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하남 Nov 29. 2022

임용 공부, 피할 수 없으면 일단 시작하기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임용고사(이하 임용) 준비에 대한 조언이다. 임용 체제에 유입되기 전에 내가 그렇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길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미 이 판에 들어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임용에 합격해 교사 생활을 시작한 지는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현재까지의 기준으로는 가장 심각한 선발 인원 침체기를 겪었고, 약간의 틀 변화는 있으나 서술형 시험 체제 하에서 시험을 치렀으니 어느 정도 참고는 될 것이다. 다만 각 개인마다 적합한 방식은 다를 수 있기에, 내가 하는 이야기를 정답이라기 보다는 참고사항으로 여기고 읽어보기 바란다.


임용 공부, 일단 시작하기

수험생의 입장에서 임용고사는 참으로 난감한 시험이다. 상위 레벨이라 볼 수 있는 3대 고시에 미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시험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고 그나마 정확히 어디까지 어떤 수준으로 나온다는 확실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객관식인 일반 공무원 시험과 결도 다르고, 달려드는 인원 풀도 차이가 난다. 무슨 책부터 읽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어떤 수준까지 올라야 하는지, 서술형 시험을 치를 수 있을만큼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시작하기 전에 겁부터 집어먹고 4학년이 되기 직전에 휴학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등록금 마련 등 명확한 목적이나 상황이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데 현실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면,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결국 임용 판으로 들어올 것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공무원시험이든 행정고시든 처음부터 그 판의 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남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필요하다는 기본 전공서적부터 사고 잘 모르겠으면 학원의 기초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학원 강의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시작할 때만큼은 꽤 쓸모가 있다. 최소한의 대략적 틀은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시작하는 근성, 공부 근육으로 바뀐다

임용고사는 크게 필기시험을 치르는 1차와 수업실연 및 면접을 치르는 2차 시험으로 나뉜다. 1차 시험은 모든 수험생이 치르는 20점 비중의 일반 교육학과 80점 비중의 전공 내용으로 구성된다. 내가 임용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핵심은 1차 시험에서 객관식이 폐지되고 전면적으로 서술형 시험이 실시된 것이다.(일반교육학은 논술, 전공은 서술이라는 차이가 있으나 여기서는 굳이 자세히 다루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공교과는 이미 형태는 다소 달라도 서술형 시험이 도입되어 있었기에 큰 혼란은 없었다. 문제는 일반 교육학이었다. 이전까지 객관식으로만 출제가 되었기에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나올 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들은 새로운 유형에 가장 먼저 적응한 척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건 나는 해당 유형에 맞추어 공부를 바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교육학 논술 준비를 위한 단기 스터디를 했다. 각자 준비하는 교과는 다양했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존재할 수가 없었기에 각자 준비한 문제의 수준은 매우 저렴했고 개론서 내용을 확인하고 인출 연습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그 해에, 대략 여섯 명 정도가 함께 공부했던 것 같은데 알고보니 나를 포함해 거의 모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종합격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던 한 명도 1차 시험은 합격했다고 들었다. 나는 이때 모였던 사람들이 특별히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두뇌가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지만, 일단 뭔가 해야 한다면 시작해야 할 때 시작할 줄 아는 태도의 차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험 공부를 할 때 가장 마주하기 싫은 것은 내가 공부가 제대로 안되어 있고 아는 게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셀 수 없을 만큼 겪고 이겨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합격 아니면 탈락 밖에 없는 형태의 시험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더 빨리 확인하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공부를 계속 해야 그게 이 고된 경주를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근육으로 바뀐다. 안하다가 갑자기 하려면 경련이 와서 쓰러지고 좌절하기 쉽다. 좌절을 공부 과정에서 충분히 많이 해봐야 그 경험을 시험장의 성공으로 바꿀 수 있다. 뭘 해야될지 모르겠으면 일단 공부를 시작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