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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 Oct 21. 2020

남승무원은 대체 누가 되는 거야?

스튜어드의 자격조건과 합격 트렌드  

       

대한항공은 남승무원 채용을 잠정 중단했다가 

2011년 1월, 무려 15년 만에 채용을 재기했다.      


여기에 저비용 항공사들까지 쑥쑥 자라나면서 

‘남자’들에게도 승무원이란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남승무원 채용 조건과 합격기준은 변화했고 

지원자들 역시 대폭 늘었다.  

  

스튜어드를 꿈꾸는 이들, 그들은 도대체 누구고 어떤 기준으로 합격할까?       



승무원 지망생을 가르치며, 

내겐 ‘긍정적인 징크스’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남학생이 주도하는 스터디나 반이 합격률이 높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왜지?      


함께 일하던 선생님은 

원래 잘생긴 이성이 한 명 정도 있으면 집중력이 높아지는 거다 라는 우스갯소리를 했고


또 다른 선생님은 승무원 면접 준비과정에서 

남자는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선의의 동반자’ 라서 조금 더 화기애애한 것이다 란 

결론을 냈다.     


또한 혼성으로 스터디나 교육이 이뤄질 경우 

“여자 면접관의 시선과 남자 면접관의 시선”을 

동시에 피드백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가 있다.


보통 면접관은 혼성으로 구성되며 임원면접으로 올라갈수록 남성의 비율이 높아진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스터디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런 훈련이 조금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이 확실한 정답이다!라고 외치긴 어렵지만 

또 절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아마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 


여기에 

내가 내린 또 하나의 결론은 

남자 지원자들이 조금 더 절박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였다.     

절박함은 스터디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 열정과 노력은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을 나게 만드는 근원이다. 




최근에야 취업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승무원 과외나 학원에 남승무원 지망생들이 많아진 추세지만, 

2011년도만 해도 남승무원 지망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승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닌다는 사실을 

쉬쉬하고 부끄러워하는 편에 가까웠다.     


그런데 불과 7~8년 사이에 저비용 항공사들이 남승무원을 필요성을 느끼며

대거 채용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스튜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늘었다.     


그렇다면 국내 항공사 기준, 남승무원 합격생은 몇 명 정도가 될까?

     

항공사의 채용 규모에 따라 연간 합격자 단위 수가 50명 이상씩 

훅훅 바뀌지만 보통 200명 내외로 생각하면 알맞다.     

사실 200명도 많은 수치다. 


채용의 가장 큰 손 격인 대한항공은 1년/3번 채용기준으로 

아무리 많은 남승무원을 뽑았다 하더라도 그 인원이 80명을 넘은 적이 없다.   


2017년 남승무원 공채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남/여 승무원 통합 공채를 시행하는 탓에 

1 기수 당 채용 인원이 20명 내외이다.  


대한항공은 보통 여승무원 7명~10명당 1명꼴로 남승무원을 채용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보통 여승무원 40~45명당 1명꼴로 남승무원을 채용했다.   

위의 기준보다 채용인원이 줄어들면 남승무원을 1명만 뽑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진만 봐도, 아시아나항공이 여자 승무원 대비 남승무원 수가 현저히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합격생들이 보내줬던 사진이라 얼굴을 온전히 공개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을 뽑다 보니, 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승무원 준비생들의 경우 대부분 플랜 B를 함께 준비한다. 

금융권, 일반 사무직, 공기업, 여행사 때로는 전공과 연관된 직업 등으로 

다방면으로 고심한다. 


시대가 많이 변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성이 경제적으로 

여성보다 더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길 기대하고 있기에  

빠른 취업과 현실에 목을 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여승무원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인원을 뽑는 

승무원 준비에만 올인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여자 지원자들에 비해 조금 드문 편이고, 

올인하는 지원자들의 경우가 앞서 말한 ‘절박한’ 케이스다.      


그렇다면 그토록 절박한 지원자들, 그래서 소위 ‘신의 아들’ 이 된 

그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면접에 임했을까?    

 


우선 시대에 따라 변화한 

남승무원 합격 트렌드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의 첫 남자 제자 A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다.

당시 나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금융권에서 1년 반 남짓 일하던 A는 숫자를 보는 게 지겹다며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으로

학원 문을 두드렸다.      


키 179. 토익 900 초반. 인 서울 4년제. 교환학생 경험과 해외 봉사 경험 등 

스튜어드를 지원하기에 부족할 것은 없는 스펙이었다.       


문제는 왜 승무원이 하고 싶은 건지 자기 자신도 확실하게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컴퓨터가 싫고, 서류가 싫고,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이 싫고. 

그러다 보니 대학생 시절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느꼈던 ‘서비스’의 즐거움이 떠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항공 서비스’ =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함께 집중해서 어필하고자 했던 것은 

항공사의 사무직으로 근무해도 충분할 정도로 회사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항공사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친절함은 "여승무원"의 몫.

회사 구조 체계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리더는 "남승무원"의 몫,

이라는 전제하에 이미지 메이킹과 답변을 만들어나갔다.      


실제로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계기 와는 조금 달랐지만,

남승무원 채용 면접장에서 여승무원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서비스' 이야기를 하면 

듣는 면접관은 얼마나 진부할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행히 다소 고집스러울 정도로 원리원칙을 지켜나가는 싹싹한 직원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먹혔다.  30명이 조금 넘는 합격생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이들이 ‘서비스 마인드’보다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강조한 것 같다는 후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굳이 정리하자면 대한항공의 5대 인재상 중  

"성실한 조직인"이 메인 키워드로 먹히던 시절이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항공사들은 ‘남승무원’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구성원 채용과 

다른 방향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잡게 되는 분위기로 바꾼다.      

바로 “안전”이란 키워드가 급격하게 대두된 것이다. 

2014년부터 ‘안전을 책임지는 듬직한 남승무원’이 유행어처럼 번진다. 


초반에는 이것이 말 그대로 초대박 히트를 쳤다. 


승무원에게 ‘안전’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안전’을 말하면 항공사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말하는 뉘앙스를 확실히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승무원들에게 이것이 결국 ‘독’이 된다. 


한 항공사 채용 설명회에서 남자 지원자들에게

‘안전’을 지키겠다 라는 이야기 좀 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것.

한 마디로 뻔해서 ‘지겹다’는 것이다.      


이때 다시 새 바람이 분다.      

지금까지 조직원과 안전을 강조하는 사람이 유리했다면 ‘서비스 마인드’를 백분 발휘할 수 있는 지원자들이 유리해진다. 흔히 말하는 ‘외유내강’ 혹은 ‘외강내유’ 형을 항공사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가끔 수업을 하며 이 어려운 일이 ‘송중기’씨 덕이다 라고 투덜 대곤 했다.   

태양의 후예가 엄청난 유행을 하면서,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서 부드러움과 남성다움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환상 아닌 환상이 생긴 덕..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남승무원 채용을 재개 한지 꽤 시간이 지나서인지, 

“남자가 서비스하는 게 뭐 어때서” 약간의 인식 변화가 생긴 것도 한몫을 했다.         


면접 질문 역시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이 있느냐” 

“가족을 위해 캠핑장에 가서 어떤 요리를 해줄 수 있냐”

“향수 중 어떤 향을 좋아하느냐”

처럼 섬세함과 여성성이 강조된 질문들이 대거 등장한다.      


굳이 트렌드의 흐름을 정리하자면

조직의 체계를 이해하는 조직원에서, 안전 전문가, 그리고 서비스인 이로서 요구 조건이 변화된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을 원한다.      

워낙 많은 승무원 면접 교육기관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남승무원들이 승무원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장에 가기에 요구 조건이 한층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예전엔 ‘듬직한 느낌’ 이란 말로 남승무원 합격생들을 

대략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요즘엔 훈남, 지식인, 상남자, 유머 장인 등등 합격 이미지 역시 다양해졌다.


또한 음성 이미지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발성과 발음, 억양과 톤 등에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남승무원 합격생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음성 훈련' 이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사람들이 합격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최종 면접장에 가면 꼭 나오는 후기가 다른 면접자들  목소리가 다 좋아요.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외적인 혹은 서류 적인 스펙을 제외하고 

합격생들의 공통점을 하나 더 꼽자면      


“여초 사회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란 질문에 

동그라미가 떠오르던 사람이란 것이다.

여성들만의 섬세하고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거나.

완벽하게 녹아들진 못하더라도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 담대한 사람.      


이처럼 내가 ‘함께’ 일할 ‘집단’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팀플레이어’가 

현재 모든 항공사에서 원하는 남승무원상이 아닐까 싶다.            

  



그 외... 그냥 쓰고 싶었던 이야기.      


남승무원 되고 싶어요. 무엇부터 준비를 해야 해요?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내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혹시.. 어학 점수가 어느 정도 되세요?"이다. 


기본적으로 남승무원에게 높은 어학 점수와 좋은 학점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여승무원 준비생들 중에서도 고스펙 자가 굉장히 많다.

승무원이란 직군의 특성상 장수생이 많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스펙 UP을 하다 보니

"이 정도면 일반 기업 공채도 가뿐하겠는데..?" 싶은 스펙을 갖춘 학생들도 많다. 

 

그런데 여승무원보다는 남승무원이 보다 높은 스펙을 갖춰야지!라고 생각하는 

면접관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남승무원 최종 면접장에서, 

“학점이 왜 이리 낮냐!”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안 했냐고

호통 아닌 호통을 치는 면접관도 있었고, 모 항공사의 경우 토익 890으로 

최종 합격한 남승무원에게 “네가 우리 항공사 최초 800점대 남승무원이다.”라고 말한 일도 있었다.  


여기에 체력관리는 필수. 

유도 단증이나 태권도 단증 같은 단증 소유자가 아무래도 조금 더 유리하며, 단증이 없다면 즐기는 ‘독특한’ 혹은 아주 ‘잘하는’ 운동 정도는 있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평소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가 단골 질문으로 출제되는데 


여승무원들의 경우 필라테스와 요가, 마라톤, 수영, 발레 등에 답변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면

남승무원의 경우 마샬아츠, 주짓수와 같이 다소 독특한 운동들도 많이 나온다. 

이처럼 특별한 체력관리 비법을 갖고 있으면, 면접과의 귀를 사로잡는 힘이 된다.  


‘잘하는 운동’ 이란 건 단순히 농구를 좋아한다, 와 같은 것이 아니라 농구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이나 아마추어 길거리 농구 대회라고 할지라도 수상 경험 등과 같이 어필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정리해서 생각해보자면 

외적으로 호감! 

체력적으로 단단!

여기에 글로벌 고객들과 소통 가능한 지적인 면모를 갖췄으면서도  

내적으로는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이성인 팀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서비스 인을 원한다는 것인데...     

아니 쓰다 보니 솔직히 이게 말이 되나....? 싶다......


그 말이 되는 일들을 해내고 있는 남승무원들, 그리고 예비 남승무원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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