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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May 19. 2022

사범대의 전공수업, 그리고 영어

사범대는, 자칫하면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백수로 만드는 곳이다. 앞선 글들을 통해 사범대 진학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임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범대에 진학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만약 아직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의 글들을 읽고도 사범대에 입학할 예정이라면 담력은 평균 이상인 듯 하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범대생의 테크트리를 밟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던 3년 간의 백수 생활은 사범대 선택을 몇 번이고 후회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후회한 것은 학부생 시절의 시간을 상당히 허비한 것이다. 나는 다른 진로에 대한 준비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관심이 없었고, 나도 관심이 없었다. 무관심은 나와 많은 사범대생의 인생 선택지를 무자비하게 좁히는 결과로 돌아왔다.


나는 매우 다행히 교사가 되는 것을 허락 받았다. 하지만, 다시 학부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주제에서 내가 다시 학부생이 된다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한 것들을 풀어내려고 한다. 이제 막 사범대에 입학할 예정이거나, 아직 학교를 다닐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사회 구조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개인의 노력을 많이 강조하게 되고, 내가 다른 매거진에 쓰고 있는 글과 그 성격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절대 다수가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가 더 큰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사회 탓을 하며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뻔한 자기계발서들처럼 진심으로 노력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님은 유념하기 바란다. 이 글에서는 전공수업, 그리고 영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전공수업

1) 열심히 임해야 하는 이유 하나 : 교과에 대한 적성 확인

일단 사범대에 입학했다면 기본적으로 교사 진로를 고려하는 것이기에, 학과에서 제공되는 수업 및 교육과정교육과정 상 제공되는 수업에 충실하는 것은 필요하다. 수업의 질은 천차만별이지만, 열심히 해보면 어찌됐건 공부해야 하는 영역과 내용에 대해 내 적성에 맞는지는 대충 확인해볼 수 있다.


나같은 경우, 대학에 처음 입학할 때는 일반사회교육과가 내 최적의 적성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일할 때의 적성과, 시험 형태의 경쟁에서 내가 이길 수 있는 적성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학과의 내용 영역 중 경제나 법학은,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필요한 부분을 공부할 수는 있겠지만 시험으로 만났을 때는 나를 좌절에 빠뜨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내가 복수전공을 한 역사교육과의 내용 영역은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방식, 그리고 알아야 하는 내용 자체에 대한 접근 방향이 내 사고방식과 잘 맞았다. 임용고사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역사라는 학문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나는 역사교사가 되었다. 만약 입학한 학과를 바탕으로 임용고사에 임했다면 나는 아직 고시낭인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2) 이유 둘 : 영원히 남는 성적

자신이 열심히 학점 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임용고사를 준비해 교사가 된다면, 현 시험 체제 하에서 학과의 내신 성적은 의미가 없다. 따로 시험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다른 진로를 선택했을 때, 성적은 영원히 남는다. 가뜩이나 사범대 출신인 것도 마땅찮은데, 성적조차 관리되지 못한 모습이라면 눈에 띌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학점은 자신의 성실성과 문제 이해 능력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지표다. 절대 소홀히 하지 말자.   


2) 이유 셋 : 열심히 하는 것도 해봐야 잘한다

공부 각자 영역은 달라도 몰입하고 공부하는 방식 대체로 비슷하다. 이해와 암기를 조화시키고, 끈기 있게 백지 쓰기를 하며 인출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임용고사 준비를 하든, 다른 취업 준비를 하든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공부법이다. 그리고 이것도 해봐야 잘한다. 절대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공부를 할 줄 아는 것도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얻는 능력이다.


일반 공무원 시험을 제외하고, 임용고사를 비롯한 많은 국가고시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은 수능 식의 객관식 문제와 결이 많이 다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시험에서 요구하는 형태에 맞게 인출해내고, 적절한 분량으로 그 자리에서 글의 형태로 서술해낼 수 있어야 한다. 4년 동안 이 능력을 익혀두지 못하면 당신은 절대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없으며, 특히 임용고사나 다른 시험을 준비하더라도 무늬만 고시생이고 실제 공부는 책 읽기 이상은 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무르게 될 수 있다. 연습할 기회가 있을 때 충실히 활용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영어 : 절대 놓지는 말자

내가 영어에 가장 능숙했던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사범대 입학 후 처음에는 영어 실력 유지를 위해 토익 교재나 독해 교재도 사두었지만 결국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보관만 하다 몇년 뒤 버렸다. 대학생이 된 이후 영어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고 앞서 밝혔듯이 토익에 응시해본 적도 없다. 주변에 영어 공부를 지속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임용고사 준비에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어를 놓고 6년이 지났고, 졸업 후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또 3년이 지났다. 영어는 기본적인 문법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다시 공부할 의지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크게 느껴졌다. 임용고사를 연이어 낙방하면서, 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나마 할 줄 아는 것이 공부하는 것밖에 없어 일반 공무원 시험은 어떨지 잠깐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냥 하던 거나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영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나 기업의 문제점은 백수가 아무리 지적해봐야 의미가 없다.


영어는 임용고사 이외의 진로를 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작점이다. 영어를 놓는 순간 다른 진로에 대한 생각이 닫혀 버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영어에 최선을 다하지는 않더라도, 취업 준비 시 요구되는 평균 수준은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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