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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Nov 25. 2022

사범대생, 동아리도 낭비하지 말자

이 글은 반드시 사범대생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이라 생각하니, 사범대생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었다면 모바일 게임 출석체크와 일일 임무할 시간, 혹은 다음 인기게시물 고양이 움짤을 보는 시간 중 일부를 쪼개서 읽어보면 손해는 아닐 것이다.


동아리 선택의 방향성 문제

운영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고등학교에도 동아리가 있다. 교사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동아리를 개설하면 학생들이 선택해 들어가는 구조이다. 그런데 학생 중 상당수는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반이나 영화 감상같은 동아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급적 학술 동아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 역시 특이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술 활동을 하면 사실상 교과 하나를 더 생활기록부에 채우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활동 양상과 성취 수준이 비슷한 학생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영화 감상만 해서 약간의 감상문 활동은 언급되어 있고, 다른 한 명은 책을 읽고 발표나 토론 활동에 참여한 기록이 있다면 합격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채우는 것과 대학생으로서 스팩을 쌓아나가는 것, 두 경우 모두 자신의 지나온 흔적을 통해 학술능력과 리더십, 협업능력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 매커니즘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동아리 활동 역시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요즘의 대학가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행, 식도락, 밴드, 등산, 종교 등 취미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리가 여전히 성업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성과 만날 기회가 많고 나름대로 각자가 꿈꿔온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 모습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좀더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우연한 계기로 위와 같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보통 사람이다. 극소수의 성공 사례를 기대하기 보다는 보편적인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나마 사범대생이 아니라면 이런 동아리에 들어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색다른 커리어를 만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이 사범대생이라면 동아리마저도 자신이 기업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증거로 만드는 데 투자할 필요가 더욱 절실하다. 취미 활동은, 본인이 교사 임용에 성공한다면 퇴근 후의 삶을 알차게 채워주는 자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진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결국 자신의 커리어를 채울 시간에 논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동아리로 가야 할까? 

사범대생은 동아리도 졸업 이후 스팩으로 내세울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나도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 시간이 꽤 많이 흘렀고 요즘은 어떤 형태의 동아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감안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1-취업동아리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학교라면 아마 취업 준비와 관련된 동아리가 있을 것이다. 있으면 꼭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범대생끼리 교류해서는 알기 힘든 취업 준비의 방향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사범대생이라는 신분이 가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앞의 글에서 다룬 바와 같이 다른 분야에서 복수전공을 하고 있다면 취업 동아리 가입에 도움이 되는 경력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 다룰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도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각 대학 별로 취업 상담 센터 같은 곳이 있을텐데, 이왕 등록금도 냈으니 적극적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취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관심 있는 분야의 주요 기업을 공부하고 실제로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식투자해보는 경험을 함께 하는 동아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실제로 그러한 동아리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 경험을 기록하고, 기업을 공부하고, 거래 과정에서 느낀 심리와 추격매수, 손절, 익절 경험을 정리한다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만약 제법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만들어 냈다면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2-학술동아리

앞서 고등학교의 사례에서 언급한 학술 동아리도 나쁘지 않다. 아마 존속 위기를 겪고 있는 동아리가 많을 것으로 여겨져서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다. 수능 수학을 공부할 때, 한 시간에 한 문제를 풀더라도 해설지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고 어떻게든 이리저리 생각해보며 푸는 과정을 중시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힘은 단순히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대학 공부와 취업 준비 과정에서도 발휘된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및  논술, 취업 후에도 이어지는 각종 보고서 작성과 회의 및 프레젠테이션의 모든 기본은 자신이 머릿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힘이다. 유튜브 영상이나 핵심 요약식 카드뉴스 같은 것으로만 편하게 지식을 떠먹은(정확히는 지식을 얻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능력을 갖출 수 없다. 어려운 책을 읽고 머리를 싸매가며 사색하는 과정에서만 겪을 수 있는 지적 성장이 있다. 유려한 문장력과 언어 구사 능력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장기간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토론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있다. 


이과 쪽이라고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인간적으로는 그다지 존경하지 않지만, 어찌됐건 입지전적 인물인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을 중시했다. 그는 스스로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어떤 기술이 사회에 먹힐 것이고 어떤 제품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힘이 뛰어났다. 단순히 과학 이론과 기술만 파고 들어서는 갖출 수 없는 능력이며, 그 힘의 원천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갖게 한 인문학이다. 학술동아리는 당장 눈에 띄는 스팩은 아닐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유형 무형의 자산을 그 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다. 

 

3-봉사동아리

봉사동아리도 괜찮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인데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며 선택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한 방임보다는 위선적인 도움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봉사활동을 통한 보람은 미리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얻는 것이다. 장소와 종류는 취향에 맞게 할 수 있는 선택하면 하면 된다. 동아리를 접하기 어렵다면 동아리의 틀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당하는 곳을 찾아가 그곳의 공동체와 함께 하면 된다. 대학생의 취업 원서는 고등학교와 달리 학교 밖 활동도 채워넣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자.


다만 봉사활동이 보람과 인성적 측면의 확인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기업은 능력 있는 사람 중 인성에 문제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지, 능력은 부족하지만 인성이 훌륭하다고 해서 뽑아주지 않는다. 활동 과정에서 자신의 시야가 확대되고 나름의 능력 발휘를 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봉사 활동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그러한 처지가 되는 근본 원인을 탐구하는 학술 활동으로 이어져도 좋고, 이들의 상황을 좀더 개선할 수 있는 제도나 기술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도 좋다. 만약 그러한 고민에 대한 나름의 결과물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제안하여 채택이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스팩이 될 것이다.  


동아리, 필수는 아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동아리 활동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드시 어떤 동아리에 참여하라는 것은 아니다. 학교 상황에 따라 취향에 맞는 동아리를 찾기 쉽지 않거나, 있다 하더라도 가입의 어려움, 혹은 활동의 질적 수준 미비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집안 형편 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더 급할 수 있으며 전공 공부와 복수전공에 충실할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 자신이 처한 상황과 뜻한 바에 맞게 동아리보다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곳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된다. 기업은 지원자의 전반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지 동아리 활동의 유무를 가지고 따로 평점을 매기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취미 활동에 그치는 동아리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본인이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의지와 여유가 있을 경우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각자의 처한 상황과 선택한 바에 맞게 적절히 참고하여 활용하기 바란다. 여담이지만, 만약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가 없다면 스스로 만드는 시도도 좋다. 매우 어렵겠지만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어 생존시킨다면 취업 원서에 쓸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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