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이십 년 전 만난 첫눈이 지금도 같을 수는 없다.
첫눈의 의미는 개인이 마주하는 시간대, 상황들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잖아.
겨울의 시작에서 첫눈이 심통을 부리면 세상은 제멋대로 그려진다.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솜사탕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낭만과 사랑의 꽃으로, 아픈 상처로, 창밖으로 보내는 시선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첫 번째'라는 의미는 지독히 주관적이기에 언제든 그 말을 이용해 자신을 스스로 감금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시간'이거나 '영화' 속 주인공쯤으로 여기고 싶은 자기 미화로도 제법 많은 상념을 던져 준다.
첫눈은 함박눈이어야 하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달아 놓고 이 겨울도 첫눈은 헤아릴 수 없이 찾아들 거다.
첫눈은 그런 거다.
자기 안에 숨겨진 달콤하지만 아리고, 환상적이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하늘이 내게 주는 '선택'의 법칙을 만들어내는 매개물이 된다.
첫눈과 함께 오감으로 다가오는 내 안의 느낌들.
눈으로 찾아내는 백색의 미와 귀로 들어오는 선율과 손으로 만져지는 따뜻한 온기, 설레는 대상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만나는 커피의 따스함과 코로 만나지는 향기로움들, 첫눈은 그렇게 늘 새롭게 내 세상의 시간을 열리게 하곤 한다.
내게로 마구 달려드는 깊은 밤, 그래서 오지 않는 잠을 껴안고 이쪽저쪽으로 공간을 휘젓고 다니게 한다. 검푸른 하늘빛이 대지를 감춘 흰 빛으로 반짝거리는 숨죽인 시간만이 내게 손을 내밀어 준다. 거부할 수 없는 이 밤을 지나 새날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날들이기도 하다.
적막. 어디에 있는지 좌표를 잃은 거리,
내 안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상실감에 흐느적거려야 하는 시간을 툭, 던져주는 첫눈이 내리는 시간.
커피 향이 살맛 나게 해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첫눈은 파르르 떨리는 커피 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