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그리워하며
이 세상에는 주기적으로 생성되는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나 낮과 밤 같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우주만물은 변화하게 된다. 일반적인 사이클은 생성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말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4개의 구간은 동물들에게는 한 번뿐이지만, 식물들은 유전자적인 성향에 따라 반복되기도 한다. 산업이나 유행의 트렌드에도 4사이클이 적용되고 있다.
이 4사이클을 인생으로 풀이하면 어떨까. 생성기는 부부의 인연으로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시기일 것이다. 성장기는 신생아부터 청년에 해당하는 시기일 듯하다. 성숙기는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는 옛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렇다면 쇠퇴기는 어떻게 정의해야 될까?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음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은 어떠한가. 성장을 해야 할 시기에 쇠퇴를 한다는 것은 정말 불행하다. 그런 젊은 청춘들에게 성장을 하지 못하면 성숙을 할 수 없고, 성숙하지 못하면 인생의 맛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에서 '성숙(成熟)'이란, 생쌀을 밥으로 익히는 과정과 같다. 생쌀을 먹으면 배탈이 나듯이, 성숙기를 거치지 않는 삶은 배탈이 난 인생과 같다. 성숙기를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쇠퇴기를 말하기는 난감하다.
나의 경우는 쇠퇴기가 갱년기부터 시작되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서 여성은 생리를 하지 않게 되고, 남성은 신체에 기능들이 저하되면서 감정의 변화가 심해진다. 남자들은 정년(停年)을 기점으로 회사에서 퇴직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自尊感)마저 약해지는 시기가 쇠퇴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늙는다는 것은 쇠퇴기를 살아간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
요즘에는 잘 죽는 법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가장 단순하고 가볍게 살아야 할 시기가 '쇠퇴기'이다. 늙으면서 욕심이 많아지면 추해진다.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남에게 피해까지 끼친다면 더더욱 보기 흉하다. 그래서 늙으면 귀는 열고, 입은 닫으라고 말한다.
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늙으면 술주정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면 취하도록 마신다. 술을 마시다가 취하면 필름이 끊겨버려서 끝 부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밖에서 술을 안 마시고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취하면 그냥 잠들어 버린다.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모습과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모양새가 보기 싫은 까닭이다. 늙으면 모든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물질적인 것부터 술이나 음식 같은 것도 그렇다.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까닭이다. 마음이 가벼우면 저승으로 가는 길이 가볍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