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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Mar 07. 2022

간호사가 따는 자격증이 있다?!

[20] 전문간호사 제도에 대하여

  의사들은 병원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인턴이란 이름으로 1년을 일을 한다. 1년 동안 각 진료과를 돌면서 과 별 업무 및 진료에 대해서 배우고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3~4년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다. (진료과 별로 기간이 다른데 가정의학과,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이 3년으로 수련 기간을 단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 기간이 끝나면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다.


- 여담이지만, 의료기관의 이름은 개설자의 전문의 면허 유무에 따라 기관명에 진료과 명칭을 넣을 수 있다. 그래서 '브런치 의원'처럼 진료과가 안 들어가 있는 경우 전문의를 따지 않은 일반의가 개설한 의원이며, '브런치 내과의원'이라는 이름의 의원은 내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이다. -


  의사의 전문의 제도와 비슷하게 간호사에게도 전문간호사 제도가 있다. 간호사 면허를 가진 자가 최근 10년 내에 해당 분야의 임상°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경우 석사과정 진학 후 전문간호사 시험을 볼 수 있다. 전문의 시험과 같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석사과정을 통해 해당 분야의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쌓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임상: 환자를 직접 진료, 간호하는 현장을 뜻함


  전문간호사도 전문의 제도처럼 분야가 여러 개로 나눠지지만, 종류는 다르다. 현재 총 13개로 나뉘어 있는데 분야는 다음과 같다.

보건, 마취, 가정, 정신, 응급, 산업, 노인, 호스피스, 감염, 종양, 중환자, 아동, 임상

  1973년 3개로 시작했던 전문간호사 제도는 2003년 10개로 늘어났다가 2006년 3개가 추가되어 총 13개가 되었다. 2019년까지 15,718명의 간호사가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13개 분야 중 가정 전문간호사의 숫자가 6,537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간호사 분야별 배출 현황(출처: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전문간호사를 딴 간호사는 해당분야에서 일반 간호사보다 수준 높은 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더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게 맞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일부 대형병원들 중에는 전문간호사에게 자격증에 걸맞은 직책을 주거나 업무를 맡긴다. 필자가 일했던 병원에서도 의사가 부족한 곳에서 전문간호사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배정해주었다. 간호사 교육을 전담하고, 여러 병동의 환자들을 전반적으로 관찰하면서 필요한 곳에 가서 전문적인 간호를 시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병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일반 간호사와 같은 업무를 한다. 월급을 조금 더 줄지는 모르겠지만 차별화된 업무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분명 석사과정을 통해 더 많은 공부를 해서 어렵게 자격증을 딴 것인데 업무에 차별화가 없다면 허무함을 느낄 것 같다.


  미국에서는 NP라는 이름으로 전문간호사 직군이 형성되어있다. 간호사 안에 전문간호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와 별개로 전문간호사라는 직업이 있는 것이다. 별개의 직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법제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 전문간호사는 대한민국에서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처방을 내리는 일이나 사망선고 등의 권한을 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려운 업무를 해내는 만큼 연봉도 높은 직군인데, 책 <우리는 미국 간호사입니다>에 따르면 미국 전문간호사의 평균 연봉은 1억 2500만 원에 다른다고 한다. 법 울타리 안에서 인정받고 활동하면서 전문성도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성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간호사의 길이 있다. 바로 조산사 면허증을 획득하는 것이다. 간호사가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한 조산 수습과정을 거치면 조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매년 15명가량의 조산사가 합격을 하고 있다. 조산사 면허증을 갖게 되면 조산원을 개설, 운영할 수 있으며 조산과 임부, 해산부, 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 지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의료법에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와 더불어 조산사를 다른 카테고리의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으로 규정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서 알 수 있다.

조산사는 조산원을 운영하며 혼자서 출산하는 아기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간호사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인력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언제 물거품처럼 꺼질지 모른다. 지난 글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간호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고, 병원의 과제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간호사가 일하는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주고, 더 많은 업무 권한을 주어서 일하고 싶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사를 위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들 중에는 간호법 제정이나 간호사의 업무 권한을 확장하는 것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간호법의 제정은 이곳저곳에 있는 의료공백을 메워주고, 대한민국의 의료의 질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도 의사 수가 부족한 부분을 간호사가 채우고 있는 상태이다. PA(Physician Assistant), SA(surgical assistant)란 이름으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의사의 업무를 하고 있다. 인력이 필요한 것을 인지하여 간호사에게 공백을 메우도록 하면서도, 권한을 주기 싫어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해야 하는 의료 업무를 적절히 분배하여, 최고의 의료서비스와 최상의 의료기술을 갖게 되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한 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전문간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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