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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만 Jan 11. 2022

설경

김인정 그림 <설경> 그림을 보고 지은 시

그림 출처 김인정 그림 <설경> 신나는 수채화 에서

새집

지어지고 나면

하루 이틀 사흘

일년  이년 십년

이십년 몇 십년 지났을까


눈이 쌓이고 또 쌓이면

주저앉을 것 같은 삶의 무게.


그게 아마

오붓한 둥지에서

뜨거운 열애의 심장이 뛰는 소리,

잠든 황소가 깨어 

축간에서 여물을 되씹고

찬겨울 콧구멍에서

흰김을 토해내는 시간,

갓태어난 아이가 울고

금방 걷고

엄마젖을 빨고

아이등 보다 큰 가방을 메고

등에서 가방이 작아보일만큼

중학생이 되고

교복을 입고

어른이 되고

사랑을 꿈꾸는 나이가 될 쯤

눈 발이 날리고

사랑이 날리고

행복이 번진다 하늘에서 눈송이처럼.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이고

손가락 마디만한 조그만 신발을

신 던 아이가

장가가겠다고

여자를 데려오고

또 아기를 갖고

눈이 내린다


수직으로 세워놓은

전봇대가 기울었어도

밤이 되면 전등불에

불이 켜지고

눈이 하얗게 온 세상을 덮어도

아궁이에서 피어낸

불꽃에 따스한 흰쌀을

함께 먹을 것이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나고

길에는 아들 손주 며느리

늙은 할머니 웃음소리

흰 눈에 아로새겨지는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

발자국 도장을 눈위에 찍고 간다.


논밭 옆으로 나있는

마을 길에

수많은 발자국이

마을 사람들의 흔적들이다.


바드득 바드득

눈 밟히는 소리,

숨쉴 때 마다

토해내는 숨소리에

뿜어나오는 입김,

굴뚝이 연기를 길게 토해내며

눈발에 뒤섞이며

날릴 때

밤을 새고 눈이 쌓인다.


•°○●《설경의 마을 풍경》


글 김순만


총각 김치에 무를 씹는다

맛난 엄마의 정성이

온가족을 품는다.

어 근데 총각김치는

총각김치지?


   《총각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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