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하게 맞닥뜨리기

시간을 거슬러

by 이창우

순간순간을 살아간다는 의미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지 모른다. 이 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쉽게 저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생기는 사회문제는 아니었을까. 4 〮29 재보선의 결과는 한국사회에서 진보가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2012년 12월 19일 이후, 큼직한 사건 사고가 넘치는 가운데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가 보여준 삶은 보통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는 이 세계를 황홀경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선물했다. 그는 결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대통령이었다. 그의 평전을 읽어 보면 그의 삶이 보여주는 진정한 가치와 정치 철학이 고스란히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적 지도자로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현 존재라면 호세 무히키는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의 지도자라 하면 적절할까. '위대하다'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현대의 유일한 지도자이다. 리더십의 빈곤함에 찌든 한국사회에서 그의 삶을 본받고 따를 수 있는 지도층들이 많아지면 변화의 가능성은 조금 커지려나. 굳이 선거 전략, 정치 전략이라 떠들지 않아도 말이다. 허접스런 말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힘을 실어줄 수는 없을까.


실제로 가장 많은 보통사람이 일하며 사는 거리, 사회의 시선이 쉽게 외면당하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향한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움직이고 묵묵히 정치적 사명감을 다하려는 이들은 제대로 판단할 수도 없게 막아버리는 언론 환경이긴 하다. 뭐, 좀 제대로 조명을 해 줘야지. 주류 언론의 힘, 자본의 힘에 눌려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한 언론 환경, 국회의석 수의 부족함, 진보의 분열 따위로 투덜거릴 수는 없지 않나.


이 망국으로 가는 역사의 혼란한 시간을 멈추게 할 힘이 있어야 하고, 정치만큼이나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개인들도 그 책임을 함께 지고 가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호세 무히카는 그의 평전에서 “하나의 일관된 전략이 없으면, 그 집단은 살 수도 없고 숨 쉴 수도 없다.”라고 말한다. 전략은 적중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전략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 명의 리더십이 작동될 수 없다면 진보의 결집이 필요하고 그것이 전략일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혁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이 총과 폭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혁명이란 사고의 전환이다. 유교나 기독교도 당시에는 혁명적이었다.”


투쟁에는 후퇴할 시간이 있어야 하고 힘을 유지한다는 것은 후퇴했다가 다시 모으고 조직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나간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하게 맞닥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호세 무히카의 말은 한국사회에 훌륭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선거의 결과에 따른 치밀하고 비전의 어젠다를 재창출할 수 있는 전략가들이 힘을 합쳐야만 한다. 계파의 늪에서 언제까지 허우적거리며 책임 전가를 하려는 것일까. 현실의 벽 앞에 언제까지 무릎을 꿇고 국가의 미래를 팔아먹는 행태에 손가락질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는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자신의 급여 대부분의 90%를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지만 가장 존경받고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우루과이는 현재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퇴임 당시 무히카 대통령 지지율은 당선 때(52%) 보다 훨씬 높은 65%였다. 그는 이제 상원의원 신분으로 돌아왔다.


“현대인들의 망각 속에서 공화국의 정신은 왜곡되고 붕괴하여 가고 있습니다. 공화국들은 봉건적 향수 때문인지 혹은 소비주의 문화 때문인지 ‘부유하게 살기’를 그들이 나아갈 방향으로 수용했고, 보통사람들의 삶과 꿈, 생활의 요구들을 외면해 버렸습니다. 정부는 결국 자기 국민처럼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의 2013년 9월 24일, 유엔 총회 연설의 내용은 4.29 재보선이 건네는 '현실'에서 의미하는 바가 너무도 크고 절망스럽게 다가온다. 분명 동시대를 살고 있는데 정반대의 철학과 행동을 보여주는 대통령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한국사회, 그 현실의 한계는 무엇일까. 그의 말대로 한 사회의 실패는 정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정치가 실패하는 것은 삶을 부의 축적보다 우위에 두는 철학적 시야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


2015. 05. 12.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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