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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 탈출 첫연애 이야기

모쏠이 창피한걸 어떡해

by 잠들기전고백

“..그럼 나랑 사귈래?”

모쏠 탈출의 순간이었다.




순간 당황해서 몸이 굳었다.


바람은 살짝 불어 벚꽃잎이 내 어깨에 살짝 내려앉았다. 따뜻한 바람이였다. B는 나를 가만히 응시했고, 나는 고개를 돌려 B의 시선을 피했다. 터질것만 같은 심장 소리를 들킬까봐.


“..응 그러자.”


차마 B의 눈은 쳐다보지 못하고 그렇게 그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나 약속있어서 먼저 가볼게”

사귄 첫날인데 그러면 안됐지만 모쏠인 나는 도망가버렸다.




마지막은 그랬지만, 그래도 집에가서 B와 설레는 마음으로 카톡을 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만 호감이 있었던 건 아니였구나. 서로 통하는 마음이 있었구나.. 자꾸만 히죽거리게 됐다.


그런 와중에 B에게 괜히 찜찜한 카톡이 왔다.


ㅡ연애 몇 번 해봤어?


‘어...’


그 카톡을 보고 왠지 지금이 첫연애라고, 즉- 모쏠이라고 말한다면 무시당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내가 B보다 한 살 연상이다.


“언니, 연애 몇 번 해봤어?"


나한텐 한 살 위인 연년생 언니가 있었는데, 마침 거실에 있길래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의 횟수를 평균으로 보면 되지않을까.


“왜”

“....”


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한 4번?”

“이제 방으로 꺼져”


언니와 친근한 인사를 뒤로 하고, 연애횟수를 2번으로 말하기로 했다.


ㅡ2번 정도? 넌

ㅡ나도 두 번 연애해봤어. 고등학교 때. 처음에 만난 애는 짧게 사귀었는데 두 번째 만난애는 2년인가? 오래 사귀었었어.

“.....”


B가 무슨 생각으로 말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기분만 찜찜해졌다. 모쏠인게 티가 나지 않을까. 내가 한 살 연상인데 이전에 사귄 애들과 비교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생겼다.


마음 한 구석이 좀 시큰거렸다.


ㅡ아 2년 정도 만났구나. 나는 한 사람이랑 3년 정도 만났어. 고등학교 내내 만났음.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됐다. 난 참 찌질하다. 하지만 연애경험에서 얕보이면 무시당할 수도 있다는 어린 생각이 들었다.


B도 내 카톡에 자극을 받았는지. 과거 연애 얘기는 마치 서로 자랑하듯 계속 됐고, 새벽 2시가 되어야 끝났다.




“하..”


그 다음날 수업은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다. 괜히 B의 과거 얘기를 듣고 찜찜함, 그리고 기분나쁜 감정만이 남았다. 나 혼자 망상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은 자꾸만 커져갔다.

사귄 지 이제 이틀 밖에 되지 않았지만 딱히 언제 만나자거나, 데이트 하자는 얘기는 서로 없었다.


결국 교양수업을 듣는 날이 다가왔다. 매주 주 2회, 화목. 연애를 하니 아무래도 이 시간이 더 기다려졌다. 이상하게 썸탈때보다 설렘이 줄어든거 같기도 하지만...


수업 시작 전, 과동기 수민이가 왔다.

“야.. 너 B랑 뭐야?”

“어?”


8-2.png


“그때 강의실에서 기억안나? 너랑 B랑 얘기하러 나간거 다봤어. 둘이 뭐야? 사귀어?”


지난 번에 수민이가 뻔히 보는 앞에서 B에게 말을 걸고 같이 나갔던게 생각이 났다. 모쏠탈출의 기쁨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수민이와 나는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기도 했고. 수습하는 것도 웃긴 꼴이였다.


하지만 조용히 연애하고 싶은데 뭐라고 넘겨야할까. 애초에 비밀로 하고 싶었으면 더 조심했어야했는데..


“아.. 그게.."


“왜 나한테 얘기안했어?”

농담이 아닌, 고압적인 목소리였다.

ㅡ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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