이미지다.


라고 썼을 때, 건물 오른편 상공에서 거대한 철제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간의 경험치로 아마 군용헬기 로터일지 모를 철제덩어리가 얼어붙은 대기를 거세게 때리며 머리 위를 지나쳤다. 그 기세에 유리창이 흔들렸다. 소리의 궤적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다 창밖 어둠 어딘가에 묶이고......

부지불식간에 찾아든 망상을 나는 고개를 흔들어 떨쳐냈다. 잠시 넋을 놓고 있으면, 생각이 부정적 흐름을 타고 기분 역동적으로 거꾸러진다. 이건 다 얼마 전 미 인공위성 잔해물의 위협적 추락과 당일 새벽 인천 강화군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 때문이며 그 뿐인가 하면 또 바로 몇 주 전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상공으로 진입했다던 북한 무인기와 대통령의 뒤이은 응징보복발언과... 아, 말을 말자.


뭐 그 때문이라기보다는 며칠 전 날벼락처럼 닥친 사고 탓일 거라 생각한다. J가 횡단보도를 걷다가 불법 우회전한 오토바이에 부딪혔다. "우회전 시 보행신호 상관없이 무조건 일시정지." 이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교통법규가 바뀐 지 반년이 넘었다.



한쪽 다리에 반깁스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싸락눈이 쏟아졌다. 머리나 목, 허리를 크게 다치지 않아서, 그나마 속도를 줄인 오토바이라서, 무보험 배달오토바이가 아니라서,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서, 눈이 그때 퍼붓지 않아서,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지 않냐고, 우리는 서로를 다독였다. 놀란 마음이 가라앉자 뒤늦게 분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눌러 참았다. 재난, 날벼락, 불운의 속성이란 게 그렇지 않나. 속수무책이고 어쩔 수 없어. '불'에서 '다행'을 찾는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을 찾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수밖에 없다.     

 

식탁의 빌트인 충전기에 J의 폰을 옮겨놓다가 우연히 잠금화면을 봤다.
미 인공위성 잔해물 추락을 경고하는,
안전 안내 문자 캡처 이미지였다.
 
강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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