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에서 완쾌한 이후에는 족저근막염이 왔다.
개인적으로는 무릎보다 더 불편한 부위였다. 족저근막염은 보통 발바닥 뒷부분이 아픈데 나의 경우에는 앞부분에 통증이 있었다. 족저근막염의 원인은 러닝이 아니라 나의 잘못된 습관에서 찾아왔다.
갈색과 버건디 중간 색상의 로퍼가 있었는데 보통 비가 오는 날에 자주 신었었다. 비 오는 날에 가죽 구두를 신었으니 신발에 좋지 않았을 텐데 당시에는 우연히 비 오는 날 신었는데도 발이 별로 젖지 않아서 그 뒤로도 계속 신었다. 로퍼와 바닥 밑창 이음새에 틈이 생기고 결국 밑창이 떨어져서 신발 수리를 맡겼다. 2주 뒤 새로운 밑창의 구두를 받았다. 새 밑창의 고무가 너무 딱딱해서 빨리 부드러워지게 하려고 평소보다 자주 신었더니, 결국 족저근막염이라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아이보리색으로 깔끔하게 바꾼 로퍼는 그날 이후 신발장에서 감금되었다.
족저근막염의 회복은 정말 더디었다.
프로선수 재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 평소 생활이 불편했다. 족저근막염은 잠을 잔 다음날 아침 첫걸음을 내딛을 때 극심한 통증이 동반한다. 수면 중에 수축되어 있던 족저근막이 아침에 펴지면서 통증이 심하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다행스럽게도 아침의 큰 통증은 없었고 30분 이상 걸을 때나 러닝을 할 때 통증이 있었다. 심한 통증은 아니고 계속 신경 쓰이고 따끔따끔 아픈? 근데 이 따끔 따끔의 정도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센 정도. 족저근막염의 가장 참기 어렵고 힘든 부분은 달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강제로 2달을 푹 쉬었다. 운동에 있어서 휴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달을 쉬고 7~8분 대의 가벼운 페이스로 달리면서 러닝 기초 체력을 만들려 노력했다. 하루 달리면 하루 쉬는 루틴도 유지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무조건 운동을 패스했다. 쉬는 날에는 하체 보강 운동으로 둔근, 종아리, 발목을 위한 런지, 카프레이즈, 스쿼트 3종은 무조건 포함이었다. 다행인 점은 3가지 운동 모두 사무실에서 할 수 있어서 책상에 장시간 앉아있거나 몸이 찌뿌둥하거나 운동을 할 수 없는 날이면 자주 했었다.
러닝을 마치고도 가벼운 관리를 한다. 집에 오자마자 찬물로 냉찜질을 하고 폼롤러로 하체, 고관절 스트레칭을 한다. 러닝 당일에는 무조건 폼롤러 스트레칭을 빠지지 않는데 이 간단한 루틴만 지켜줘도 어느 날부터 아무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달릴 수 있었다. 현재도 나의 러닝 페이스는 7분대에 머물러 있지만 승부욕도 크지 않고 부상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너무 잘 맞는 속도다.
이 속도를 평생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8분이 되고, 9분이 되고, 결국에는 파워 워킹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아마 10장에 "파워워킹, 발목 아파요"가 추가될 지도. 하지만 괜찮다. 친구 하나 더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을 테니.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느려도, 자주 쉬어도, 귀찮지만 냉찜질을 해야 해도, 그래도 매일 움직이는 것.
오늘도 나는 성북천을 향한다. 7분 페이스로, 천천히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