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조정래의 『시선』은 을미년을 맞은 아침까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새해맞이에 잡은 그의 책에 빠져들고 말았죠. 개인적으로 힘을 쏟고 마음을 주었던 청소년들의 사회운동이 첫걸음을 떼는 해이기도 하기에 의미심장하고 결연한 마음입니다.
『태백산맥』에서 『아리랑』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하소설만 읽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그 시대를 산 자처럼 만나게 됩니다. 현재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이 시간이 실재인지를 되묻고 확인하고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 묻기를 부탁합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 시선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교육'의 영역에 ‘사람’을 중심에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정서, 전통의 가치에서 선조들의 이상 세계는 참으로 소박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바란 이상 국가는 서구의 유토피아와는 달랐죠.
옛사람들이 살고 싶어 한 세상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현실에 따라 땀 흘리며 나누는 공동체를 꿈꾸는 소박 함이었습니다. 그렇게 소박한 공동체의 돌봄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정서와 가치를 실현하려 노력했던 그 전통의 사회와 문화의 가치를 알아가는 시간을 교육과정에서 만날 수 있게 해야 하겠지요.
우선 역사적 존재로서 현재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역사의 왜곡과 이념 논리로 교과서를 통해 식민사관을 교육하고자 하는 정체성 없는 일부 사회지도층과 권력의 부역자들은 바른 역사인식으로 공공의 영역 밖으로 퇴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정서를 외면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우리는 자본의 노예로 자발적 복종을 해 왔다는 것을 성찰해야만 했던 거지요. 한국 사회의 통렬한 성찰은 교육에서부터 마련되어 아이들이 좋은 삶을 꿈꿀 수 있게 해야만 하는 것은 기성세대로서 책임이며 의무이기도 합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로 가기까지 길은 멀고 더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때를 마냥 기다리며 외면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의 하나는 우선 아이들에게 독서의 환경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내 집에서부터 독서의 생활화를 도모한다면 현재 부족한 교육의 사고 영역에 유연한 힘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내 아이에게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스스로 한번 물어봅니다. 그 문제는 바로 내 문제였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부모에 의해 강요당하는 책 읽기와 학교 교육의 제도에서 강제된 독서인증은 형식적으로 학습의 연장이 되어 동기부여가 결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세대에게 기성세대의 솔선수범은 그 어떤 잔소리와 호통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기성세대의 자발적인 교양을 쌓을 방법으로의 독서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는 거죠. 책이 매개체가 되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권위주의는 사라지고 부모의 권위는 바로 세워집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평적인 관계를 우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미디어로도 소통의 장은 만들어질 수 있어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서도 문제의식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이 있는 가족의 저녁 시간에 그동안 마주한 시선을 돌아보고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역사적 존재로 살아가기를 선언하는 순간 아이들의 바른 역사 인식은 주체로서 사회적 존재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기성세대의 시간은 서로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 존재로서 거듭날 수 있는 유쾌한 놀이로 진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교육의 변화를 바라면서 기존의 시스템을 거부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극복할 수 있다면 현재 대안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여러 학교의 다양성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내 문제로 의식하지 않는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오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 대해 건강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인생을 건전한 정신으로 당당하고 꿋꿋하게 이끌어갈 힘을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심각한 사회적 위기 앞에 놓인 을미년에 작가의 시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문학을 습득하는 것이 ‘인간 발견’의 길이라면 ‘3포 시대’라는 자조적 유행어를 폐기할 우리의 ‘존재 증명’이며, 우리의 ‘가치 증명’이 될 것이라고요. 새해 저자의 이 말에 희망을 담아 사람을 살리는 교육의 시작을 ‘나로부터 혁명’이라 이름 짓는 일부터 해봅니다.
2015. 01. 06. 조정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