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는 고통이다

이주 준비_짐 싸기

by 붱draw

소유는 고통이다.


'정말 필요한 것만 가져가자'고 마음을 다잡지만, 막상 싸다보면 '이건 현지에서 사기엔 돈 아깝지 않나' 했다가 금방 '이건 거기서도 구할 수 있으니 두고 가자'는 식으로 생각이 바뀐다. 두고 가자니 아쉽고, 가져가자니 짐이 된다. 버리자니 언젠간 필요할 것 같고, 주변에 나누자니 어떤 상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사하게도 시댁에서 우리에게 약간의 공간을 내어 주셔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그곳에 잠시 보관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그곳 공간에도 제약이 있어 지금 처분이 가능한 것은 그렇게 하는게 나을 것 같다. 그래서 가격이 좀 나가는 가구(그래봤자 이케아지만ㅎㅎ)나 전자제품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나 크레이그리스트에 내놓을 예정이고, 그 외 자잘한 것들은 8월초 커뮤니티 야드 세일에 내다 팔기로 했다. 그래도 처분이 안되는 쓸만한 물건들은 기증을 하자. 집을 비우며 마음도 비우는 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건, 바로 나의 노력과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다. 타인에겐 의미가 없겠지만, 나에겐 소중한 것들. 그렇다고 그 물건들을 챙겨 가기엔 현실적인 무게가 있다. 플러스, 조만간 사용할 것만 같은 미술 도구들. '나는 왜 도구가 많이 필요한 일을 업으로 삼았을까'라는 자조를 하게 된다.


소유는 분명 기쁨의 순간을 느끼게도 하고 편리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옮기려 하니, 이 기쁨이 어느새 짐으로 둔갑한다.


삶은 고행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가볍게 왔다가, 가볍게 떠나는게 이 고행을 조금은 덜 무겁게 만들어주는 방법일지도.

도자기 수업 떄 만든 테스트 타일들. 언젠간 다시 공방을 찾겠지 싶어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무용지물이 돼 버린 이 아이들과 오늘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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