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의
임용고사의 세계에도 사교육이 있다. 다만 시장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진출해 있는 강사도 많지 않고 경쟁이 거의 없다보니 고인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좋게 보면 안정적으로 장기간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본 틀은 잘 제공해주고, 단권화 서브노트 용도로 쓸 수 있는 강의교재의 구성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학원강의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굳이 노량진으로 갈 필요 없이 인강으로 접하면 충분하다. 특히 직강의 경우 학원 지점 별로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대로 나눠듣지 못하고 1~2일 사이에 하루종일 강의를 몰아서 들어야 하는데 공부에 효율적인 방식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교과 별로 학원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다를 수 있으니, 이 부분 역시 정답이 아니라 참고사항으로 봐두길 바란다.
교육학 - 어쩔 수 없는 학원행
다른 교과의 강의와 달리, 교육학은 모든 임고생들이 공통으로 시험을 치르는 영역이기 때문에 제법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고, 그에 따라 꽤 많은 강사들이 포진해 있다. 임용 전문 학원도 대체로 나름 명성이 높은 교육학 강사가 간판을 내걸면 몇 가지 교과의 강사가 합류하면서 형성되는 구조다.
사범대 재학 중에 이루어지는 교육학 강의는 각 교수의 학문적 성향이나 수업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해당 수업들을 이수했다고 해서 임고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체계적으로 모든 이론을 모아서 가르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구를 잘하는 교수가 꼭 수업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시험에 출제되는 모든 이론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과, 그동안 쌓인 기출문제를 정리하는 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교육학 영역에서만큼은 어쩔 수 없이 학원 강의를 들어야 한다.
수많은 강사들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나는 가급적 기본 위주로 가르치는 강사를 권한다. 100점 만점에 20점을 차지하는 교육학은 딱 그만큼, 혹은 그것보다는 조금 약한 비중으로 두고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교육학은 잘 받아도 전공 공부가 부족해 낙방하는 경우도 많다. 20점을 모두 쓸어담겠다는 각오로 공부하면 분명 전공 공부에 지장이 온다.
매년 1차 시험이 끝나면, 운좋게 그 해에 나올 주제를 맞춘 강사의 인기가 치솟는다. 그러다보니 많은 강사들이 어떻게든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넓은 범위의 이론을 다루게 되고, 임고생들은 지나친 시간을 교육학에 투자하게 된다. 뭐 그렇게 공부하면 교육학 점수 자체는 나쁘지 않게 나오니 낙방하더라도 그게 잘못된 것인지는 잘 모른다. 교육학은 남들 받는만큼만 받는다는 생각으로, 대충하지는 않되, 적당히 힘을 빼고 시간을 압축해서 해야 한다. 내가 교육학 공부에 적용한 방법은 다른 글에서 다룰 것이다.
전공 과목 : 기초 강의와 교재
교과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2월은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임고생들을 위한 기초 강의가 개설된다. 강사가 자체편집해 발간한 책을 교재로 진행되며, 각 영역의 핵심 내용들을 빠르게 훍고 지나간다. 역시 사범대 본과 수업에서 제공되지 않은 책과 흐름이기 때문에, 공부 시작 단계에서 한 번쯤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이 과정을, 진실로 합격을 목표로 하는 그 해의 1월에 시작하기보다는 최소한 재학생 신분일 때 끝내는 것을 추천한다. 진심으로 임고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 일부는 3학년 시기에 이 기초강의를 듣는 경우가 있다. 매우 바람직하다. 학원 사이트에 녹화영상이 1년 내내 개설이 되어있기 때문에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니, 빠른 시작이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다.
고시 공부는 아무리 학원 강의를 오랜시간 틀어놓고 들어도 그건 공부했다고 볼 수 없다. 스스로 복습하고 인출이 되는 과정을 수없이 겪어야 하며, 강사의 설명이 아니라 학문적 권위가 있는 전공서적의 용어를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순수 공부 시간을 길게 확보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기초가 없어 듣는 강의라면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나름대로 진심으로 합격을 노리는 그 해의 새 버전 강의를 듣지 않으면 혹시 놓치는 게 있을까 두려울 수 있지만, 기초 강의는 그 내용과 교재 구성이 매년 거의 차이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교재는, 그래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나름대로 목차 및 기본 내용 구성이 좋기 때문에 강의를 듣지 않아도 단권화 서브노트 용도로 꽤 유용하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압축해도 엄청나게 많은 내용을 자필로 모두 넣기는 어렵고, 각 챕터 별로 어느 정도의 여백 공간이 필요한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공 과목 : 기타 심화 강의
3월 이후에는 주요 수험도서 강독이 진행되는데, 이 부분은 교과 별로 진행 방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종합적인 성격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나의 경우에 비추어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은 필수는 아니며, 오히려 안 듣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전공서적은 여러 권의 책을 끊임없이 수십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하고, 이 부분은 수험기간 내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책 별로 나눠진 강의 스케쥴에 의존해서 공부하다 보면 그런 흐름을 잡기 쉽지 않고 특정 기간에는 특정한 책만 붙잡고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아무리 나름대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강사의 설명에 오개념이 있을 수 있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도 발생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학원강의와 자신의 공부 스케쥴을 잘 융합하여 이끌어갈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위에서 언급한 분절적 학습 현상이 벌어지거나, 책에 적힌 키워드가 생각나기 보다는 강사의 해석이 섞인 발언이 우선 떠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강의보다는 스스로의 공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당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다. 책에 없으나 강사 혼자 설명하는 과정에서 쓰는 용어는 채점 과정에서 키워드로 인정받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기본은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은 전공서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 수준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서 학원 강사의 강의교재에 적힌 단어들 중 어떤 것은 핵심 개념이고 어떤 것은 그냥 미사여구에 불과한 것인지 보인다. 그때 더 중요한 용어가 빠져있고 미사여구로 채워진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판단을 믿고 수정해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교재에서 키워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용어는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내가 핵심이라고 이해한 용어를 기입했다.
전공 과목 : 모의고사 강의
시험일이 다가오면 모의고사(이하 모고) 강의가 개설된다. 역시 교과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학원 모고는 모고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고는 문제의 질적인 측면에서 실제 문제를 따라갈 수 없으며, 무엇보다 출제 경향성이 완전히 다르다. 참고삼아 풀어볼 수는 있지만, 그 결과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면 차라리 접하지 않는 게 낫다.
학원 모고의 문제점은 첫째, 문제가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쓰라는 것인기 그 기준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임용고사도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상당한 공을 들여 문제가 제작되고 해당 문제들은 응시자가 서술하길 바라는 방향이 명확히 제시된다. 반면 모고는 강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쓰라는 내용이 두루뭉술한 편이다. 문제를 풀면서, 제시된 주제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이는 후술할 백지 인출 연습에서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들을 풀면 오히려 문제 푸는 감각을 어지럽힐 수 있다.
둘째, 강사는 출제 가능성이 현저히 낮거나, 본인이 개인적으로 꽂힌 포인트에서 문제를 다수 출제하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임고생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 어느 분야이건 학원강의의 포인트는, 수험생이 실제로 그 내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자신이 다룬 내용에서 시험 내용이 출제가 되었는지의 여부이다. 내세울 수 있는 적중률 수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도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아직 학계에서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최신 이론들을 섣불리 소개하고 문제로 내고, 더 중요한 내용들을 복습해야 할 시간에 임고생들은 제목조차 생소한 내용을 소화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특히 이쪽 분야의 모고는, 공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체로 답안을 출력물로 제공하지 않고 강의를 들어야만 강사가 정답으로 설정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굳이 들을 필요 없는 내용 때문에 정답 확인을 위해 장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좋지 않다.
물론 아주 희박한 확률로 해당 내용을 다룬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시험은, 남들이 틀리는 문제는 틀려도 된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틀리지 않는 문제를 틀리지 않는 것이고, 누구나 접한 내용들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정 개인의 출제 경향에 익숙해지는 것은 위험하다. 수험 공부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학원 모고 점수에 휘둘려 완전히 실패한 사례가 바로 나다. 내가 집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를 등한시하다 완전히 실패했던 그해에도, 모고 점수는 톱 수준으로 잘 나왔다. 그러니 더 방심했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반대로 모고는 항상 실망스러웠지만 정작 본 시험에서 합격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만큼 모고와 실제 출제 문제는 갭이 크다.
내가 접하지 못한 교과에서 모고의 질이 우수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대 수준에서는, 모고를 풀면서 불분명한 출제 기준에 머리를 싸매는 것보다는, 자신이 정리해온 서브노트 혹은 기출 주제에 대한 백지 인출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생각한다.
학원 강사는 신이 아니다
노량진에서 살아남은 동료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사들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임고생들이 꽤 있다. 물론 그 중 합격생이 나올 수도 있지만, 특정 강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학원 강의의 단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에 그다지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굳이 직강을 듣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특히 여성 수강생의 경우 남성 강사와 수업 시간 이외에 접촉하는 것은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
강사와의 지나친 친밀은 또다른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차마 실명을 거론할 수 없지만, 임용 강사들 중에는 여성 수강생들에게 부적절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소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여성 지인 한 사람에게는 개인적으로 접근하여 밥을 사주고 차를 마시자며 자신의 집에 초대하려는 식의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무료강의를 미끼로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요구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몇년 전 유부남 강사가 여성 수강생을 속여 사기 결혼까지 했다가 적발된 사건도 있다.
임용 강사라는 권위를 바탕으로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항상 친근하게 대하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니, 업무와 지위에 기반해 발생하는 친절을 이성에 대한 호감 표시와 구분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진정 수강생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강사라면 사적인 만남 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강의실 안에서 해주고 싶은 말을 다 해줄 것이다.
학원 강사는 절대적인 정답을 갖고 있는 신이 아니다. 수험 생활 중 힘든 부분은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의지하며 해소하는 것이지 속을 알 수 없는 잘 모르는 아저씨에게 기대면 안된다. 학원은 수강생에게 요금을 받고 상품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