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불면의 소묘

by 김순만

생각을 지운다.

악착같이 지운다.

그걸 시라고 써서 내보인 것은

미친 짓이다.

조롱을 참지 못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릴 테지.

수면제를 몇 알 먹고

어쩔 수 없이 깨어났다.

어릴 적 혼나지 않으려고

길들여진 습관,

세상에 나를 보이고 싶지 않아

숨어도 꼭꼭 숨어도

상처가 더 썩지 않으려

소독을 하고 다시 칭칭 감아놓은

손목의 붕대처럼

불을 끄고

이불을 칭칭 감고 불을 끄고

생각을 지운다.

나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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