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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Dec 01. 2022

임용 공부의 실제-서브노트, 기출문제, 백지 인출 연습

공부 초입기

후술할 백지 인출 연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심화학습 방법을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공부 시작 단계에서는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다만 처음부터 잡고 있는 그 책 한권을 완벽하게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일단은 전공 서적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각 영역에서 대강의 틀을 잡아야 한다.


어차피 그 책들은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볼 예정이다. 처음부터 맥락도 없이 서브노트를 만들고 인출 연습을 하면 얼개를 잡을 수 없다.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각 서적에 있는 내용들이 모두 같은 수준으로 출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의 기준이 되는 기출 문제를 보는 시야도 기본 소양이 쌓였을 때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가급적 재학생 시절에 이 단계를 끝내는 것을 권장한다. 앞서 다룬 학원 기초강의와 병행하는 것도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첨언하자면, 나는 책에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하는 등의 표시를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 초입기에는 무엇이 더 핵심개념인지 잘 모르며, 사실 핵심이 되는 책들은 딱히 버려도 되는 내용이 없이 각 페이지를 모두 완벽히 소화해야 한다. 섣불리 지울 수 없는 볼펜이나 형광펜 따위로 표시를 해두면, 가독성은 떨어지고 더 중요한 개념에 주목하지 못하게 되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펜을 쥐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면 연습장을 준비해서 끄적이며 읽기를 추천한다. 그럴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끄적였던 것도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다.


서브노트 작성법

공부 기간이 어느 정도 쌓이면 서브노트를 작성, 즉 단권화를 시작해야 한다. 단권화 전략은 어디서든 비슷하겠지만, 전공 서적의 모든 내용을 싸그리 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준을 세워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처음부터 그 기준을 잡는 것은 쉽지 않으며, 공부를 소화한 수준이 높아질수록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이 부분은 공부를 지속하며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먼저 합격한 사람의 서브노트를 접할 기회가 있을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참고만 해야 할 뿐 스스로 자신만의 단권화를 해나가야 한다. 그 사람의 사고 구조에 따라 압축된 서브노트는 타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본인이 3수 이상의 상황에 처해있다면, 서브노트를 갈아엎고 새롭게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재수 때까지 만들어둔 서브노트는 온갖 황칠과 빽빽한 글씨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뭐가 더 중요한지 판별도 되지 않았다. 욕심에 이것저것 다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인데 여기저기 중복해서 기입한 내용도 많았다. 마지막 시험 공부를 했던 그 해 3~4월 나는 하루 공부시간의 상당량을 서브노트를 새롭게 만드는데 투자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조금만 추가했다. 6월 정도를 전후해 나만의 서브노트는 완전히 다시 태어났고, 이 안에 있는 내용만 다 쏟아낼 수 있으면 합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틈틈이 추가한 작업은, 서브노트에 기입한 내용 중 기출 문제에 나온 주제와 핵심 단어들에 따로 표시를 해둔 것이다. 해당 내용이 문제를 관통하는 주제로 나왔으면 노트에도 그 제목에 별표를 달았고, 가볍게 단어 하나 정도가 나온 수준이면 정리된 내용 중 단어를 찾아 그 부분에 작은 별표를 달았다. 두 번 나왔으면 두 번 달고, 세번 나왔으면 세번 달았다. 그렇게 기출 문제를 서브노트에 반영하니, 인출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내용과 그냥 읽고 넘어가면 충분한 내용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시험장에도 난 3권으로 나누어진 적당한 두께의 서브노트만 챙겨서 들어갔고, 매 교시 별표로 도배된 내용을 빠르게 훍어보며 시험을 대비할 수 있었다.


기출 문제 다루기

모든 국가고시의 기준이 되는 표본은 기출 문제이며, 임용고사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엉뚱한 곳에서 나온 것 같아도 잘 찾아보면 이전에 출제되었던 문제를 확장시켰거나 방향을 바꾸어 활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에 활용된 자료가 다른 시험의 답안이 될 수도 있고, 글로만 나왔던 내용이 지도로 나올 수도 있고 , 기본적인 내용을 요구했던 주제에서 좀더 심화된 내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기출 문제는 단순히 풀어보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며, 그 안에 담긴 모든 가능성을 뜯어먹겠다는 각오로 살펴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의 수준을 높이려면 전공 서적을 읽고 이해하며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쌓아야 하기에 공부의 시작 단계에서는 책부터 읽는 것이다. 나는 기출 문제의 모든 단어를 뜯어보며 관련된 내용을 인출하는 연습을 했고 스터디에서 기출 문제를 변형하여 풀어보는 작업을 병행했다. 책을 한 번 돌리고 기출 문제를 보면 뭔가 더 보이고, 기출 문제를 본 후 다시 책을 보면 또 다른 게 더 보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머릿속에 차곡차곡 구조화가 진행된다. 기출을 이리저리 갖고 놀며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고, 어떤 내용을 보면서 기출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면 합격권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이다.


백지 인출 연습

공부를 쉽고 편하게 하는 꿀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어렵고 불편하지만 최종적인 효과는 확실한 꿀팁은 있다. 최대한 외워서 백지에 쏟아내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 이 시리즈를 쓰는 내내 강조했던 인출 연습이다. 어린 시절 전교1,2등을 다투던 독한 녀석들은 이미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실천한 방법이다. 그때 옆에서 보기에는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본인이 결국 어떤 시험을 치르는 형태로 인생을 걸어볼 것이라면 확실한 정답이었다. 그 사람들은 이미 고시공부를 하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했고, 그 뒤에 펼쳐진 경쟁에서도 훨씬 유리한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정리된 서브노트가 꼭 필요하다. 같은 주제도 여러 책에 그 내용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의 사고 구조에 맞게 시각적으로 종합해 두어야 한다. 가뜩이나 임용고사는 서술형 시험이기 때문에 백지 인출이 되지 않으면 시험장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을 것이다.


인출 연습을 처음 시도하면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막막하다. 강의를 듣고 읽기만 했던 건 제대로 공부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하는 순간이다. 어떻게든 짜내서 쓰고, 부족했으면 그 부분을 다시 읽고 또 쓰고, 그런 과정을 부던히 반복해야 한다. 다만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주제를 같은 수준으로 인출을 상세히 할 수는 없다. 그럴 때 기준이 되는 것이 기출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리된 서브노트이다.


인출을 할 때마다 완성된 문장으로 쓰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개요식으로 핵심 단어만 썼고, 상관관계는 기호를 활용했다. 원인이나 전개 과정은 화살표로, 대립관계는 vs 같은 것으로 표시하는 식이었다. 공부 후반부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이렇게 인출 연습을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는 모닝글로리에서 생산한 마하펜이라는 제품을 사용했는데, 3일에 한 번씩 한자루의 잉크를 모두 소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브노트가 완벽하게 완성된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은 다소 늦다.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면 인출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 인출 연습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 인출을 하다가 빠진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해당 내용이 적혀 있는 서브노트 자체를 상상했다. 아, 이 내용이 왼쪽 위 구석에 있었는데...하면 쓸 내용이 떠오르는 식이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특별히 어떤 주제든 쓰는 데 막힘이 없다고 느꼈다. 앞선 세 차례의 시험을 앞두고는 한 달만 더 시간이 있기를 바랬었지만,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는 오히려 이 감을 잃기 전에 빨리 시험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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