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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Nov 30. 2022

사범대 4학년의 마음가짐, 공부장소 고르기

4학년의 마음가짐, 공부 장소 고르기

참으로 애매한 시기, 사범대 4학년

임용고사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은 사범대 기준으로 졸업예정자 신분일 때부터 주어진다. 4학년 2학기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의 사범대 4학년은 임용고사에 확실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초등 임용고사는 경쟁률이 낮은 편이고 졸업과 동시에 합격하는 것이 가시권이기 때문에 대부분 제대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잡혀 있지만, 한 교실에 가득한 응시생 중 많아봐야 2~3명만 합격할 수 있는 중등 임용고사는 첫 시도에 합격을 기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교육실습도 나가야 하고, 졸업 논문 혹은 졸업 시험을 해결해야 하고, 수업은 또 수업대로 들어야 한다. 복수전공을 했다면 더욱 빠듯하다. 1년을 완전히 갈아넣을 각오도 되어있지 않고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삼을 것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이 시기의 임용고사 준비생(이하 임고생)들은 대체로 어차피 4학년 때는 다 떨어지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생각하며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적당히 공부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간을 쪼개서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한 번에 합격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어느 정도 틀을 잡고 시작하니 다음해의 시험에서도 공부 효율이 달라지고, 생산한 자료들은 자산이 된다. 같은 책을 수십 번 수백 번 읽고 계속 머릿 속에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 해 먼저 필독서들을 몇 바퀴라도 돌려본 것은 꽤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응시 첫해에 나도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략적인 임용 공부의 틀을 잡았고 더 열심히 하면 합격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성적을 받았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 문제를 마주하고 엉망인 성적표를 받았다면, 오히려 내가 이 공부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공포감만 들고 더욱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도망쳤을 수도 있다. 


4학년 시기부터 제대로 마음을 잡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를 기울여 내가 임용고사라는 경쟁체제에 맞는 사람인지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게 필요하다. 1월에는 각 교과 별로 학원에서 기초강의를 개설하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며, 각 과목 커뮤니티에서 합격자들의 수기를 읽어보면 대체로 어떤 책들을 어느 정도 비중을 두어 공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학원강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으며, 수기도 어디까지나 공부 시작점에서만 참고하는 것이고 공부의 틀과 페이스는 나름의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을 4학년 때 미리 겪어놓는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왕 한다면 올해 합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길 바란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임용고사에서 1년을 충실히 공부해서 합격했다고 했을 때 일반적 기준을 잡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수생이 아니라 공부의 틀을 잡았고 한 번 합격권 근처에 다가선 적이 있는 수험생이 그 시점부터 1년 간 전력을 다했을 때라고 생각한다. 


공부 환경 조성하기

공부 잘하는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든 잘한다고들 한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 이왕이면 좋은 연장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시 공부에서 가장 기본적인 연장은 공부 장소이다. 


나는 졸업예정자 시절을 포함해 4번의 시험을 치렀는데, 크게 세 군데의 서로 다른 곳에서 공부했다. 졸업한 대학, 집 근처 독서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대학이다. 졸업한 대학과 다른 대학을 구분한 것은, 내가 출신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각 공간들은 장단점이 뚜렷하고, 각자의 성향에 맞게 공부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참고삼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졸업한 대학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4학년 재학 시기부터 재수 때까지 졸업한 대학에서 공부했다. 1~2년 정도는 무난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공간이다. 학과 친구들 모두 너도나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잘 모를 때 서로 보듬어가며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스터디를 꾸리는 것도 한결 수월하고 공간 대여도 쉽다. 학과에서 학원강의를 구매해서 틀어주기도 하고 학과 교수 혹은 합격한 졸업생의 특강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임용 공부의 기초를 다지고 차근차근 공부하기 좋은 공간이다.


다만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잘 아는 학과 친구들끼리 어울리게 되니 오늘 저녁은 놀자, 술 한 번 먹자 같은 유혹이 상존한다. 그렇게 저녁을 날리고 숙취에 다음날까지 날린다. 별종 중에는 적당히 놀면서 공부해야 오히려 공부 효율이 올라가는 사람도 없진 않은데, 보편적인 기준에서 유흥은 대체로 공부를 방해한다. 임고 합격률 자체가 높지 않으니 학교 근처에 쌓인 장수생 선배들이 많아 절박함 내지 위기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학교의 재학생 정원은 그대로인데 학교 주변 공터에 자꾸 원룸 건물이 들어서는 건 장수생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까딱하면 이곳은 현실감각을 마비시키고 졸업하고도 본인이 계속 대학생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다만 앞서 언급한 장점도 있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이 허락한다면 일부러 피할 곳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합격하지 못한 상태로 2년 정도 흘렀을 때, 이곳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제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과감하게 짐싸서 집으로 돌아가길 권한다. 나는 재수 때까지 학교 근처에서 생활했다. 이 기간동안 학교의 임용고사 인프라를 활용하여 공부의 틀을 잡았고, 1차 시험 합격을 경험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 기간이다. 재수 실패가 확정된 후에는 낙향했다. 


집 근처 독서실, 최악의 실패

노량진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이어지는 기약 없는 시험 준비에 과도하게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부담됐지만, 굳이 그곳이 더 공부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글의 말미에 따로 다룰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일단은 단순하게 집에서 공부 장소를 오가는 시간을 아끼는 것을 우선으로 해 근처 독서실에 터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가족들은 출근하느라 아침 8시 전에 집을 비웠지만, 독서실은 9시가 되어야 문을 열었다. 독서실에 가면 공부를 시작한다는 이유로 9시 전은 빈둥거리는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독서실에 출근이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차츰차츰 나태해지더니 별로 잘하지도 않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고, 부모님의 퇴근 시간에 맞춰 독서실로 나갔다. 그것도 잠시, 이제는 그냥 계속 게임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인강을 켜놓고 공부하던 척을 했다. 저녁을 먹고 독서실에 가면 만들어놓은 서브노트를 대충 읽고, 이건 아는 부분이니까 이거 한 번 훑었으면 한 시간 공부한 거라면서 스스로를 속였다. 정말 스스로 한심하면서도 그런 생활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시험일이 되었다. 나는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로 시험지를 받아들었고, 혼이 나간 상태로 시간을 보낸 후 초수 때보다도 훨씬 못한, 컷 라인에서 한참 모자라는 성적을 통보받았다. 실패랄 것도 없었다. 그해는 도저히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 없었다. 1차 시험 합격자 발표날 나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꺼이꺼이 울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지 못한 이유

어떤 이유를 내세워도 결국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이 때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공간에서 공부했던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면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직전 시험에서 그래도 1차 합격은 해봤다는 오만함, 그리고 독서실이 가진 환경 요인이었다. 전자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별도로 다룰 것이다.


독서실은,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사람들에게는 잘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나태해지기 쉬운 타입이라면 거르는 것이 좋겠다. 우선 이곳은, 차이는 있겠지만 일정 시간 문을 닫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곧바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할 수 없다. 가족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함께 나가 곧바로 독서실에 착석할 수 있었다면 좀더 나은 생활을 했을 것이다.


주변에 절실함을 자극해주는 요소가 전무한 것도 아쉽다. 대학가와 다르게 집 근처 독서실은 낮 시간이 매우 황량하다. 아무도 없거나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있다. 자신이 백수인 것을 인지하는 것은 절박함을 갖는 데 중요하지만, 낮 시간 독서실에 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쓸쓸함과 공백감 뿐이었다. 텅빈 공간에 덩그러니 앉아서 집중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


저녁 시간의 채워짐도 내가 원하는 바와 달랐다. 저녁 시간에는 그런대로 독서실에 사람이 좀 들어찬다. 문제는 거의 중고등학생이라는 점이다.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이야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볼 수 있지만, 독서실에서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은 고역이었다. 잡담을 나누는 소리가 들리고, 핸드폰을 두고 나갔는데 진동이 울리고, 이래저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일이 잦았다. 그저 성적표를 받으면 되는 학교 내신을 이따금 준비하는 10대들 속에서, 인생이 걸린 당락 밖에 없는 시험을 준비하는 백수는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집 근처 대학

처참한 실패를 맛본 후, 나는 공부 장소를 집 근처 대학 도서관으로 변경했다. 사실 말이 근처이지 편도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실에 다니던 것보다 실질적으로 훨씬 긴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독거실의 단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은 문을 일찍 열기 때문에 가족들이 나갈 때 나 역시 바로 나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주변에 사람이 많은 곳을 가야하니 일단 씻고 사람 꼴은 갖추고 나가야 했던 것도 중요하다. 집과 독서실이라는, 어림잡아 100~200m 안에 한정된 공간만 오갈 때 느꼈던 갑갑함을 벗어나니 좀 더 숨쉬는 것 같았다. 열심히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학생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가장 좋았고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열람실의 분위기이다. 대학 도서관은 편안하게 책이나 신문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은 지역 도서관과도 분명 분위기가 달랐다.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나 같은 고시생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열람실이 붐비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을 한가득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 속에 나와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긴장감이 돌고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나는 공부가 잘 되는 날은 좀더 몰입하기 위해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 앉았다. 반대로 뭔가 좀 집중하기 힘든 날에는 개방형 책상에 자리했다.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데 혼자 고개를 숙이고 폰질하는 것은 쪽팔렸기에 딴짓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조차 가득차는 열람실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했던 그 긴장감이 나를 이 시험에서 구제해준 것 같다. 


다만 주변 소음이나 이런저런 장면에 민감하거나, 약간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일반적인 독서실, 혹은 요즘들어 부쩍 많아진 스터디 카페가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편안함보다 뭔가 공부를 해야한다는 긴장감을 원한다면 대학 도서관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거점 : 노량진보다는 집으로

임고생이니 공시생이니 하지만, 말이 좋아 하는 말이지, 월급이 나오는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지 않다면 그냥 백수에 지나지 않는다. 백수는 눈뜨고 일어났을 때 눈치볼 사람이 없다면 가장 나태해지기 좋은 직업이다. 본인의 생활에 대해 견제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견제가 필요한 분들은, 노량진에 터를 잡는 것은 가급적 말리고 싶다.


교사가 된 이후, 연수를 받기 위해 서울에 장기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저녁 시간에 할 일이 없어 혼자 서울 여기저기 탐방을 다니는 과정에서 노량진도 방문했다. 노량진 학원가를 둘러본 후 내가 받은 인상은, 그저 이곳은 학원이 많은 유흥가라는 것이다. 저녁 시간의 노량진은 불야성이었다. 술 마시고 게임하고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취향에 맞는 수단으로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공부하다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노량진은 절대 공부에 무게중심을 둔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이따금 컵밥을 먹는 공시생의 처지를 불쌍한 모습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드넓은 노량진 거리에서 컵밥 거리는 극히 일부였고 대체로 나머지는 일반적인 번화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노량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서실 등록은 되어 있어도 하루종일 비어 있는 자리가 많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들로 경쟁률을 좁히면 3:1 내지 5:1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돈다. 


노량진에는 가족의 따가운 시선도 없고 취업한 것을 자랑하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백수다. 그저 학원 강의 좀 듣고 스터디 꾸리고 공부하는 척 하면 사람 구실은 하고 있는 것 같고 어찌어찌 시험을 치르다 보면 언젠가 합격하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만 들게 만드는 환경이다. 


스터디를 꾸리기 쉽고 유명 강사의 직강을 들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노량진 생활이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부작용보다 큰 장점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직강을 들으면 인강보다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스스로 공부해야 할 시간에 나태해진 자신을 붙잡아 줄 수단도, 시선도 없다. 임용판은 일반 공무원 시험과 달리 학원강의가 필수적인 시험도 아니다. 아직 노량진에 가진 않았고 고민 중이고, 별다른 가정환경 상의 변수가 없다면, 집으로 가길 권한다. 이미 노량진에 몸 담고 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거점 변경에 대한 판단을 빠르게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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