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불안감
어릴 적,
문고리를 걸어 잠그면 든든했다.
창호지를 뚫고 손만 넣으면
문고리쯤은 그냥 열리는데도.
문고리를 걸어 잠그면
귀신도 들어오지 못한다.
귀신이 들어오지 않은 것은
이미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
문고리에 대한 기억/김순만
봄이 왔다고 해서 봄이 다 온 것은 아니다
떠났다고 해서 다 떠난 것이 아니듯.
알고 있다고 해서 다 아닌 것도 아니고
믿는다고 해서 다 믿는 것도 아니다.
한 번이라도 온전히 나를 다 줄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온전한 사랑>/김순만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고 확실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믿을 뿐이다. 뭐든 할 수 있다고 믿기에 현재를 살고 있을지도.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다시 겨울 아침에>
이해인, <외딴 마을에 빈 집이 되고 싶다> p.48, 열림원, 1999.
우리 삶에서 괴로운 것이 단순히 누군가를 보내서 뿐인가.
소유한 것들을 지탱해 가는 것도
유지해가는 것도 쉽지 않다.
모든 괴로움의 근거는 소중히 여긴 존재들이
파괴되거나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여러 면에서 한 마디의 말이 관계를 두절시키고,
마음의 문고리를 잠구는 이유가 된다.
사람들은 이러나저러나 불완전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다만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갈뿐.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