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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Nov 28. 2022

사범대생의 아르바이트, 그리고 대학원 고민

아르바이트, 어차피 해야 한다면

대학생은 돈 먹는 하마다. 등록금, 자취방 월세, 교통비, 식비, 교재비, 기타 학과 회비 등등 큰 돈부터 자잘한 소모 비용까지 끝이 없다. 어지간한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만으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가정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면 학기 중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의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스팩 쌓기 활동을 하는 것도 어렵다. 여러 기업을 통해 전개되는 각종 서포터즈, 인턴 같은 대외활동도 결국 형편이 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을, 기업들은 온갖 미사여구로 사회적 의미가 있는 양 포장한다. 하지만 결국 기업 홍보 및 기타 이익을 노리고 진행하는 것이며, 제대로 된 임금은 주지 않고 혹시나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하는 희망고문으로 대학생들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본으로 농민들을 휘두르며 환경을 파괴하는 다국적 기업이 '지속 가능한 농업'을 내걸며 대학생들을 동원하는 건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여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학생들은, 개별 상황에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됐건 그 시간에 돈을 벌지 않아도 대학 생활을 지속할 수 있기에 하는 것이다. 그나마 세간의 인식에 따라 학벌에서 밀리면 의지가 있어도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사범대 꼬리표도 그닥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이처럼 학벌도 부족하고 한 시간이라도 더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결국 당장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우선하게 된다.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주변의 잘 사는 친구들은 배낭여행도 가고 각종 대외활동을 하며 스팩을 쌓는 것 같은데 자신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박탈감과 조급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사범대생은 이런 걸 열심히 하는 주변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는, 임하는 자세와 노력에 따라 역시 자신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취업 시 자기소개서와 면접 콘텐츠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또다른 기회일 수 있다. 내가 기업의 인사담당자라면, 배낭여행이나 인턴쉽 등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이력도 좋지만 어느 한곳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력이 보여주는 성실성과 협업능력에 우선 눈길이 가고, 면접장에 불러 인상을 확인하고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을 것 같다. 이왕 해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 역시 자신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증거로 남겨야 한다.


아르바이트 업종 선택과 주안점

만약 아르바이트 업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직과 업무 체계가 정립된 곳이 좋다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대기업 산하의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영업점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맡은 업무에 따라 물류, 재고 관리, 상품 관리 및 판매, 서비스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장기 근속하며 해당 기업에 좋은 인상을 남기고 경우에 따라 승진도 가능하다.


특히 대기업은 아르바이트의 시작과 동시에 손님 응대와 기타 업무 등과 관련해 직원교육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흐름을 접할 수 있다. 단순히 시키는대로 접시만 나르는 것과, 핵심 품목을 인식하고 고객 응대 매뉴얼을 숙지해 실제로 판매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경험의 폭과 깊이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거주 지역이나 기타 여건 상 업종을 고르기 어렵고 주어지는 기회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최대한 그 안에서 의미를 뽑아내야 한다. 편의점에서 일해도, 요령을 피우며 카운터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진열도 해보고 창고도 정리해보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하고 매장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유의깊게 봐야 한다. 손님들의 구매 양상을 관찰해서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받는 임금에 비해 노예노동을 하라는 게 아니다.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과 태업을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어차피 자리를 지켜야 하는 시간이라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조금이라도 더 해보는 게 좋다. 그리고 그 경험을 그때그때 기록하고, 학부 수업에 적용하든 동아리에 적용하든 포트폴리오로 만들든, 그 경험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녹여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인생경험과 스토리, 업무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실적이 어느정도 갖춰져 있을 것이다.


내가 상상해 본 업종 별 관찰 포인트

아래의 항목은, 아르바이트 업종 별로 근무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나 학습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이다. 다만 내가 경험해본 아르바이트는 몇 가지 없다. 대형마트, 필드 리서치, 택배 상하차 3가지이고 모두 단기 일자리였기에, 나머지 직군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적절히 걸러서 활용하길 바란다.


-대형마트 : PB상품, 계절 상품 판매 전략, 마감 전 할인 시스템, 재고 및 물류 관리, 손님 갑질 유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식당 : 마케팅, 제품 별 주요 소비 연령층, 제품 원가, 본사와의 제반 관계 설정

-편의점 : 인기품목, 무인편의점 확산, 진열 관리, 점주와 본사의 관계, 이벤트 판촉 전략(빼빼로데이 등)

-일반 식당 : 장사가 잘되는 집과 안되는 집의 차이, 임금 꺽기 관행, 점포 입지에 따른 가격대 차이

-카페 : 카공족 소비 패턴, 일회용기 사용에 대한 체감 문제, 시그니처 또는 시즌 메뉴 마케팅

-영화관 : 관람객 행동 패턴, 팝콘 소비 행태, OTT 보급 이후 영화관 현장에서 느껴지는 위기감

-PC방 : 연령대 별 주력 게임, PC토랑 양상, 수익구조, 현장에서 느껴지는 게임의 중독성 문제

-배달 라이더 : 갑질 유형, 실제 노동강도에 따른 수입 차이, 배민과 쿠팡이츠의 라이더 정책 비교


편의 상 업종 별로 구분하긴 했지만, 여러 업종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과 소비층을 잘 관찰하고 이에 대한 기록과 분석을 학과 공부 및 취업 포트폴리오에 적용한다면 꽤 활용성이 높을 것이며, 책과 뉴스 정도로만 공부한 이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 진학?

다른 학과 또는 직군이라면, 대학원 진학은 필수적일 수 있고 자신의 직업능력과 대우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범대는 그렇지 않다. 사범대 졸업 후의 대학원 진학은, 취업 준비도 안했고 임용고사 준비도 하기 싫을 때 선택하는 도피처인 경우가 많다. 출신 학과 그대로 사범 계열의 대학원에 진학해봐야, 학과 공부는 좀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딱히 경력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저 석사학위를 가진 사범대생일 뿐이다.


보편적인 기대 수준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대학원을 가는 것은 그저 2년을 그대로 허송세월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꼭 가겠다면 차라리 다른 계열의 대학원을 진학하는 게 나으며, 이는 학부 시절 복수전공이 전제되었을 때 의미가 있다. 사립학교 지원 시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신보다 '급'이 높은 대학을 졸업한 학사 학위 보유자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사범대 대학원은 교사가 된 이후에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


출신 학과 그대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아마 취업 준비는 따로 해본 적이 없을 것이고, 결국 임용고사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백수의 기로에서 도망치면 칠수록 되돌아와야 하는 길만 길어질 뿐이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했다면, 이는 경제적 상황이 나쁘지 않고 부모님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여 빨리 마음을 잡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든, 취업 준비를 하든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못하겠으면 학원 강사를 하든, 갈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버티든 뭐라도 하며 배워가야 한다. 사회의 쓴맛을 보며 경력을 쌓기 시작해야 한다. 피하면 당장은 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출발선조차 더욱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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