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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Mar 04. 2022

간호사는 서비스직?!

[19]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한 간호사 &진상 환자 대처법

  의료와 관련된 단어 중에 료서비스라는 말이 있다. 질병을 예방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치료나 관리, 회복까지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건강과 삶의 향상을 위해 병원에서 제공되는 의료가 물질의 생산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행위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의 행위 하나에도 환자들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하고,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도 한다.


  간호학과 학생 때는 간호가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환자의 질병이 잘 나을 수 있도록 내 할 일만 잘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 취업하여 일을 하면서 환자를 담당해보고, 다른 간호사들이 일을 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환자에게 응대하는 것이 좋은 간호사일까?



어떤 간호사가 좋은 간호사일까?


  한 번은 매우 까칠한 환자가 있었다. 중환자실의 특성상 보호자도 없고 침대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자가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 것은 맞았지만, 다른 환자보다 잦은 요청하였고 간호행위에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환자였다.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해당 환자를 보기 꺼려했다.

  환자를 담당하게 된 A 간호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환자를 대했고, 최소한의 응대 및 처치만 하고 해당 환자보다는 다른 환자의 곁에 머물며 일을 했다. 그 환자의 요구에 모두 응대하다 보면 해야 할 업무가 계속 뒤로 밀렸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B 간호사는 까칠한 환자의 반응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대했다. 환자의 요구도 최대한 들어주면서 자신의 바쁜 상황을 설명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듯이 환자는 점차 부드러워졌다. 자신의 요청을 조금 늦게 들어주어도 이해하였고, 간호행위에 약간의 실수가 있어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또한, 간호사가 바쁜 상황인지 아닌지 살펴보 도움을 요청하는 듯 보였다. 다른 간호사가 담당하던 상황에서도 이런 변화된 모습으로 치료를 받다가 일반병동으로 올라갔다.

웃는 얼굴에는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트린다.

  어떤 간호사가 더 훌륭한 간호사라고 딱 잘라 말하진 못할 것 같다. 최소한의 응대로 정해진 시간 안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한 A 간호사도 프로페셔널한 간호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받아야 할 간호행위와 처치, 투약은 모두 해주었고, 요구도 들어주려고 노력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의 기억 속에는 B 간호사가 더 오래 남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마,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았을지라도 바쁜 상황을 설명해주고 웃는 얼굴로 양해를 구했던 간호사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을 것이고, 요청한 부분을 해결해주었을 때 고마움도 더 컸을 것 같다. 이런 기억들이 하나 둘 모여서 본인이 병원에 또 와야 할 때 다시  병원으로 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갔던 병원을 추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상 환자에 대한 대응방법


  모든 환자에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응대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전 글인 《제발 내 환자가 아니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병원에는 다양한 진상 환자들이 존재한다. 다른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처럼 심한 컴플레인에 시달리기도 하고 물리적인 위협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나 간호사 직군에 여성이 많기 때문에 무시하는 환자들 때문에 골머리 썩기도 한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환자가 화를 내고 신경질을 낸다고 해서 함께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같이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초점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환자가 화를 내는 명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욕을 하시면 안 됩니다 환자분.', '그렇게 폭력을 휘두르시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등의 대화를 통해 환자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진정이 안되고 욕설을 내뱉거나 폭력을 행사할 때는 녹음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환자는 자신의 화를 못 참고 행동하는 것인데, 이것이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 행동인지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녹음 등을 통해 환자의 언행이 기록되고 있음을 밝히는 경우 순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게 된다.


  환자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환자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자신은 그저 병원에서 고용된 직원일 뿐이고 병원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고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환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환자의 불만을 들어주고, 반영할 수 있도록 보고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취하더라도 환자는 자신의 편이라고 느낄 수 있다.


  혼자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힘들고 진정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 불러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보다 높은 연차의 선배 간호사나 책임 간호사를 불러와서 좀 더 능숙하게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본인이 대화하던 상대보다 높은 사람이 오면 화를 좀 가라앉히는 사람도 있다. 만약 의사와 이야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면 전공의를 불러와 환자와 대화를 시키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큰 병원에는 보안팀이 있다. 필자가 일했던 병원도 검은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보안팀이 있었다. 환자가 물리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되면 보안팀을 불러서 누군가 다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만약 보안팀이 없다고 하면 환자의 보호자를 부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호자는 환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환자를 진정시키고 불만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보호자도 환자와 같은 성향이면 소용없기 때문에 보호자의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환자가 선을 넘는다고 판단되면,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기록은 자세히 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발뺌을 하는 경우도 많고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언행을 기록해놓는 것은 중요하다.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3D 직종이란 말이 있었다. Difficult, Dirty, Dangerous를 뜻하는 말인데 그만큼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간호사로 일할 때 사람들이 간호사는 3D 직종이라며 우스게 소리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3교대, 간호 업무, 환자와 보호자 응대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간호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을 생각하면 어떠한 서비스업을 종사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근무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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