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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Sep 30. 2023

매직카드

시간을 거슬러 

 대한민국이 젊음으로 다시 탄생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젊음을 위해 이 책을 헌사한 저자 이어령은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홉 개 매직 카드로 젊음의 탄생을 알려주었다.      


 첫 번째 카드는 ‘뜨는 것과 나는 것’의 다름을 전한다. ‘나는 것’은 자신의 힘과 그 의지 때문에 움직이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돛을 올리고 날개를 편다. ‘뜨는 것’은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 억누르던 중력에서 풀려나 갑자기 가벼워지는 것, 그래서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 뜨는 대선 후보까지 올랐던 안철수 의원이 그동안 보여준 정치 행보는 첫 번째 매직 카드의 적절한 사례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로운 당명으로 나섰을 때도 ‘뜬다’는 위험하고 무서운 안철수 현상은 추락하는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뜨는 현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뜨는 것의 힘은 밖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설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빠르게 달려가는 사회적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준비되지 않은 개인 내부의 동력은 쉽게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것도 깨닫게 해 준다.     


 두 번째 매직카드는 영어로는 ‘인테러뱅'이라 하고 중국어로는 '의문경탄호'라 일컫는 기호이다. 물음느낌표를 통해 깨달음을 부르는 호기심을 말한다. 한국사회에 호기심은 작동되던가. 정보지식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의 의식에는 물음표 대신 마침표가 우선되기에 느낌표가 설 시간은 오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죽음의 시대를 살아있는 자의 시간으로 채우며 무의식적으로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음으로 생명이라는 존재감을 말하는 사회에서 인테러뱅을 가슴에 품는다면 저자의 말처럼 미래에는 신비한 부적으로 그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세 번째 매직 카드는 먹이를 찾아 헤매는 개미의 어지러운 곡선과 먹이를 찾은 뒤 곧장 집으로 향하는 개미의 직선, 그 동선을 말한다. 이 시대의 젊음에게 끝없는 도전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 지치지 않는 탐색 열정을 가질 것을 시사한다.      


 개미의 먹이 찾기처럼 일탈하는 데서 가능성을 찾는 것임을 말한다. 일탈을 두려워하는 젊음은 끝없이 되풀이될 타자의 시선에 의해 스스로 가두고 만다. 그 안에서 안정을 느끼며 머무는 시간은 결국 날아오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소진하게 된다. 박제된 청춘은 움직이지 않는다.


 네 번째 매직 카드는 유통기한이 지난 흑백의 이분법을 말한다. 관점이라는 것은 내 마음 안에 품고 있는 자유이면서도 때로는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편으로 소리는 편향성을 갖게 된다. 편향과 배제로 삶의 반쪽밖에는 볼 수 없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카드이다.      


 여전히 극단으로 흐르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은 사회가 만들어 내는 성공신화라는 수레바퀴에 깔리고 만다. 순수한 개인의 욕망은 자취를 잃고 허위욕망으로 헐떡인다. 내 가슴에 담은 인테러뱅으로 흑백의 이분법은 관용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기업의 관용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가져올 것이고 자본이 아닌 사람중심의 사회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다섯 번째 매직 카드는 융합과 진화의 메커니즘을 말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섞이고 통하여 하나가 되는 것, 혹은 전혀 새로운 하나로 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배우는 것과 노는 것이 하나가 되는 나비형 인간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갈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의 중심이 되는 내가 세계인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획일화와 같은 의미의 세계화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성의 독특함을 발휘하는 세계, 공동체의 삶을 나누는 지구촌의 의미로 한국사회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가 있게 된다. 경제 지상주의에서 마음 지상주의로 이어지는 것은 홀로 주체로 서로 주체로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여섯 번째 매직 카드는 벌집 모양의 사고를 의미한다. 세모와 네모의 각진 사고는 편견을 부르고, 꽉 찬 원형의 사고는 배척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원과 사각형의 끝없는 갈등과 긴장의 딜레마 사이에서 비로소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육각형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를 지배한 기술은 기계 기술이었으나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기술은 생명과 자연에서 배우는 생태학적 기술이다. 한국인이 가진 전통으로 채워진 정체성은 자연 생태론의 기술을 발명하고 개발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경쟁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에서 잃어버린 시간은 바로 ‘나’의 참모습을 찾는 데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번째 매직 카드는 ‘독창성’을 담고 있다. 여백의 무한한 가능성은 결핍을 채워 넣으려는 나의 노력에서 시작될 수 있다. 창조 편집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주어질 무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새로운 시간을 가능하게 열어젖힐 수 있게 된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운명은 순응하는 이에게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이에게는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으로 열린다. 비어있는 여백을 스스로 채워갈 수 있는 선택은 자신에게 달렸다. 물음표의 질문 가능성, 그리고 느낌표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삶의 순간은 저항이며 실존이기도 하다.


 앎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여덟 번째 카드로 열릴 즐기는 자의 배움을 향한 의지는 자기실현과 창조적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평생 공부를 하는 자가 되어 쥘 마지막 매직 카드는 동양과 서양을 이어 줄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국수주의가 아닌 개방된 민족주의로 한국인임을 스스로 체득하게 된다면 자유와 평등의 원리로 공동체의 가치를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 그것은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에서 가능할 세계인으로 진보일 것이다. 젊음의 탄생, 그것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군분투가 아닐까.     



2015. 2. 14. 이어령 『젊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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