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부모님이 고혈압 약을… 유전성 고혈압 당첨!

by 보문목화씨

‘뚜뚜 뚜뚜뚜뚜… 당신의 혈압은 150에 100입니다!!’ 찌지직~(혈압표 나오는 소리)

이번 건강검진에서도 역시나 혈압은 높게 나왔다. 근래 5년 너머 매년 반복되는 건강검진에서의 이야기!

검진을 하고 나면 의사 선생님과 마지막 상담 순서가 있다. 당일 측정된 결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종합 평가(?)하는 시간이다. 당신은 합격! 불합격! 이런 건 아니지만 괜히 합격이 되고 싶은 그런 시간!


근 5년 동안 계속 불합격이 어어 진다.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나는 괜한 변명을 3~4마디 더 붙인다. 레퍼토리는 언제나 유사하다.


의사 : “혈압이 높게 나오셨네요? 혹시 음주하시나요?”

나 : “아니요.”

의사 : “그럼 흡연은?”

나 : “아니요.”

의사 : “운동은 좀 하시나요?”

나 : “주 3회 정도 꾸준히 유산소, 헬스하고 있습니다.”

의사 : “음… 다 정상이신 것 같은데, 혹시 가족력 있으신가요?”

나 : “예전에는 모르겠는데, 현재는 부모님 두 분 다 혈압약 드시고 계십니다.”

의사 : “그러면 가족력 때문에 높게 나올 수 있어요. 평소 식습관 관리 잘하시고 운동 잘하시고, 절주, 금연하시고 평소에 가정혈압 측정해 보시고 계속 높게 나오시면 내과 내원하셔서 검사받으세요.”

나 : “네.”


고혈압의 인자로는 흔히 술, 흡연, 식습관, 운동여부, 가족력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난 마지막 하나, 가족력만 해당되지만 그 가족력의 파워는 상당하다. 앞서 말하는 건강에 있어서 중요한 모든 요인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니.


매년 건강검진 결과가 ‘고혈압 주의’로 나오고 회사에서 추가 보건 상담이 이어진다. 작은 회의실 공간에 출장 온 간호사가 혈압 검사를 하고 상담을 한다. 20살 때부터 평균 체중 62.5kg에서 크게 벗어난 본 적이 없는 나의 외형은 상당히 건강해 보인다. 보건 상담을 갈 때마다 “왜??”라는 의문 부호를 가지는 그런 사람 말이다.


앞서 말한 대로 클라이밍을 2년 반동안 정말 재밌게 했었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 중의 TOP 3안에 꼽히니 말이다. (그럼 나머지 둘은 뭐였지?) 클라이밍을 꾸준히 하게 되면 상체 근력, 어깨와 등, 전완근을 비롯한 팔 부분이 상당히 좋아진다. 따로 턱걸이를 연습하지 않아도 가볍게 10개 이상 할 수 있고 기존에 입었던 옷들은 상당히 타이트해져서 강제로 어깨가 말린 거북목이 되거나 거짓말을 살짝 보태면 반팔티셔츠는 찢어질까 봐 입지 못하는 그런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말이다. 사실은 평소에 옷을 핏 하게 입어서 더 그릴지도 모른다.


상당한 근력과 재미를 선물해 준 클라이밍은 나에게 예상치 않게 술 체력도 선물해 주었다. 소주 한 잔 먹으면 얼굴이 빨개지는 아빠 밑으로 대학교 1학년 자취방에 오직 소주 냉장고만 두었던 첫째와 아빠보다 낫지만 가끔 기억을 잃고 토를 잘하는 둘째. 그 둘째가 저입니다. 신입사원 때 팀의 최고 선임 선배가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술을 정말이지 잘 먹이는 휴먼이어서 정말 많이 취했었다. 주량은 객관적으로 소주 2/3병 정도로 볼 수 있다. (혼자 순댓국집에서 소주 1병을 먹을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면 쉽지 않지 때문에 2/3병이 나의 주량으로 볼 수 있다) 소주 1병도 채 되지 않던 나의 주량이 클라이밍 파워로 인해서 소주 2병, 맥주는 거의 무한대, 와인은 1병 이상까지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클라이밍이라는 부스터를 맞은 나는 평소 회사에서 술을 좋아하고 잘 먹는 선배를 먼저 집에 보내드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당시 회사 동료들은 나를 “대학생”이라 불렀다.


대학생처럼 술을 매일, 잘 마신다고 붙은 별명이었다. 클라이밍을 3시간 정도하고 밤 10시쯤 끝나면 센터 근처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잔씩을 하고 주말에는 운동 후 건대입구역을 이리저리 배회하는 날이 늘어갔다. 클라이밍을 같이 하면서 외국인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밤을 새우면서 노는 날도 늘고 나의 술 역사도 아주 진득하게 쌓여만 갔다.


다음 해 건강검진날 혈압을 측정하니 전년 보다 10 정도의 상승이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계속 수축기 혈압이 150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 몸의 저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던 고혈압이라는 녀석을 내가 몇 십 년도 더 빠르게 깨워버린 것이다. 매번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에서는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알고 보니 나의 잘못이 9할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검진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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