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부정 현상을 우려한 역사교사의 작은 시도
역사부정 현상의 대두 배경
한일 양국의 과거사 갈등은, 의외로 1980년대 까지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냉전 구도 속에 한미일 공조 체제 유지가 중시되었고, 양국의 갈등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가 작용하면서 서로 굳이 민감하게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고 양국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친목 필요성이 약화되면서, 자연스레 그동안 미뤄왔던 역사 갈등 문제가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식민지 지배로 직접적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가려져 있거나 숨겨져 있던 과거사 문제들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도 이루어지면서 피해자들의 국제적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일본을 많이 따라잡으면서 일본 우익 세력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2020년 G11 회의 때 한국 초청을 일본 정부 측에서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우익은 나름의 대응을 하는 수단 중 하나로, 과거 일본 정부의 잘못을 부정하거나 단선적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역사수정주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사부정 현상 확산에 대한 우려
일본 우익은 일본 학자들이나 일본계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외국인 학자들('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매춘부로 왜곡한 논문을 발표해 문제가 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뿐만 아니라, 주요 한국인 학자들을 포섭해 역사부정 대리자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한국인 학자들은 일본으로부터 나오는 자금을 연구비로 받고 왜곡된 주장을 펼치면서, 자신들은 중립적 입장에서 연구할 뿐 어디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다는 궤변을 일삼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여러 정치경제적 격변으로 인해 관심이 시들해지긴 했지만, <반일종족주의> 출판으로 대표되는 역사부정 세력의 역사 왜곡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조작된 팩트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이들의 주장이 점차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 우려되며, 실제로 이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믿고 있는 흔적을 인터넷 상에서 꽤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직접 겪은 적은 없으나, 실제 수업 현장에서 '위안부'는 매춘부가 아니었는지, 어찌됐건 일본 덕분에 근대화가 된 것은 사실인 것 아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을 접하는 교사들의 고민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응 없이 왜곡된 정보에 노출되고 있는 학생들이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었을 때의 파급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런지 걱정되었습니다.
역사부정, 나부터 제대로 대처하기
저는 역사교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고, 막상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역량과 지식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저 민족주의적 감정과 단편적인 지식 몇 가지로 어설프게 식민지근대화론을 부정하고 있었고, 제가 그동안 교실에서 이야기했던 것들은 지식이 아니라 구호에 가까웠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앞에서 만큼은 자신있게,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역사부정 현상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을 뿐, 다행히 역사학계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해 <반일종족주의>를 비롯한 각종 역사부정 세력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담은 책들을 출판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역시 학술서적이기에, 역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 대중과 중고등학생들이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저역시 에세이를 읽듯이 쭉쭉 읽어 나가며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 책에 담을 내용들은 이 결과물들을 종합하여 흩어진 내용들은 합치고, 어려운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쓰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출판 목적이나 시기가 역사부정 세력에 대응하는 것과 관련이 없지만 충분히 활용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책들도 일부 참고했습니다. 주제 별로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모으다보니 제가 다루는 내용에 모두 하나하나 각주를 표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자료 출처를 미리 적습니다. 제가 이 책에 쓰는 내용들에 활용된 각종 통계와 사실 관계는 아래의 자료에 기반한 것이며, 제가 직접 연구 성과를 생산한 것은 아닙니다. 기존 저자들이 역사부정에 사용되는 근거를 논박한 근거와 주장을 정리하고, 해석과 의미를 도출하는 데 있어 제가 생각한 바를 덧붙였습니다. 참고한 서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도서 목록
<<반일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전강수, 한겨레출판사)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강성현, 푸른역사)
<<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김종성, 위즈덤하우스)
<21세기 최고의 세계사 수업>(에드워드 로스 디킨슨, 아름다운사람들)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이철우 박한용 외, 푸른역사)
<한국 근현대사 12장면 팩트체크>(신봉석 정한식, 푸른칠판)
<통계로 보는 일제강점기 사회경제사>(송규진,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일본학자가 본 식민지근대화론 : 일제강점기 일본인 토목청부업자의 부당이익을 중심으로>(지식산업사, 도리우미 유타카)
<대한제국멸망사>(호머 헐버트, 집문당)
<한국독립운동지혈사>(박은식, 서문당)
<가네코 후미코 :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제국의 아나키스트>(야마다 쇼지, 산처럼)
게으른 역사교사도 이렇게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연구 성과를 내준 연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치열한 독립운동의 와중에 학자로서도 훌륭한 자료를 남겨주신 박은식 선생님에게 역사학도로서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한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객관성을 더한 신빙성 있는 자료를 남겨주신 헐버트 선생님과 야마다 쇼지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역사부정 세력의 주장 가운데 담론 수준에 그친다고 여겨지는 내용은 배제했습니다. 교실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어지는 '위안부', 식민지근대화론, 한일 협정의 청구권 3가지 문제로 압축했습니다. 전문 연구자들에 비해 제가 파악하고 이해한 수준은 미약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평범한 일개 교사 수준에서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역사부정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제가 가르쳐왔던 구호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한 구성이지만 역사부정에 대처해야 하는 선생님 및 학생들, 그리고 관심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 작성될 글은, 수업 때 활용하기 위해 요약집 형태로 작성한 자료를 글로 옮긴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기는 내용은, 수업에는 편히 활용하시되 출판 및 기타 상업적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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