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을 벗어난 사범대에 대한 사회적 대우의 현실
학벌주의는 혁신을 위해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는 사회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은 멀어 보이는 이상을 위해 학생들에게 대학 간판을 신경쓰지 않고 가고 싶은 학과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만약 교사가 되는 것 이외의 진로를 선택한다면, 사범대는 당신이 선택한 대학의 간판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 사립 사범대의 경우
먼저, 이 부분의 내용이 지방 대학들을 무시하는 생각을 인정하면서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지방 대학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서울권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현실에 기인한다. 호각을 다투는 고려대와 연세대 중 어느 한 곳이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결코 이전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교사로서 많은 학생들을 지방 대학으로 진학시켰고, 그들의 노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다. 고등학교 단계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지 못해 지방 대학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는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한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다소 길게 하고 말았는데, 이 글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하여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당신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학에 갈 수는 없는 성적인데 꼭 사범대를 가고 싶다면, 아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사립 대학 또는 본인도 다소 낯선 이름의 다른 지역의 사립 대학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대안을 선택하는 지망생들이 많기 때문에, 해당 대학의 사범대는 다른 과들의 평균적인 입학성적보다 훨씬 높은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많다.
만약 이 대학 중 한곳을 졸업해서 임용고사에 합격한다면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 더 큰 출세의 기회를 노린다면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는 출신 학교에 따른 교사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교사들이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는 대체로 서로 관심이 없다. 문제는 임용고사를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탐색할 때이다.
본인이 나름대로 이런저런 노력을 해왔다 하더라도, 공교육을 벗어난 영역에서 당신의 학벌을 대학 간판과 별도로 인정해주는 곳은 없다. 아마 사범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방 거점 국립대 정도는 갈 수 있는 수능성적이나 학생부를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까지 친절하게 고려해주는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임용고사를 떠나는 순간 처음 듣는 지방 사립 대학 출신일 뿐이다. 심지어 임용고사 준비에만 집중해 왔다면, 나름대로 각종 취업 준비를 해온 같은 대학 출신의, 나보다 입학 성적이 한참 낮았던 학부생들보다도 불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이름 좀 들어본 대학 사범대의 경우
본인의 고등학교 학습 성과가 그런대로 제법 나왔다면, 서울 소재 대학이나 지방 거점 국립대의 사범대 진학이 가능할 것이다. 무난하게 학교생활과 임용고사 기간을 마치고 교사가 되었다면 잘된 일이다. 하지만 앞의 글에서 말한 상황과 같이, 임용고사 합격률은 점점 낮아지고 학교에서 공부 좀 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시험 준비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나름대로 미리 다른 진로를 차근차근 준비를 한다치자. 문제는 사범대에 대한 민간 기업 측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취업 시장에서 사범대 출신은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우선 회사 생활이 힘들면 퇴사하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러 가거나 학원 쪽으로 빠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다. 아무리 내가 진정성 있게 취업을 준비했고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 있어도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자본이 움직이는 세계는 냉정하다. 앞선 세대의 사범대 선배들 중 민간 기업에 취업하여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표본은 매우 부족하고, 기업은 한명한명의 자리를 뽑는데 신중한 상황에서 근거 없이 모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둘째, 사범대와 일반 학과의 교육과정의 차이가 고려된다. 당신이 금융회사 인사 담당자라고 생각해보자.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출신을 마다하고 굳이 사범대 사회교육과 출신을 뽑을 이유가 있을까? 당신이 바이오나 인공지능 기업 인사 담당자라고 생각해보자. 여러 현란한 이름을 자랑하는 공대 출신보다 수학교육과나 과학교육과 출신을 뽑을 이유가 있을까?
대학은 기초 학문을 배우는 곳이고 기업은 실무를 직접 교육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21세기 기업들은 대학 단계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인재를 원한다.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각해진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런데 실무 능력은 커녕 그 기초가 되는 각종 경영기법이나 회계, 과학기술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아예 정규 교육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사범대생을 뽑을 이유가 없다.
사범대 선택, 신중하길
이러한 조건 하에서, 지방 사립 대학 사범대 출신보다는 나은 부분이 있겠으나 결국 당신이 획득한 간판을 인정받지 못하는 맥락은 동일하다. 모든 능력과 자격증, 스펙 등이 같다면 기업은 사범대 출신보다 일반 학과 출신을 선발할 것이다. 이처럼, 사범대를 선택했는데 임용고사 이외의 진로를 준비한다면 당신을 인정받기 위해 훨씬 더 심화된 수준의 자격과 성과를 시각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사범대는 이런 곳이다. 꼭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P.S. 원래 이 글의 내용을 포함하여 사범대 입학 이후 어떻게 생활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려 했으나, 쓰다보니 이 부분 내용이 길어져 따로 다루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전편의 두번째 파트로 편성했습니다. 중편은 사범대 진학 시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 후편은 임용고사 준비 시 고려할 점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