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verflowToU Mar 02. 2022

심장을 치료하는 중환자실은 어떤가요? 2편

[18] 흉부외과 중환자실 근무가 힘들었던 점

이전 글, 《심장을 치료하는 중환자실은 어떤가요? 1편이어지는 글입니다.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이 있다. 이상하게도 분명 장점이었던 것 같은 부분들이 살짝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좋게 느껴졌던 흉부외과만의 특징들이 단점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는 뜻이다. 근무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면 흉부외과 중환자실이 어떤 곳인지 와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흉부외과 중환자실 근무가 힘들었던 점


  이전 글에서 흉부외과의 의사 부족 문제를 이야기하며, 전공의가 자주 환자를 봐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간호사의 전문성이 빛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많다고 장점을 설명했었다. 그런데 이 것을 바꿔서 생각하면 호사에게 그만큼 큰 책임감과 압박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중환자실에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는 본인의 일을 하면서도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인 상황에서 의사처럼 환자의 질병 자체에 집중하는 관점°을 견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치료적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량과 지식이 뒤따라야 한다. 주기적으로 환자 케이스에 대한 컨퍼런스를 하거나 지식을 공유를 하고, 강의를 듣는 것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과정이 간호사를 성장시키는데 정말 훌륭한 시간이긴 하지만 이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문제점을 제때 캐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압박감과 자신의 환자는 자신이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힘듦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의학과 간호학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큰 맥락에서 인간의 건강과 질병의 회복이라는 방향은 같이 하지만, 의학은 인간이 지니는 질병에 포커스가 좀 더 맞춰져 있다면, 간호학은 질병을 가진 인간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학과 과목의 차이로도 연결된다. (물론 의학의 공부량이 훨씬 많다는 것도 차이점이다ㅎㅎ)


  의사 부족의 문제는 다른 데서 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간호사가 의료인으로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행위들도 있지만, 의료법상 의사의 처방에 의해 행해야 하는 행위들이 있다. 의사가 아무런 정보 없이 처방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직접 환자를 보고 판단하거나, 환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의사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리포트를 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의사가 중환자실에 자주 찾아오지 못한다면 간호사는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일단 급하지 않는 내용이면 최대한 기다려보고, 책임간호사와 일차적인 소통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를 남기거나 다시 통화를 시도한다. 그럼에도 연결이 안 되면 당직실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다른 의사한테 담당의사의 행방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업무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중환자실에서는 다이내믹한 상황들이 많이 펼쳐지는데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외과계열의 중환자실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내과 중환자실에 비해 다이내믹하다는 것이다. 수술 환자가 입실하는 곳이니 만큼 수술한 환자를 데리고 들어올 때부터 정신이 없어진다. 환자가 누워있는 이동식 침대에 기본 3명 이상이 붙어서 나온다. 환자가 들어갈 자리에 침대가 도착하고 나면 간호사 2~4명이 달려든다. 환자를 데려온 의사 1명은 수술 중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인수인계를 해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환자가 가져온 장치, 수액 라인 등을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소음과 장치의 개수, 주삿바늘의 위치, 들어가고 있는 수액 및 약에 대한 외침이 시작되고 담당 간호사는 컴퓨터 앞에 서서 바쁘게 기록한다. 이건 일반적인 상황에 불과하다. 만약 환자가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심폐보조장치(ECMO)를 위한 삽관이나 심폐소생술(CPR) 등을 하는 경우 난리가 난다.

  혈압이 너무 떨어져서 심장의 활동으로 혈액이 돌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환자의 심장까지 관을 넣어 혈액을 밖으로 돌리고 심폐보조장치가 심장 역할을 하도록 세팅을 한다. 한쪽에서는 시술을 위해 멸균포를 깔고, 간호사는 의사에게 멸균 가운을 입히고 치료재료들을 세팅한다. 심폐기사는 심폐보조장치를 가지고 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혈압을 올리기 위해 에피네프린이란 약을 투약하고 몇 시에 들어갔는지 큰소리로 외친다. 오래 근무한 사람일지라도 큰 시술이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근무를 하고 나면 온 몸에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평소 성격이 내향적이거나 멀티태스킹이 어려운 간호사가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면 넋을 놓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이내믹한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힘든 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중환자실의 여러 기기들의 알람 소리는 노이로제를 만들어낸다.

  다른 중환자실에 비해서 시끄러운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기기들의 알람이다. 환자의 혈압이나 심전도의 변화를 유의 깊게 봐야 하는 흉부외과의 특징 상 모니터링 알람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 놓는다. 다른 중환자실에서는 그냥 지켜보는 혈압일지라도 심장 수술을 한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데선 보고도 지나칠 부정맥도 흉부외과에서는 투약을 해서 정상으로 돌려놓기도 하고, 전기충격을 통해 전기 흐름을 리셋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니터링 알람 범위를 좁게 해놓다 보니 알람이 수시로 울린다.

  이 뿐 아니라 인공호흡기 알람도 너무 많이 울리고, 투석기 알람도 너무 많이 울린다. 기기가 많다 보니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알람이 울리는 중에 자신이 맡은 환자의 알람은 본인이 해결해야 된다. 알람만 울리면 바로바로 알람을 확인하고 "알람, 제 알람입니다~"하고 뛰어다닌다. 노이로제 같은 게 생겨서 알람이 안 울리는데도 귓가에 알람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앞선 글과 이 글을 통해서 흉부외과 중환자실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생소할 수도 있고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렴풋하게라도 느껴졌다면 흉부외과 중환자실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무자로 오는 사람들이야 일을 하러 오는 것이니깐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흉부외과 중환자실을 글로만 접하고, 방문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간호사가 부족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