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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르고 본 첫이별

나도 몰라!

by 잠들기전고백

“그럴 수도 있지. 넌 성격이 왜이러냐?”

“뭐?”

정말 화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쾅.

그때 누군가 문을 세게 열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B와 같이 있던 김세연이라는 여자였다.


“미안해, 난 둘이 사귀는 것도 모르고.”

누군가 김세연에게 나와 B가 사귄다는 걸 귀띔했나보다.




“일단 들어가자”

순간 화가 너무 났지만, 동아리 사람들도 있으니 쪽팔린 마음 뿐이였다. 분명 키득거리는 애들도 있겠지. 괜히 누가 인터넷에 올리는건 아닐지.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아니.. 이렇게 얘기하고 그냥 들어가자고?"

평소 다정한 모습만을 보이던 B는 술이 들어간 탓인지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이였다. 볼수록 정이 떨어지기만 했다.


"말을 했으면 끝까지 얘기하고 끝내!"

B는 계속 고성을 질러댔다.


“세연이 너도 말 좀 해봐.”

B는 김세연의 팔을 잡아당기며, 대답을 재촉했다. 하지만 김세연은 난처한 표정만 지으며 별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B는 아직까지 헤어질 정도의 큰 잘못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오늘 처음보는 여자를 위로한답시고 껴안는 걸 보면 떡잎부터 참 남다른 놈이라고 느껴졌다.


얘랑 엮이면 안된다.


“됐어.”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오는 쌍욕을 참으며 B를 밀쳤다.



“헤어져”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지하철역으로 도망가버렸다. 다행히 막차는 끊기지 않았고, 나는 지하철 안에서 조용히 울어버렸다. 끝내 B는 날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B는 헤어졌다.









다음날, 땡땡이쳤다.


전날 같은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해서 새벽 늦게까지 하소연을 하느라 늦잠을 자기도 한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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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다른 여자한테도 그럴 새끼야”

친구는 나의 이별을 적극 지지해줬다.


잠도 못잤지만, 얼굴이 퉁퉁 붓고. 첫 연애가 끝났다는 허탈감과 우울감 때문이였을까? 무슨 말을 해도 변명 뿐이지만 그냥 수업을 가기 싫었다.


B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고 다정해보이는 놈이였다.


하지만 B의 술버릇 하나만 봐도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애써 모른척해왔지만 B는 여사친도 많고 술자리를 좋아한다.


참고 사귈까?

아냐. 신입생 새내기에게 앞으로 펼쳐질 건 미팅과 소개팅인걸.


모쏠이지만, 그래도 여러 연애프로를 통해 단련된 모쏠이라 그런지 이별을 칼 같이 했다. 나름 잘 판단한 것 같았다.


이때는 말이다. 어쩌면 B를 생각보다 내가 덜 좋아한 걸 수도 있다.


B와 데이트 다운 데이트는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이런식으로 끝난 건 우울하지만.

100일 이벤트를 못해본 게 아쉬웠지만.

앞으로 같은 교양은 계속 들어야하는 게 슬프지만.


그래도 그런 놈과는 이별이 낫다.




B와 헤어진 지 1일.


아직까지 B에게는 별 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다. B도 나를 별로 안좋아한 걸 수도 있고,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니면 진짜 그 김세연이라는 여자한테 환승한 걸 수도 있겠지.


오늘 하루 학교 수업도 땡땡이치니. 오늘따라 괜히 아무도 없는 집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애들한테 소개팅이나 미팅하자고 해볼까..’


헤어진 지 하루만에 소개팅이나 미팅시켜달라고 하면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X)로 소문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고등학교 친구들이라고 해도.


하지만 혼자있을수록 외롭고 심심한 마음은 커졌다. 이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애초에 몇 주 안사귀어서 혼자시간을 가질 것도 없었기에.


‘오픈채팅이나 해볼까?’


때는 바야흐로 카카O톡 오픈채팅 만남 전성시대.

나는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나는 서울 20대 대학생 모임오픈채팅방에 가입하게 되었다.


남들이 하지말라고 말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걸, 깨닫게 되는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ㅡ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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