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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싸움, 아마도 이별

술버릇이 나쁜걸까, 성격일까

by 잠들기전고백


“둘이 무슨 사이야~”


나와 옆에 붙어있는 B를 보면서 사람들이 한 두마디 씩 던졌다. 안그래도 신입생끼리 앉아있기만해도 엮는 분위기였는데. 우리는 엮어도 서로 싫어하지 않으니 - 진짜 사귀는 사이니까 – 진짜 커플아니냐고 바람잡기 시작했다.


이미 수민에게 들켜버렸지만, 그래도 숨길 수 있으면 숨기고 싶은 게 CC였다. 비밀연애의 짜릿함보다도 숨기고 싶으면 숨기고 싶은게 CC다.


그리고 몰랐다.

이 날 B와 내가 헤어지게 될 줄은.





밤 10시. 2차가 한창 진행 중이였다.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계속 꾸역꾸역 마셔던 탓인지 머리가 아파왔다.


의외로 B는 술을 잘 마셨고, 나를 포함한 신입생 서너 명은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런 추태를 보고 동아리 회장은 비교적 멀쩡한 B를 빼고 신입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시켰다.


B와 같이 사러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초코를 좋아하는 B를 생각해 빠O코를 사갔다.


그리고 돌아온 내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있었다.

구석에서 다른 여자를 살짝 안고 있는 B의 모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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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 여자는 같은 과 동기 수민이 아닌 전혀 모르는 1학년이였다.


“..나 진짜 힘들었어.”

“그랬겠다.”


뭐하는 거지?


친구가 힘들다고 말하면 이성친구 사이에도 포옹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둘이 친하면 그럴 수도 있지. 순간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안됐다. 다른 사람들은 저 꼬라지가 안보이나?

그래도 건 아닌 것 같았다. 뻔히 여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여자랑 저게 뭐하는 거지? 이제 4월인데 친하면 얼마나 친해졌다고. 입 안이 바싹 말라가는 걸 느꼈다. B에게 뭐라도 말을 해야했다.


“B야.”

“왔어?”

B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른 이성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였다.


“잠깐 얘기좀 할까?”

“아.. 세연이가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들다고 하느라. 위로해줘야할 것 같아.”

“.....”

기가막혔다. 본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 지 아는걸까?


“아, 알았어.. 갈게”

내 언짢은 표정에 B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지금.. 너 저 사람이랑 원래 친해?”

“오늘 처음봤어. 아까 2차와서 친해진거야”

“.....”


B가 말할 때마다 술냄새가 확 났다. 아이스크림 사러 가기 전에는 멀쩡해보였던 B였는데, 지금은 완전 술 취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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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속상하다고 울길래. 위로해준거뿐이야.”

“...그래 위로해줄 수 있어. 근데 오늘 처음 본 애 잖아. 심지어 같은 과도 아니고.. 근데 왜 껴안고 있었던 건데?”


“뭘 껴안아! 살짝 토닥여준거지”

순간 언성을 높인 B의 모습에 화를 내야할 사람은 난데.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한 편으로는 이런 B를 보고 바로 헤어질 생각을 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첫 연애를 몇 주만에 끝내기 싫어서였을까.

“일단 들어가자. 나중에 다시 얘기해”

싸우는 모습을 다른 학교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CC소문도 싫고, 어디 술집 뒤에서 한 바탕했다더라는 식으로 소문나는 것은 싫었다.


“위로해줄 수도 있는거지. 넌 성격이 왜이러냐?”

“뭐?”


ㅡ쾅


그때 누군가 문을 세게 열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나온 사람은 B와 같이 있던 세연이라는 여자였다.


“미안해, 난 둘이 사귀는 것도 모르고.”


누군가 세연에게 나와 B가 사귄다는 걸 귀띔했나보다. 아마 수민이거나 B의 친구들인 것 같았다.


아,

그냥 니네끼리 사귀던가 해라.


ㅡ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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