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우 Oct 01. 2023

부패하는 경제의 핵심

시간을 거슬러

 저자 이타루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현실세계에서 실현하려 한 레닌의 말로 시작합니다. ‘혁명’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한국사회, 그 어디엔가 변두리 혁명은 열리고 있겠지요. 그런 이들이 많아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고 우리의 일상은 시골빵집의 달작지근한 향기로 채워질 것 같습니다. 이 책과 함께 하는 주말의 시간은 참으로 오랜만에 다가오는 느긋함이었습니다. 자본론을 내 삶에 대입해 보며 상상력이 가리키는 방향에 그래도 남은 풀뿌리들이 작동을 하는 경제, 내가 사주인 협동조합에서 공공선의 활력을 봅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빵 굽는 이타루의 샐러리맨 시절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와 같더군요. 물론 세계 경제의 흐름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역사의 시간에는 세 나라의 관계가 드러나고 그 관계를 인식하는 일들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온 불온한 세력들이 있었구요.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선택은 개인의 몫이었을까요. 아니면 집단의 공공연한 공조였을까요. 이 세계의 부조화는 역시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맹신하여 스스로를 두려움에 가두어 생겨난 현실입니다.     


 그렇게 달려온 우리는 그동안 삶에서 경쟁으로 만들어 내는 효율과 착취로 비롯된 나의 힘듦을 돌보기는커녕 닥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개인으로 성장하여 사회가 따르는 가치에 순응하는 것이 잘 사는 것처럼 지나온 시절들에서 이 책은 일상과 연결된 노동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합니다. 자본론이 구워지면서 아주 좋은 냄새를 풍깁니다. 언젠가 좋은 바람이 불어 올 것만 같아요. 이 책을 만나면서 한국사회의 패러다임도 전환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가능성의 시작은 작은 공동체들의 힘이라 생각되더군요. 한국사회의 막힘으로 해서 삐져 나온 혁명, 협동조합의 탄생으로 체제의 전복은 시작된 것일지도요.     


 우리 동네 빵집 잔혹사는 19세기 영국에서 21세기에는 도쿄에서 이미 발생했지만 한국의 빵집은 더 깔끔하게 기록될 만큼 전멸하고 있기에 처참합니다. 한 개인이 자영업자가 되어 소상인으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하니까요. 대기업의 브랜드로 보기 좋은 빵, 부패하지 않는 빵집은 넘칩니다만 내 고장에 있던 그 맛의 빵집은 흔적도 없답니다. 언제부턴가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하던 그 자리에는 유명 브랜드의 상점들이 환하게 열려있죠. 소비자로 그저 그런 건가보다 하며 무심코 지나친 그 많은 시간들에 있는 나는 상상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들 살아왔나 봅니다.


 조금이라도 일을 덜 하면 자본가의 상투적인 수법을 거부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지요. 부패하지 않는 빵에서 우리는 자본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던 것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시간에 의한 변화의 섭리로부터 벗어나 있는 이 두 가지를 통해 삶이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흘러 왔음을 빵꿉는 노동으로 이야기합니다. 시골빵집이 찾아낸 부패하는 경제의 핵심은 발효, 순환, 이윤 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 네 가지입니다. 빵집을 하면서 이윤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요.     


 그는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착취 없는 경영으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윤을 남기는 대신 빵 속에 수많은 생각을 담는다고 하는 거죠. 그는 돈 대신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돌봄이 가능하고 순환이 가능한 지역의 빵집 ‘다루마리’입니다. 이타루의 빵 굽는 풍경들이 나를 부릅니다. 바다여행으로 가 보고 싶은 곳, 소리없는 혁명이 일어나는 그곳, 에도시대의 기운들이 현재와 함께 살아가는 ‘가쓰야마’는 나의 ‘거기’가 되었답니다.     



2015. 05. 30. 와타나베 이타루, 와타나베 마리코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이전 03화 언어유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