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01.

항장로 721번 길

by 이창우

엄마를 설득하는 일이 무려 2년이 지났다.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없이 보낸 시절이다.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사건은 적어도 내게는 행운처럼 작동된 시절이다. 홀로 지내는 집, 산행, 카페, 늘어가는 책이 있기에 아쉬울 것은 별로 없다.


세상이 얼어붙은 느낌. 사회적 거리두기. 이 모든 일이 거의 끝나는 대로 나는 실행하기로 했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연한 생각만 있고 끼적이는 공책 한 권이 가방 속에서 비비댈 뿐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넷플릭스>> 보는 일과 책 읽기다. 수상한 시절이 지나면 수상한 책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영화 <<북 오브 러브>> 덕분이기도 했고, 사실 탕웨이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헤어질 결심>>과 출간된 시나리오까지 읽고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어 몇 번을 본다. 오로지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을 되뇌기 위해서.


나야말로 붕괴될 판이었다.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탕웨이처럼 헤어질 결심을 하고 기차를 타고 무작정 내린다. 발 닿는 대로 그저 거리를 지나다가 발견한 낡은 건물. 이제는 결심을 드러내며 설득하기 시작한 시월이 지나고 있기에 조바심이 컸다.


내가 오직 바라는 것은 '탈출'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은 엄마다. 마침내 실컷 고생하고 언제 돌아올지 기다릴 필요도 없겠지 하며 정작 도움을 준 결정은 사실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은 아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러윈 축제 참사가 엄마 마음을 돌려놓은 셈이다. 그날 이후 엄마는 텔레비전 앞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시 마주하게 된 엄마에게 2022년 10월 29일은 벗어나지 못한 아빠 죽음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죽음으로 나는 다시 시작하는 기회를 얻었고 앞날에 벌어질 두려움 따위는 버려둔 채 드디어 서울을 탈출했다. 언젠가 갚겠다고 한 서울에서 지하방 한 칸도 얻을 수 없는 보증금을 얻어 도착한 곳이 항장로 721번 길 공간이다.


양품점을 하던 이곳은 몇 년간 방치된 낡은 건물 1층이다. 건물주와 임대 계약을 하고 내부를 정리하고 서울에서 짐을 옮겨오기까지 3주 정도 걸렸는데 한 3년을 지나간 고단함만으로 핼쑥하다.


정윤이가 기꺼이 나선 도움이 없었다면 끝나지 않을 일이었다. 취업 준비생으로 발표만을 남겨놓은 처지라 그나마 가능했다. 이제 내가 먼저 어쨌거나 일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일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라며 뭐든 해보라는 언니도 잠잠하던 시절도 지났다.


오늘도 광화문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는 그런 일과 상관없이 텅 빈 거리에 고양이 울음과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로 일어나는 소음들이 전부이다.


나에게 보내는 선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