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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Feb 27. 2022

심장을 치료하는 중환자실은 어떤가요? 1편

[17] 흉부외과 중환자실 근무가 좋았던 점

  중환자실 병원의 규모에 따라 구성되어있는 수와 분류가 다르다. 작은 병원들은 하나의 중환자실만 있거나, 내과 중환자실과 외과 중환자실 정도만 나눠져 있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일했던 병원은 중환자실이 여러 개로 세분화되어 나뉘어 있었고, 그 가운데 심장 수술을 한 환자 입실하는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일을 했다. 각 중환자실은 진료과 환자에 맞는 특징을 갖곤 하는데, 에 따라 중환자실 분위기도 다르게 흘러간다. 다른 중환자실도 인턴 경험이나 헬퍼 근무°를 통해 겪어보긴 했지만, 가장 오래 일했던 흉부외과 중환자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 헬퍼 근무: 인력이 부족한 다른 근무지에서 근무하는 것


흉부외과에 대하여


  흉부외과 중환자실에 대해서 살펴보려면, 일단 '흉부외과' 자체 특성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흉부외과는 주로 흉부 쪽에 위치한 폐, 기도, 식도, 심장, 대동맥, 흉벽 외상, 말초혈관 등과 관련된 치료를 하는 파트이다. 크게는 심장과 폐로 나눠볼 수 있는데 두 장기 모두 생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기들이다. 그래서 수술의 난이도도 높고 수술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다.


  <뉴하트>,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비롯한 많은 의학드라마에서 빼놓지 않고 출연하는 진료과가 흉부외과인데, 실상은 다른 진료과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교수로 일하는 것도 힘들고, 개원을 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MBC 의학드라마 <뉴하트> (출처: MBC 홈페이지)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전공과를 열심히 배워서 전문의를 딴 뒤 선택하는 방향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인데 교수가 되는 길을 가거나, 개원(혹은 페이닥터)을 하는 것이다. 교수의 자리는 개수가 정해져 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교수 아래인 임상강사가 되는 것도 소수이고, 해당 병원에서 경쟁을 하다가 밀려나면 더 작은 병원의 흉부외과로 지원해야 한다. 임상강사나 교수가 된다고 해도 쉽지 않다. 흉부외과 지원자가 적다 보니 레지던트 숫자가 턱 없이 부족하여 수술이나 시술을 계속해야 한다. 안 그래도 수술의 난도가 높고 장시간 동안 집중하여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적으니 수술장에서 나오기가 힘들다.


  교수의 길을 택하지 않으면, 보통 개원을 하는데 흉부외과로 개원하려면 심장, 폐가 아닌 식도나 말초혈관(하지정맥류) 수술 위주의 병의원을 개원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심장, 폐가 너무 중요한 장기이고 어려운 수술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원하여 돈을 벌기엔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의 진료과가 장점이 훨씬 커서 흉부외과 레지던트로 지원하는 숫자가 매우 적다.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전공의들에게 다른 과에 비해 더 많은 월급을 주면서 유도를 하지만, 그럼에도 지원자가 미달 나는 경우가 허다하고 지방에 위치한 병원에서는 몇 년 동안 레지던트가 안 들어오는 일도 생긴다. 심지어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크다는 빅 5의 병원도 지원자가 아예 없는 해도 있고, 미달 나는 경우도 있다.



흉부외과 중환자실의 근무가 좋았던 점


  흉부외과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흉부외과 중환자실이 좋았던 점을 나눠보자.

  먼저, 흉부외과 의사가 적어서 좋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당연히 흉부외과 전공의가 적어서 힘든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 전공의가 적기 때문에 간호사의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은 것은 큰 장점었다.

  일반적으로 전공의가 매우 많은 내과의 경우 중환자실에도 환자 옆에 항상 전공의가 위치해있고 환자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는 의사가 오더 내리는 대로 그에 맞춰서 열심히 간호행위를 하면 된다. 그 대신 간호사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 의견이 반영되는 일이 적다.

  하지만 흉부외과에서는 중환자실에 전공의가 붙어있을 시간이 없다. 전공의가 중환자실 말고도 수술, 시술에도 참여해야 하고, 일반병동에 있는 환자도 봐야 하고, 응급실에서 흉관을 넣 등의 많은 업무를 해야 하는데, 소수의 인원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발 빠르게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서 근무시간 내내 환자 옆에서 붙어있었던 간호사의 전문성이 빛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환자의 동맥혈 가스검사 결과나 혈압 상태, 흉관 배액 상태 등등 다양한 정보들을 계속 관찰하며 머릿속에 넣어놨다가 적절한 리포트와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다. 전공의는 간호사가 준 정보와 의견을 기반으로 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때 간호사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준다.(물론 그렇지 않은 의사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의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기쁨과 보람은 간호사로 일하는 이유를 채워준다.


  심장을 다루는 파트라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심장은 사망의 판단을 내리는 기준이 될 정도로 중요한 장기이고, 관련된 질환들도 사망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심장 판막과 관련된 수술부터 온 몸으로 뻗어나가는 대동맥,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관련 수술, 심장 이식 수술까지 여러 종류의 수술 환자를 볼 수 있다. 또한 각종 시술을 하는 환자와 여러 장비를 달고 있는 환자도 케어하며 배울 것들이 정말 많고 그만큼 재미가 있다.

  다른 진료과보다 심전도를 유의 깊게 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사실 학교 다닐 때는 심전도가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중요한 포인트만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흉부외과 업무를 시작하곤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부정맥과 그에 따른 치료법에 대해 알게 되어 즐거웠다. 환자를 보다가 위험한 부정맥으로 전환되었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보고한 뒤, 그에 따른 대응을 해서 환자 상태가 좋아질 때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만약 잘 몰랐거나 늦게 발견했을 경우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과 중환자실 특유의 활발함을 가지고 있으며, 심장 수술 환자가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반응을 만드는 곳이 흉부외과 중환자실이다.

  심장 수술을 할 때는 심장이 천천히 뛰도록 약물로 변화를 주고, 심장 기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체외순환기라는 기계를 통해 온 몸의 피를 순환시킨다. 그렇게 심장 수술을 마친 뒤 체외순환기를 제거한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실하는데, 거의 멈추었던 심장이 스스로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다이내믹한 혈압이 나타난다. 수축기 혈압이 160~200mmHg까지 올라가면 혈관을 확장해주는 약을 투약해 혈압을 낮추는 대응을 한다. 그러다가 또 낮아질 때는 60~90mmHg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혈액량을 체크해서 수액을 빠르게 주거나 혈압을 올려주는 약을 투약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정말 일반적으로 있는 수술 직 후의 과정일 뿐이고, 더 다이내믹한 상황이 많이 펼쳐진다.

  이런 드라마 같은 상황들이 주는 장점은 좋아지는 변화들이 눈에 띄게 보인다는 것이다. 내과 중환자실 환자들의 경우 장기간 입원해 있는 환자도 많기 때문에, 열심히 치료를 한다고 해서 눈에 보일 정도로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걱정하면서 행위를 할 때도 많고, 치료를 하는 의료진이 지치기도 한다. 그런데 흉부외과의 경우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뿌듯함도 더 느낄 수 있고 간호행위들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

 


흉부외과의 특성이 장점이 되는 부분 때문에 중환자실 3교대 근무가 덜 힘들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흉부외과만의 특징이 단점이 되기도 했다. 다음 글에서는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의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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