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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Sep 27. 2016

아, 이건 아니잖아...

2016. 9. 27. 불의 날. 비.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꼼꼼이 들여다본다.  

<성범죄자 고지정보서> 

얼마 전 정수기 코디님이 말하길,

"**단지에도 제가 정수기 점검하러 가거든요. 거기는 냉장고마다 고지정보서가 붙어 있어요."

그 단지에도 성범죄자가 한 명 살고 있다. 

냉장고문을 열 때마다 성범죄자 얼굴을 보게 된다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신은 아예 휴대폰에 앱을 깔아놨다고 덧붙였다. 그런 알리미 앱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다시 신규고지서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전자장치도 부착하고 있는 전과 2범이다. 도로명주소가 낯설어서 네비를 꺼내 검색해본다. 헉. 거주지가 생각보다 꽤 가깝다. 나는 아이에게 고지정보서를 보여주고는 분리수거상자에 버렸다. 망설이다 다시 꺼내 우편물함에 넣어놨다. 


2016년도 전국 성범죄 위험도 지도


이 나라에 성범죄자 없는 곳이 과연 있을까. 호기심에 검색해봤더니, 있었다. 그것도 네 군데나! 

경기도 과천시, 강원도 화천군, 경상북도 영양군, 전라북도 장수군.


달이 바뀌면 그때는 버려야겠어. 나는 결심한다. 한번 더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난데없이 찾아온 깨달음... 


내가 누군가의, 그것도 남자의 얼굴을 이렇게 외울듯이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오늘도 가족을 위해 9시가 넘어 퇴근한 남편 얼굴도, 하다못해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한 박00의 순정한 얼굴이나 강렬한 눈빛으로 사람 웃기는 질투의 화신, 조00의 얼굴도 '내 오래 마음에 담아두리라,' 결심을 다지면서 뚫어져라 살핀 적이 없었다... 


안되겠다. 그냥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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