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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Mar 16. 2021

마지막 잎새

O. 헨리 -플레시보 효과


  넝쿨은 그토록 더딘 시간이라 해도 결국은 담을 넘는다. 빨리 서두르지 않아도 담을 넘는 인내. 참고 인내하다 보면 담을 넘어가는 담장이 넝쿨, 서두르지 않았으면서도 담은 온전히 감싸고 있다.  


  O. 헨리의 <마지막 잎새,1905>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화가 지망생 수와 존시는 룸메이트로 존시는 심약하고 부정적 성격이다. 뭐하나 잃으면 인생을 모두 잃어버릴 것 같은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폐렴에 걸려 담장이 잎이 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수(Sue) 의지가 강하고 배려심이 깊고 희생적이지만
존시(Johnsy) 예민하고 폐렴에 걸려 삶에  부정적이다. 하늘이 흐리면 마음도 흐리고 빗방울이 내리면 마음은 더욱 우울하다.


  까칠한 베어먼(Behrman) 화가로 수염이 길고 미켈란 젤로 같은 외모이지만 내면은 따사롭다.  뉴욕 예술가 마을에서 그들이 살고 있다.



  "환자 자체의 의지가 있더라도 쉽게 낫질 않는데 워낙 병이 심해 삶에 대한 의지 없이 자포자기한 듯합니다."

  왕진을 온 의사의 말이다.


 존시는  날이 갈수록 폐렴이 악화되고  창문 밖 담쟁이 잎 같이 자신이 바람에 날려가 버릴 것 같다.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시, 수는 이웃집 베어먼 영감에게 존시에 대해 말하고, 베어먼 영감은 이내 눈물을 쏟으며 "세상천지에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 있냐"며 노발대발이다.  존시가 병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거라며 수에게 잘 돌보라 하지만  수는 병약해진 존시가 걱정이다. 병은 갈수록 심해지고  잎들이 바람에 날린다.

  폭풍우가 심하게 담장이 넝쿨을 흔들어 댄다. 잎들은 날려가고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존시는 죽는다. 빗방울이 잎으로 두두둑 떨어질 때마다 존시는 경각이다.  

 

이미지 출처:닥종이인형

(https://m.blog.daum.net/glim54/15950471)


  옆집 담쟁이 쿨에 나뭇잎들이 다 어지는데  마지막 잎새는 끝까지 버틴다.  존시는 마지막 잎과 동일시되며 의지한다.  잎은 곧 존시가 버틸 수 있는 마음의 버팀목인 셈일지도 모른다.  존시는 차츰 잎을 바라보면서 회복된다.


     "환자의 상태가 완치가 되었으니 걱정은 없을 듯 합니다. 그런데 아랫집에 사는 베어먼 씨가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던데.  사망한 장소에서 보니 팔레트와 붓에 물감이 좀 남아있었다네요."


  수는 존시에게 베어먼 영감이 절망에 빠진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밤새도록 폭풍우를 맞으며 벽에 담쟁이 잎 벽화를 그리다가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사망한 장소에는 팔레트와 녹색, 노란색 물감이 남아 있었다.


  저마다 사람은 마음속에 의지할 사람이 따로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의지하며 사는가. 자식들은 부모를 의지하며 살지만 또한 다 자란 자식들을 보며 노모도 의지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의지하는 사람이 다를 것이다.

  

 더불어 세상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정작 더불어 사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또 누구를 배려해주면서 사는가.


 퉁명스럽고 고집불통 꼰대 기질인  우리들의 아버지는 이러든 저러든 그래도 베어먼같은 영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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