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순만 May 07. 2016

변명

어리석은 자는 늙어서야 깨닫는다

가끔 다시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미 시간은 늦은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과실을 깨닫지 못한 채 타인으로 인하여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불행의 한가운데 있다면 그 모든 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누군가가 지독히 밉다면 그 미움의 근원이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깨져버린 조각임을 알 수 있다. 익히 양가감정이란 증오와 애정의 마음을 동시에 지닌 것을 의미한다. 애증이란 다양한 측면의 사랑과 미움이 뒤엉킨채 깊어진 것이다.

  누구든 사람을 오래 사귀게 되면 애증이 생겨난다. 늘 좋은 것만 있고 즐거운 마음만 있으면 좋겠지만 좋은 감정 못지 않게 싫어하고 실망하고 그토록 오랫동안 사귄 친구, 심지어 함께 살아온 형제나 부부마져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사람일 수록 그 사람의 장점 못지 않게 단점을 많이 알고 있다. 우리의 관심사는 바로 그 사람의 장점 보다 단점을 보려는 경향이 훨씬 많다. 부정적인 언어를 더 오래 기억하는 인간의 속성이다. 하지만 단점과 결함이 많은 사람도 가만히 눈여겨 보면 놀라운 장점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애란의 작품 '편의점'에서 모순된 인간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물건을 훔친 한 남자가 오히려 넘어진 여자의 치마를 덮어주는 장면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단점을 잘 알지 못한다. 단점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흠을 잘 포착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다양안 측면을 여러마리의 물고기를 꼬집어 낸 갈고리같이 타인을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비극도 상속된다. 슬픈 일은 겪지 말아야 한다


  한 사람에게 유전되는 것이 좋은 것만 2세에게 물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가 암에 걸려서 죽었다면 2세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고 부모가 담배를 피우면 다음 세대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이혼하면 다음 세대도 그것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끊어내고 극복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부모가 자신을 버렸지만 고아원에서 자란 그 사람이 그 아이를 그 누구 보다 끔찍히 아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힘든 가운데 기적


 폴포츠, 수잔보일, 최상봉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오페라 가수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감동과 눈물어린 감격을 자아낼만큼 힘든 가운데에서 형편없는 상황에서 최고의 정상으로 인정받는 순간까지 가혹하리 만큼 긴 역경을 극복하여 최고의 격려를 받으며 세계가 인정받는 오페라 가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살다보면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내던질 만큼의 순간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절망한다.

 힘겨운 가운데 인간은 놀라울 만큼의 성장을 한다  고통스런 순간을 견녀내고 인간 승리를 거두는 데에는 칠흑같은 어둠이 고난을 겪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모든 성숙과 성장은 거져 얻어지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뜻하지 않는 불행을 선택했던 것이 아니라 어느날 문득 찾아온 불행을 수용하고 받아드려야 하고 맨살이 칼끝에 닿아 피가 솟구치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순간에 놓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 이유, 더는 소용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시월에 어느 ...)


너를 위한 밤기도는

...

소중한 것은 모두 너에게 주마

이적지 못다준 사랑은 (김남조 너를 위하여)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찬송가)


 우리에게 힘겨운 것은 악한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다.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로움에 떨게 하고 몸이 떨리도록 증오하게 하는 그 사람을 용서라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한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다.

 부당함은 정당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억눌린 인내과 분노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구속에서 자유롭고 싶고 억눌림 속에서 멍든 가슴에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한다. 문제는 정말 아픈 것이 있는데 그 근원을 찾지 못하는 점이다.

  어느 한 사람이 몸안에 못이 있는데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수십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 우리는 내면의 트라우마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지혜가 절실하다.


  자의적이라기 보다 타의에서 오는 자기 모순의 부당함과 스스로에 대한 파괴와 정체성의 극명한 현실, 잘못 이입된 허울과 가면을 쓴 자아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의존성인격장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