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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Nov 24. 2022

사범대, 복수전공 선택하기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취업 시장에서 사범대 출신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기업 취업을 위해서, 사범대생은 자신이 학교 밖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왔다는 것을 증명할 증거 자료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복수전공이다.


사범대 내 다른 교과교육 전공

이 방법은, 우선적으로 임용고사에서 인원을 선발하지 않는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선택하고 있다. 교사 진로를 꿈꾸며 차선책으로 학과를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입학한 학과의 과목 선발 인원이 있더라도 과목 적성이나 선발 인원 전망에 따라 복수전공 교과로 갈아타기도 한다. 나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교사 진로 이외에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더라도, 관심 있는 다른 교과교육을 복수전공하는 것이 좋다. 일단시야가 넓어진다. 나는 일반사회교육과 역사교육을 복수전공했는데, 실제로 학교 수업에 적용할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현대의 사례로 치환해서 생각하고 이슈를 던져보거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책을 수행평가 도서로 선정해서 다루기도 한다. 


임용고사 내에서 선택권이 하나 더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좀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던 교과가, 막상 밥 벌어먹고 살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나 역시 그런 경우였고, 복수전공 교과로 임용고사를 준비했고, 성공했다. 함께 면접 스터디를 준비해 역시 역사 임용에 합격했던 한 분은 미술교육과 출신이었다.


사실 복수전공 과목으로 임용고사 준비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선 방치하더라도 각 학과에선 교수나 졸업생 교사가 찾아와 특강을 해주는 등 최소한의 임용고사 준비 지원이 이루어진다. 스터디 그룹도 형성되는데 학과 학생들의 일자리 하나를 차지하러 오려는 복수전공자를 환영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다닌 학교의 경우 역사교육과의 분위기가 매우 개방적이었고 복수전공자에게도 모든 지원 과정을 제공했으며 스터디 그룹에도 받아주었기에 지금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흔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다만 졸업 이후 학교 근처를 벗어난 공간(집, 노량진 등)에서는 어차피 다양한 출신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복수전공자라고 해도 특별히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직접 도전해본 적은 없지만, 사립 학교에 지원 시 가르칠 수 있는 교과가 하나 더 있는 것도 어필할 수 잇는 조건이 될 것이다. 불투명한 채용 절차나 비리 문제가 여전하지만, 우리가 알 수 없을 뿐 정직하게 선발하는 사립 학교도 존재한다. 요즘은 필기시험을 임용고사를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하며 동일한 문제로 동시에 치르게 하는 사립 학교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면접에서 지원자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이력 이외에 복수전공 역시 고려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사범대 밖으로 나가기

교사 이외의 진로도 모색해보고 싶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과가 매년 일정인원의 교사를 선발을 하는 상황이라면 사범대를 벗어난 곳에서 복수전공을 하는 것이 좋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눈에 사범대생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학문을 배웠다는 증거가 없다. 기업 현장에서 직접적 의미가 있는 영역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배웠다는 기록은 중요하다. 


고리타분한 구분이지만 교과는 전반적으로 문과, 이과, 예체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예체능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가정 환경이나 미래 진로에서 다소 차이가 있고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빼기로 한다. 자신만의 확실한 취향이 없다면, 우선 문과는 범용성이 넓은 경영이나 경제 관련 학과가 좋다고 여겨진다. 소화가능하다면 화학인 생명공학을 선택하는 것도 색다른 이력이 될 수 있다. 


이과의 경우에는 미래 먹거리 산업인 인공지능, 반도체, 생명공학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산업적 수요가 있는 부분을 고민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만약 내가 다닌 학교에서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면 나는 신문방송학과(요즘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라고 개칭한 곳이 많다)를 선택했을 것이다. 내 두번째 꿈은 기자였다.


복수전공, 꼭 하세요

복수전공을 하지 않고 대충 만만해 보이는 강좌를 선택해 졸업학점을 채우면 기업의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그 졸업생에게 딱히 기대할 것이 없다. 방향성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이것저것 건드려본 수업 목록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물경력일 뿐이다. 반드시 복수전공을 통해, 기업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

 

본인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생활하지 않으면 사범대 학부 4년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는 증명서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고등학생 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웠던 것처럼, 학부 경력 역시 자신만의 콘텐츠로 채워나가야 한다. 복수전공은 그러한 과정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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